육아휴직 중 만난 거대한 파도 '코로나'

세상의 거대한 흐름 속에 우리는 어디에 있는가?

by 골든웨이브


바다에 빠져 죽을 뻔한 적이 있다

첫째를 임신한 지 6개월, 태교 여행으로 떠난 하와이의 바다는 눈부시게 푸르렀다. 호텔 앞 스노클링에 나선 나는 산호초 사이를 누비는 형형색색의 물고기에 넋을 잃었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장비 안으로 짠물이 들어와 고개를 든 순간,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

평화롭던 해변은 아득히 멀어져 있었고, 내 발밑은 끝이 보이지 않는 짙푸른 심연이었다. 수영도 못 하는 임산부의 몸으로 마주한 공포. 미친 듯이 팔다리를 휘저어 겨우 뭍을 밟았을 때, 나는 깨달았다. 방심하는 순간, 세상의 거대한 흐름은 내 의지와 상관없이 나를 예상치 못한 곳으로 끌고 가버린다는 것을.

인생 또한 그와 다르지 않았다.

이제 그 여정의 과정을 하나씩 풀어놓아 보려고 한다





2019년 9월

평소와 다름없는 평온한 가을 저녁이었다. 첫째 아이와 선선한 바람을 쐬며 동네를 산책하던 중, 몸에서 이상한 신호를 보냈다. 출산 예정일은 아직 두 달이나 남았는데, 양수가 새고 있었다.

“오빠, 나 병원에 가야 할 것 같아.”

지방 출장 중이던 남편을 급히 불러내고, 나는 임산부에서 순식간에 응급 환자가 되어 구급차에 몸을 실었다. 뭐가 그리 급했는지 둘째는 2kg도 채 되지 않는 가냘픈 몸으로 세상에 나왔다. 회사에 업무 인수인계는커녕 책상 정리도 못한 채, 나의 두 번째 육아휴직은 그렇게 폭풍처럼 시작되었다.




아이를 인큐베이터에서 무사히 데려와 정신없는 나날을 보내던 그해 겨울, 뉴스에서 ‘우한 폐렴’ 소식이 들려왔다. 처음엔 그저 매년 지나가는 독감 중 하나겠거니 했다. 하지만 그 바이러스는 ‘코로나’라는 이름을 달고 아시아를 넘어 유럽과 미국, 전 세계를 집어삼키기 시작했다.

2020년 3월, 세상은 광기에 휩싸였다. 마스크 한 장을 사기 위해 새벽부터 줄을 서야 했고, 확진자가 되는 순간 범죄자처럼 신상이 털렸다. 사람들은 서로를 피했고 길거리는 적막만 가득했다. 세상이 이대로 망하는 게 아닐까 싶던 그때, 주식 시장이 비명을 지르며 고꾸라졌다.

2,000 포인트를 웃돌던 코스피가 단 며칠 만에 1,457선까지 추락했다. 공포는 전염병보다 빨랐다. 1,000만 원 남짓 굴리던 소액 투자자였던 나조차 그 하락장을 견디지 못하고 최저점에서 모든 주식을 던져버렸다. 200만 원의 손실보다 무서운 건, ‘주식 투자는 위험하다’는 강렬한 공포가 뇌리에 박혀버린 것이었다.



하지만 위기는 기묘한 얼굴로 기회를 데려왔다. 전 세계가 침체를 막기 위해 미친 듯이 돈을 풀기 시작했고, 금리는 바닥을 뚫고 내려갔다. 시장에 넘쳐나는 돈은 자산 가격을 미친 듯이 밀어 올렸다.

당시 나는 그 복잡한 경제 원리는 몰랐다. 그저 투자용으로 사두었던 아파트 부동산에서 “파실 생각 없으시냐?”는 연락이 빗발치는 것을 보며 피부로 느꼈을 뿐이다. 주식 창을 닫아버린 사이, 아파트 가격은 상상도 못 할 속도로 치솟고 있었다.

주식으로 잃은 돈을 부동산이 몇 배로 회복시켜 주던 그때, 나는 착각에 빠졌다.

바다 멀리 떠내려간 것이 마치 내가 수영을 한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 마냥, 부동산의 상승이 오롯이 나의 안목과 능력이라 믿게 된 것이다.

“역시, 투자는 부동산이야!”

그 확신은 내 안에서 거대한 신념이 되었고, 그것이 앞으로 펼쳐질 내 인생의 결정들에 불을 지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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