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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더분한 버마재비 Apr 17. 2023

여름밤

싸릉씨릉 싸르르르릉... 

낮 뜨거움을 모르는 척 풀벌레 뒤척이는 한 여름밤.

빨래 가득 안고 옥상에 올라보니

온 동네는 검푸른 밤이불을 덮고,

제사를 지내는 뒷집 마당의 부산함 마저 

희뿌연 밤안개가 다독다독  잠재운다.

온종일 냇가에 몸을 동동 띄우느라 젖은 옷을 턱턱 걸쳐놓고

벌레 녀석들 토해놓은 한숨까지 깊이 들이마시고 내려오니

얼마나 곤한지 녀석들 뗄레야 뗄 수 없던 게임마저 내동댕이 치고 쌕쌕 잠이 든 모양.

깨진 무릎에 빨간 약을 바르고 붕대를 감은 아들.

'그 정도 다친 것은 암것도 아녀. 그냥 물에 들어가 놀아 부러! 저녁에 소독하면 돼야.'

통 큰 어른들 말 듣고 푹 놀더니  잠결에 쓸릴세라 맨 끝에 잔다. 

잘 자라, 아그들아.

싸-릉씨-릉 싸르르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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