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 속에서 살기
친한 동생이 내가 꼭 읽어봤으면 한다며 파울로코옐로의 연금술사 책을 권했다.
나를 잘 알고 있는 사람이 권유한 책이라 읽어볼 수밖에 없었다. 내가 왜 읽어봤으면 했는지가 궁금했기 때문에. 자아의 신화를 찾아가는 내용이었다. 책을 추천해 준 동생에게 이렇게 메시지를 보냈다.
“나에게 위로가 되었어. 나는 자아의 신화까지는 아니지만, 꿈을 찾는 사람이라.”
신화라고 하기에는 소소한 나의 삶이지만, 내 삶 속에서 끊임없이 꿈을 향해 가고 있던 터라 위로가 된 건 사실이다.
일상 속에서 어떤 예술 활동을 하고 있는지 교수님께서 물으셨다. 나는 그림을 그린다고 대답했다.
예술 활동이 자신에게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다시 물으셨다. 내가 그림을 그리는 행동이 나의 일상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 걸까. 우리는 어른이 되어갈수록 목적이 있는 행동을 한다. 그리고 주로 직업이기 때문에 하는 행동이 많아지는 것 같다. 그렇다면, 내가 그림을 그리는 목적은?... 나를 위해서다.
나의 무엇을 위해서? 나를 표현하기 위해서인 것 같다. 목적으로는 불분명한 느낌이고, 이득이 있을 것 같지도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왜 그림을 그리는 것인가? 에 대한 질문이 나를 향했다.
20년부터 22년까지 2년 동안 <위로 한 스푼>이라는 주제로 일상 속 나에게 위로가 되었던 순간들을 그림으로 그렸다. 지금 생각해 보면, 이때 나에게 위로가 필요하지 않았나 싶다. 꾸준하게 그리고 싶어 매주 한 작품씩 그렸었는데, 그렇게 한 주를 보내면서 위로가 되었던 내 삶의 순간을 들여다볼 수 있었고, 없을 것만 같았던 위로의 찰나가 매주 있었다는 사실에 놀라워했었다. 물론 당연히 위로도 되었다.
"나는 왜 그림을 그리는 것인가?"라는 질문으로 다시 되돌아가 그 답을 '미술'의 가치에서 찾아보고자 한다.
미술은 나를 표현하는 또 다른 언어이다. 그리고 학문이다. 내가 매력적인 학문이라고 느끼는 이유는, 나 자신이 중심이 되는 학문이기 때문이다.
내가 2년 동안 <위로 한 스푼>이라는 그림을 그릴 수 있었던 이유는 그 자체가 내 삶과 경험을 표현하는 언어였기 때문이다. 마치 대화를 나누는 것처럼.
내가 느낀 미술의 매력을 로웬펠드는 "반드시 자신의 경험에 먼저 동일화할 수 있어야 한다. 왜냐하면 표현하려는 충동은 강렬한 경험을 통해서만 오기 때문이다."라고 정리해 준다. 내가 아무런 이익이 없어도 꾸준히 그림을 그리며 내 삶의 부분을 표현하려고 했던 이유를 로웬펠드의 문장에서 찾은 것이다!!
로웬펠드의 ‘인간을 위한 미술교육’을 읽으며 마음에 와닿은 문장들이 많았지만, 특히 ‘자아동일화’는 내가 그림을 그리는 이유를 찾을 수 있어 나에게는 더 의미가 있다. 미술은 온전히 그 사람의 무언가가 주제가 되어 표현되어야 한다.
처음에는 준이도 좋아하는 애니메이션 캐릭터 그림을 위주로 그렸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 자신만의 캐릭터를 만들려고 하는 시도가 보여 신기했다. 나의 경험과 비슷해서. 최근에는 스토리가 있는 자신만의 캐릭터를 완성했다. 누구도 시키지 않았지만, 누구보다 열심히 집중해서 며칠 동안 작업했다. 자신이 무언가를 표현하고자 하는 욕구가 있었기에 가능하지 않았을까. 신기하게도 준이가 그린 캐릭터들에 는 실제로 준이가 좋아하는 것들이 담겨있다. 그림 속에 준이의 경험과 생각들이 녹아든 것처럼.
어린이를 위한 미술교육에도 로웬펠드의 자아동일화는 그대로 적용된다.
"어린이는 자신의 표현을 통해 자신이 어떻게 생각하고, 느끼고, 보고 있는가를 보여주는 것이다. 그러므로 미술활동은 어린이들에게 있어 역동적이고 통합적인 활동이다."라고.
만약 어린이가 자신의 경험에 동일화하지 못한다면,우리는 경험에 대한 동기를 부여해주어야 한다.
"넌 그 모습을 그릴 수 있을 거야."보다는 "그리고 싶은 그 모습을 한번 해 볼래?"라고 하면 어떨까.
할 수 있다는 격려보다는 실제로 자신의 경험과 동일화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방향으로 말이다.
허버트 리드는 "예술이 우리에게 영향을 미치려면, 우리는 예술 속에 살아야 한다. 우리는 그림을 보는 것보다는 그려야 하고, 연주회를 가기보다는 악기로 연주해야 하며, 예술의 형식과 원리에 우리의 모든 감각을 전념하여 스스로 춤추고 노래하며 연기해야 한다"라고 한다. 우리는 지금 어디에서 살고 있는가? 각자의 삶 속에서 살고 있다. 그 삶이 예술이 되는 순간은, 자신의 감각으로 직접 예술을 하는 순간이다. 노래를 불러도 좋고, 춤을 춰도 좋다. 사진을 찍어도 좋고, 드로잉을 해도 좋다. 그렇게 일상이 예술이 되는 소소한 일들을 시작해 보는 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