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쓰고 싶은 당신에게
정리정돈
꽤 오래전에 썼던 내 글을 볼 때가 있다.
그럴 때면 숨겨 두었던 내 마음을 들켜버린 것처럼 부끄럽기도 하고
당황스럽기도 하다.
대부분의 글들이 거칠다. 마치 책받침을 받치지 않고 쓴 글들처럼.
물론 글씨체가 삐뚤어진 것이라기보다도 마음이 정돈되지 않았음을 나타낸 것이다.
10대의 반항적인 기질이 보이기도 하고 세련되지 못한 문체도 보인다.
마치 쓰레기통을 바닥에 부어버린 것 같은 느낌의 글들이 꽤 많다.
화풀이로 엎어버린 쓰레기통을 다시 주워 담으려니 일이 많아서 그냥 넋 놓고 앉아 있는 기분이랄까.
그러나 그것도 분명 나의 모습임에 틀림없다.
생각해 보자. 내가 글을 쓰기 시작하기 전, 그리고 글을 쓴다고 끄적거리던 시간들.
그리고 지금껏 계속되어 오는 끄적거림.
글은 마음을 그대로 드러낼 수 밖에 없다.
마음이 밖으로 되어서 글이라는 형태로 변환될 때는 정리, 정돈, 균형같은 것들이 필요하다.
그러나 글을 쓴지 얼마 되지 않은 때에 그런 정리가 쉽게 될 리가 없다.
마음이 여과 없이 그대로 종이에 쏟아내듯이 쓰인 글이니 그 산만함과 거침이란
말해서 무엇하랴.
그렇게 마음을 옮기는 작업이 계속될수록 글이란 형태가 만들어져 갔다.
그리고 그 글은 다시 내 마음으로 들어가 자리를 잡는다.
글 덕분에 마음의 정리도 함께 되었음은 물론이다.
이제 글을 막 시작한 사람은 그동안 자신의 마음이 글로서는 정리되지 않음을 당연하게 생각해야 한다. 방을 정리하는데도 시간이 필요하고 경험이 필요하듯이 글로 마음을 정리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처음에는 화분을 깨기도 하고 쓰레기통을 뒤엎기도 할 것이다. 그러나 곧 알게 된다. 그러한 과정들이 얼마나 필요했었는지를. 그리고 그 시간동안 자신이 얼마나 변하게 되었는지를.
내가 지난 시간 동안 쓴 많은 글들은 이런 저런 이유로 없어진 것들이 많다.
컴퓨터 하드디스크가 몽땅 지워져 버려 일 년 동안의 글들이 흔적도 없이 사라진 적도 있다.
언젠가 비가 많이 와서 가구가 물에 잠겼던 적이 있었다. 그 때는 노트가 물에 불어 걸레처럼 되어 버린 적도 있다. 그러나 그것들이 완전히 없어진 것은 아니다. 내가 지금 쓰고 있는 글속에서 유유히 흐르고 있다. 한 번 습관이 붙은 글쓰기는 내 자신의 일부가 되어 평생 내 곁에 머문다. 때로는 친구처럼, 때로는 애인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