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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일호 May 18. 2018

진행중

글 쓰고 싶은 당신에게

영화 한 편을 본다.

좋은 영화는 사람을 몰입하게 만든다.

2시간 남짓의 시간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른다.

마치 긴 터널 속을 지나온 것처럼, 꿈을 꾼 것처럼.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는 중에도 자리를 뜰 생각을 안 한다.

영화를 제대로 보는 사람은 엔딩 크레딧이 끝나고 난 뒤에야 일어선다고 하지만 

그것은 영화의 감흥이 얼마나 남아 있느냐에 달려 있는 것이다.

좋은 것들은 사람을 아름답게 만든다.

그러나 좋은 것들은 역시 사람을 고통스럽게 만들기도 한다.

고통스러운 사람은 물론 내가 아니다.

단 두 시간의 영화를 만들기 위해 참여자들은 얼마나 많은 시간을 인내하고 

노력했겠는가. 

어디 그런 것이 영화뿐이겠는가. 

그림이 그렇고 음악이 그렇다. 아니, 세상 모든 것이 그렇다.

화가는 한 편의 멋진 그림을 위해서 며칠에서 몇 개월을 캔버스 앞에서

시간을 보냈을 것이다.

음악은 또 어떤가. 한 곡의 노래를 위해서 목소리를 다듬고 악기와의 조화를 맞추는데 

수 많은 시간이 걸렸을 것이다.

짧은 아름다움을 위해서 긴 시간을 필요로 한다.

글이라고 해서 예외가 아니다.

한 편의 시를 쓰기 위해 시인은 몇 번을 고치고 새로 썼을 것이다.

단지 시를 쓰는 시간뿐 아니라 생각을 다듬고 시야를 넓히기 위해 

평생을 수련을 했을 것이다.

소설은 더 말 할 나위가 없다. 수 백 장에서 수 천 장의 원고를 메우기 위해 얼마나 많은 

밤을 새워야 했겠는가.

못 쓰고 엉망이 된 자신의 글에 대해 실망하지 말아야 한다.

어차피 마지막 단 한 편의 글을 위해 가고 있다고 생각하면 된다.

평생 단 한 편의 명작을 남길 수 있으면 글쓰기는 완성되는 것이다.

그 이전의 모든 글들은 단지 연습일 뿐이다.

내가 지금 쓰는 모든 글은 연습이다. 분명히 연습이다.

꽃을 피우기 위해서는 바람도 불고 서리도 내린다.

그래도 꾸준히 뿌리는 물을 뽑아 올려야 하고 이파리는 햇빛 받기를 멈추어선 안 된다.

지금 내가 쓴 글을 받아들이는 것도 삶을 깨닫는 지혜다.

우리는 매 번 실수를 거듭하면서 살고 있지 않은가.

그 수많은 실수 중에서 글이 조금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이 뭐 그리 대수인가.

그래도 멋진 글 한 편을 쓸 기회는 여전히 우리 앞에 남아 있다.

행복하지 않은가. 기회가 있다는 것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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