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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키듯 Jul 02. 2024

저 일하고 있습니까..?

대학은 뷔페 같은 곳이다. 돈을 내고 식탁에 깔린 걸 하나씩 가져와 먹는다. '이거 맛있다.'라는 생각에 음식을 다시 받으러 줄을 서면 주방장이 어깨를 툭툭 치며 말한다.


"두 번은 안됩니다. 준비된 게 많으니 다른 것도 드셔보시죠."


" C++ 이 좋은데..."


수업이란 게 학점을 따고 나면 더 이상 들을 수가 없다. 맘에 드는 언어를 찾아도, 맘에 드는 역할을 찾아도 수업에서 들을 수 있는 건 거기까지라는 거다.


"안드로이드 개발... 스튜디오도 안 깔려있을 건데."


그런 의미에서  회사의 주방장 너그러움을 넘어서 관대한 존재이다. 줄이 적길래 섰을 뿐인데, 최선을 다해 음식을 준다. 갈려고 하면 붙잡고 준다. 배부른거 같으면 조금 있다가 준다. 아마 뷔페를 떠날 때까지는 앱개발만 하게 될 것 같다.




공채교육이라는 이름으로 주어진 2주.

회사의 모든 인프라를 배우는 시간과 팀원들끼리 과제 시간으로 나뉜다.


엄청났다. 끽해야 깃허브만 쓰던 것과 다르게 며칠 동안 전달받은 서비스가 손가락으로 부족할 지경이다.


다행인 건지 대부분 서버나 DB와 관련된 터라 한 귀로 듣고 흘려도 무방했다. ( 열심히 들었지만 알아서 흘러갔다. )


교육을 받는 분위기는 대학 강의를 들을 때랑 크게 다르지 않았다. 큰 차이라면 아무도 늦지 않고 대 놓고 엎드리진 않는 것?

눈을 뜰 때마다 슬라이드가 바뀌는 걸 보면 졸리는 건 어쩔 수 없었나 보다.


교육은 들으면 끝이지만, 문제는 그 이후에 생겼다.

교육시간이 끝나면 퇴근 시간까지 아무도 업무란 걸 주지 않았다. 과제가 주어져 있긴 하지만, 우리 팀이 코드를 짜든 안 짜든 그 누구도 뭐라 할 사람이 없다. 처음에는 꽤 방황했다.


"우리 회사 나온 거 맞아요? 이렇게 하고 그 돈을 준다고요?"


이게 말로만 듣던 대기업인가. 돈이 얼마나 많으면 실제 돈으로 방치형 게임을 돌린단 말인가.


그렇게 생각했지만, 얼마가지 않아서 이유를 깨달았다.


회사는 자원봉사자는 아니었다. 돈 이란 게 얼마나 대단한 건지. 그 누구도 쉬지 않았다. 근무 시간이 끝날 때까지 자리에 앉아서 코드를 늘려나갔다. 혹여나 볼까 봐. 커밋 한 줄이라도 더 채우기 위해 수십 명이 있는 공간에서 키보드 소리만 들렸다.


최소한의 인력으로 알아서 회사에 적응하게 하는 법. 이번에는 돈이었다.


그래도 아직 대학에 익숙한 건지 약속이라도 한 듯 떠들어 대는 순간들이 있다. 50분 수업 듣고 10분 휴식. 뭔가 양심에 찔리지도 않으면서 적당히 쉰 거 같은 느낌. 딱 그 정도가 돈 받으면서 마음껏 떠들 수 있는 시간이었다.


만약 약속의 50분에 떠들고 있다면 회의 중이거나


"아니.. 이거 어떻게 하는 건데."


스택오버플로우님에게 배척됐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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