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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더분한 버마재비 Sep 19. 2023

非멍似멍

겅중거리던  너,

창문을 두들긴다

게  뭐 하느냐고


타닥타닥 걸음 쫓아  

물 먹은  푸른 그림 한점

자리를  옮길 때마다 얼굴을  바꿔가며

창너머 기웃거리던  너

투명우산 속  살 맞댄 걸음 쫒는다

거기  뭐 하느냐고


너는 쉼 없이 말을 걸어온다

대나무 숲길 내리막 계단에 앉아,

사그라져가는  메리골드 맥문동에  앉아,

그대  쉬어  가게나

이 냄새를  맡아봐

소나무  대나무  숨, 이 축축한  단내를


는 가을을 타고  

나는 를  타는데

너는 귓불만 만지작거린다

공감선유 안팎 갤러리

못 이긴 척    

창밖에 너를 맞는

보드라운 날들 푸른  잔디밭에  떨어져 풀잎새로  잦아들건만

느 날 하루, 시멘트 위로  튀어올라 바짓가랑이를 적신다


문득 말을  잃은 너, 분주하기만  하다

잿빛하늘 쏟아지는 어느 하루  잔디밭 푸른 그늘에 묻

어느 하루, 물웅덩이 수면 한 꺼풀 들어 그 아래  숨기

또  어느 날, 곧은 대나무 줄기  사선으로 떨어진다

너는 나에게 스며든다


나는 일어나 너른 마당 풀썩 앉아 너를  맞는다

발자국소리  들리지 않고

 걸음  바라보는 나는  멍하다

넋을 놓았다 

나는 너에게 스며든다


보송한 엉덩이 툭 털고

나오는 길,

귀 뒤에 꽂힌 멱감은 백일홍 꽃잎 한 장

난 애써 모른다

돌확에  퍼지던  물빛 파문

네 소리없는 목소리   

지금도 듣고 있을 뿐  


비묻은 가을, 돌확과 백일홍




(비 오는 오후, 공감선유에서 멍인 듯 멍이 아닌 듯, 돌아오는 길 머리에 꽃 하나 꽂고 나온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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