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걸까. 긴장한 걸까.
내가 처음 눈에 담은 광경은 불안감 뿐이었다.
내가 그들 만큼 할 수 있을까.
진짜 내가 대기업이라는 명판아래 기대를 충족시킬 수 있을까.
처음 그들 속에 뛰어들었을 때 나는 그저 그런 졸업조차 하지 못한 사회 초년생이였다.
여타 대기업들이 그렇듯 공채교육은 빠지지 않는다. 짧지만 긴 시간 공채합격자들과의 교육은 대학교 마지막 학기 졸업과제 제출 시즌과 같았다.
주어진 과제를 받고 허둥지둥 완성해 가는 시간들은 대학교 9학기가 시작된 것 마냥 아무런 감정도 들지 않았다.
실제로 졸업을 못했으니 학교의 연장 같은 느낌은 어찌보면 당연했다.
"서버 개발하실 분?"
과제에 조장은 필수.
누군가는 맡아야 하는 역할들을 분배하기 시작했다.
"한 명 더 서버 하실 분??"
공채가 이런 걸 줄 몰랐다. 그래도 개발자라는 직책으로 취업했는데, 자기가 뭘 개발할지 입사를 하고 나서야 알게 될 줄이야.
게다가 그게 고작 먼저 손드는 걸 줄은 상상도 못 했다.
"그럼 남은 건 앱 개발을 해야 할 거 같은데, 하실래요?."
'아니..... 남은 게 없잖아.'
선택지인 듯 선택지가 아닌 선택지.
먼저 손을 안 들었더니 남은 선택지가 없었다.
".. 네, 뭐 서버보단 화면에 바로 보이는 앱이 재밌으니까요."
거짓말이다. 앱 개발은 해본 적도 없다. 바로 보여서 재미? 그딴 게 뭔지도 모르겠다. 학부생때 했던 비중으로만 따지면 서버개발이 압도적으로 높다. 뭐 자바야 이래저래 많이 썼지만, 안드로이드는 스튜디오를 킨 적도 없단 말이다.
"그럼 분배는 다 끝난 거 같네요."
'허허.. 조졌군'
뭐 어쩌겠냐. 이미 결정이 난 것을.
내가 말을 못 꺼내서 이렇게 된 걸.
이유야 뻔하다. 확신이 없었다.
난 뭘 개발해야 되지. 이것저것 배웠는데, 도대체 뭘 개발해야 되지. 서버부터 게임개발, 하다못해 블록체인까지 내 주변에 기술이라고 불리는 모든 것들이 내 손을 거쳐갔다. 엄청 대단히 한건 아니지만, 지극히 학부생 수준에서 할 것들은 죄다 건드려봤다. 학부생 수준이래봐야, 코드 몇줄가지고 되네 마네 정도지만.
그럼에도 뭐 하나 손에 잡히는 게 없었다.
손에 잡히는 대로 결과물은 나오니까. 재미는 있었다. 근데 그뿐이다. 도저히 뭘 하며 먹고살지. 내가 미래에 뭘 만들고 있을지. 전혀 머릿속에 그려지지 않았다.
주변에서 한 명씩 취직할 때마다, 답답함만 커져갔다. 취직을 못 할 거란 걱정은 크지 않았다. 내가 취직해서 도대체 뭘 할지 고민이 더 컸다.
굉장히 수동적인 사람. 시키면 하지만, 딱히 목적은 없는 사람. 그게 나였다.
그래도 실력은 대충 있었나 보다.
대기업이라고 이름 붙일 만한 곳에 합격했다. 그리고 다시 현재.
주춤해 버린 틈에 앱개발을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