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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더분한 버마재비 Mar 22. 2023

진순이 출산하는 날

"끄윽 끄윽 끄이잉 끄이..."
어떻게 그 칭얼거림을 받아 적을 수 있을까?  

잿빛 하늘 아래 별다른  반짝거림 없이 집을 나섰다. 하우스 앞에  차가  들어서는데도 녀석이 고개도 내밀지 않았다.

'아! 분명 일을 낸 거야... 아니면 벌써 쪼르륵 달려 나왔을 텐데...'
늘어진 기운을 팽팽이 당기고 서둘러 들어가니 그제야 진순이가 집에서  나왔다.
"끄으윽 끼이익 끼익...."
소리를 따라 작은 개집을 들여다보니 고물고물 작고 물컹거리는 희고 검은 덩어리들이 서로 엉겨 칭얼거린다.
"아이고, 진순아! 고생했다!"
첫 출산이라 걱정스럽고 안쓰러웠는데 밤새 큰일을 해낸 것이다.

"장하다. 진순아!"
눈을 맞추고 쳐다보는데 진순이 시선이 철망 사이에 가있었다.
"오메!"

하얗고 물크덩한 한 녀석의 머리가 철조망 사이에  끼어 옴짝달싹도 못하고 가느다란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아직 물기가 남은 것이 세상 밖으로 나온 지 얼마 안 된 것 같았다. 어쩌자고 지푸라기가 깔린 산실에서 나와 이중으로 짜인 철망 사이에 머리를 들이밀었단 말인가? 진순이도 방법이 없어 보이는지  애걸복걸이다. 어찌할 바를 몰라 일단 남편에게 전화를 했다.
"진순이가 새낄  낳았어. 예닐곱 마리 되나 봐. 아! 그런데 한 마리가 철망에 머리가 끼었어!  어떡해?"
"아! 난 못 하겠어."
남편은 금방 온다고 조금만 기다리라고 했다.


그 사이 하얀 그 녀석 숨이 끊길 것만 같았다. 허둥지둥 장갑을  찾아 끼고 그 녀석을 잡아 빼냈다. 생각보다 철망에 목이 꽉 끼었다.

"아! 빼냈다!"

그런데 빼낸 순간 녀석의 가느다란 비명도 멈춰버렸다. 순간 녀석의 몸도 딱딱하게 느껴졌다. 아직 뜨지도 못한 눈이  더욱 질끈 감아 보였다.
'아! 어떡하지?'
 나도 모르게 냉정하게  지친 생명을 바닥에 떨어뜨렸다.
'아! 이런...'
순간, 진순이는 땅에 떨어진 새끼의 목덜미를 물고 지푸라기가 있는 산실 안으로  들여놓는다. 엉덩이를 핥는다.
"진순아! 너무  늦은 것 같아..."
잠깐 사이  장갑낀 손에  느껴지던  생명의  꺼짐에  내 목소리는 떨렸다. 하지만 진순이는 귓등으로도 듣지 않고 그 녀석 온몸을 핥고 요리조리 자리를 옮겨가며  자세를 바꿨다. 갑자기 산실이  아수라장이 되다. 흥분한 듯한 진순이의 움직임에 눈도 뜨지 못한 녀석들이 발에 밟히고 눌렸다.  이러다가는 한 녀석이 아닌 더 많은 녀석을 잃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키지 않는 손으로 다시 굳어버린 그 녀석을 산실 밖으로  꺼냈다. 이때 진순이가 튕기듯이 나와 다시 목덜미를 물더니 산실 깊숙이 물어 던졌다. 그리고  다시 새끼의 온몸을 핥았다.

"아직 살아 있는데?"
"정말? 아깐 뻣뻣했는데 ...

아! 다행이다!"
눈도 뜨지 않은 채 어미의  젖무덤을 찾아  엉키고 설키며 칭얼거리는  일곱 새끼들 속에서  진순이는 그 녀석을 계속  핥아주고 있었다.  


진순이 출산 소식을 듣고 어머니는 북어 미역국을 끓여주셨다.  뜨끈 뜨근한 북어 미역국을 한 냄비 정신없이 해치운  진순이는 곤하게 잔다

"끄이잉  끄이"
소리 나는  쪽으로  귀를 세운 채 ㅡ
곤하게 잔다.
일곱 새끼들에게 젖꼭지를 물린 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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