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 감상? 미술 비평? 미적 인식!

자주 접하면 익숙해진다!

by 나늬

언제부터였는지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그림을 그리고 시작한 지 몇 년 후, 미술관에 가는 걸 좋아하게 되었다.

미술관에서 작품을 감상하며 그 작가의 손길에 매료되는 시간이 좋았고, 작품에 대한 열정을 전달받는 느낌이었다. 캡션이나 작가노트에 제한되어 있는 작가의 이야기에 관심이 높아졌고, 그래서 도슨트와 함께 전시 관람하는 것이 익숙해졌다. 도슨트는 내가 모르는 작가의 이야기를 전해주었고, 한 편의 영화같이 작품에 담긴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 감상이 더 즐거워졌다.


로웬펠드는 '인간을 위한 미술 교육'의 마지막 장에서 '미적 인식의 발달과 미적 교육'을 제시한다. 그리고 미적 인식을 '환경에 대한 사람의 비사실적이고, 비객관적인 반응으로서의 사고이다.'라고 정의한다.


어렵다.

한글로 쓰인 문장인데 왜 해석이 바로 안 되는 것일까. 다소 생소한 미적 인식이라는 단어, 그리고 그 단어를 설명하는 문장이 어렵게만 느껴진다. 미적 인식은 미술교육의 기본 영역이자, 각자의 본성을 발견하기 위한 시도라고 덧붙여 설명한다. 비사실적, 비객관적 반응이라는 단어를 되새기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같은 작품을 보고 다른 생각을 하는 우리들. 우리는 모두 생각이 다르다.

비사실적, 비객관적 반응이란, 개인의 반응이 사실적이고 객관적이지 않다는 말이 아닐까. 그냥 주관적인 느낌이자 반응일 뿐이니까. 여기서 의문이 생겼다. 그럼 미술 감상이 아닌가? 왜 굳이 로웬펠드는 미적 인식이라는 단어를 사용했을까?

<위로 한 스푼 : 미술관> by 나늬

로웬펠드는 말한다. '미적 인식은 미술품의 감상과 혼동해서는 안된다. 미적 인식은 환경과 자기 자신을 연결시키는 가장 기본적인 방법이다.' 내 의문에 대한 답을 책에서 찾았다!! 미적 인식에는 자신과의 연결이 담겨있는 것이다. 내가 이번 박사 과정 '미술교육과 문화'수업을 통해 느낀 로웬펠드는 정말 처음부터 끝까지 자아동일화를 강조한다. 즉, 자신이 모든 미술적 활동에 중심이 되는 것이다.



교수님께서 봉투를 한 개씩 나눠주셨다. 봉투를 조심히 열어보니, 그 안에 다양한 작품이 들어 있었다. 그중 가장 마음에 드는 작품을 한 개씩 고르라고 하셨다. 보자마자 골랐다. 빨간색과 주황색이 섞인 뭐랄까 쨍한 색감에 매료되었다. 그리고 작품 속 여자의 얼굴에 그 작가만의 얼굴 표정이 담겨 있어 좋았다. 각자 고른 작품을 이야기하며, 사람마다 작품을 보는 시각이 다르다는 걸 새삼 느꼈다. 서로가 다른 작품을 골랐고, 같은 작품을 골랐다 하더라도 그 작품을 선택한 이유가 달랐다. 그리고 재미있었던 점은 그 작품을 선택한 이유에는 자신의 경험, 또는 자신의 가치관, 자신에 대한 무언가가 담겨 있다는 것이었다. 나는 색을 좋아하고, 얼굴 표정을 자신만의 스타일로 표현하는 작가를 좋아한다. 나의 선호가 담긴 것이다.

교수님께서 만약, 봉투 안의 작품에 대한 감상평을 이야기하거나, 비평을 해보라고 했으면 내용이 달라졌을 지에 대해 물으셨다. 그 질문을 듣고 로웬펠드가 왜 미적 인식이라는 단어를 사용했는지 조금은 알 것 같았다.



왜 나는 '미술 비평'이 어렵게 느껴지는 걸까? 이번 학기 수업의 기말 과제는 '미술 비평'에 관련한 연구를 하고, 소논문을 작성하는 것이었다. 평소 같으면, 어린이들과 교육프로그램을 실행하는 방향으로의 연구를 기획했겠지만, 왠지 미술 비평이라는 것이 어렵게 느껴졌다. 그래서 어린이들과의 교육프로그램으로 풀어가기는 더 막막하기만 했다. 연구 주제에 대해 미팅할 때 솔직한 이 마음을 교수님께 말씀드렸다. 그러다 뜻하지 않게 왜 어렵게 느껴졌는지, 실제로 20~30대 청년들은 미술 비평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인식을 조사해 보면 어떠냐고 하셨고, 그렇게 나의 기말 과제 연구 주제가 되었다.


2명씩 2회의 인터뷰를 진행하기로 했다. '미술 비평'을 주제로 한 시간 이상 대화를 나눌 수 있다는 것에 놀라웠다. 예상외로 대화는 술술 이어졌고, 연구 참여자들은 뜻깊은 인사이트를 나에게 안겨주었다. 게다가 놀라울 정도로 편리한 '크로버 노트'로 인터뷰 정리도 수월했다.

인터뷰 내용을 살펴보며, 미술 비평에 대해 내가 느꼈던 어려울 것만 같았던 생각이 나만의 생각이 아니었음을 알 수 있었다. 미술 비평에 대한 단어 인식을 인터뷰를 통해 얻은 문장 그대로 정리해 보면, '약간 어두우면서 딱딱하고 뭔가 날카로운 느낌', '진짜 전문가가 할 수 있는 거', '일상 속에서 쓰거나 그렇게 할 단어는 아닌'이다. 여기서 '일상 속에서 쓰거나그렇게 할 단어는 아닌'이라는 문장이 의미 있는 인사이트를 주었다.


인터뷰 초기에는 왜 '비평'이라는 단어를 사용해서 부정적인 이미지를 전해주는 걸까? 다른 단어를 사용했으면 좋지 않았을까? 등의 생각을 했었는데, 연구 참여자가 마지막으로 말한 문장이 이번 연구에서나의 결론을 제시했다.

"오늘 우리가 이야기 나눈 것처럼,

이렇게 계속 접하게 하면 그냥 감상처럼 익숙해지지 않을까요? 익숙한 비평이요."

그렇다!! 내가 느낀 어려움은 익숙하지 않음에서 왔을 수도 있다. 익숙해지면 친숙함이 올라갈까? 하는 의문으로 자료를 찾다가 '단순노출효과'를 알게 되었다.

<Paris> by 나늬


친숙성의 원리로 계속 노출되는 빈도가 많아지면 그대상에 대한 친근감이 상승하는 현상을 말한다. 이 효과를 '에펠탑 효과'라고 부르기도 한다. 초기 에펠탑을 건설할 때 300m 철탑은 도시 미관을 해치고 어울리지 않을 거라며 비난과 반감이 높았다고 한다. 결국 파리시가 20년 후 철거라는 타협 카드를 내밀고서야 완공할 수 있었다고 할 정도였다고 한다. 그러나 2년이 넘는 건립기간 동안 공사 과정을 지켜보면서 에펠탑이 눈에 익숙해지게 되었고, 완공 시에는 매력적으로 보이기까지 했다고 한다. 결국 에펠탑을 철거하려던 파리시의 계획도 파리의 명물로 자리 잡은 에펠탑을 유지해야 한다는 여론으로 현재까지도 에펠탑은 파리를 지킬 수 있게 된 것이다.

지켜진 덕분에, 나는 파리에서 그림도 그리고 에펠탑도 볼 수 있었던 셈이다.


미술 비평에 대한 나의 연구 결론에 에펠탑 효과를 끌어온 이유는 하나이다. 미술 비평이 더 많은 사람들에게 익숙해지는 것이 미술 비평에 대한 인식이 개선될 수 하나의 방법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교육에서 일상에서 미술 비평과 더 가까워지기를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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