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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일호 Jun 04. 2018

땔감

글 쓰고 싶은 당신에게 

산속에 살아본 일이 있는가.

기간은 잠시 다녀온 것 말고 몇 년 정도를 말한다.

환경도 전기도 가스도 없는 그런 산속이다.

그런 곳에서 살면 하루에 무슨 일로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겠는가.

대부분 사람이 책을 읽거나 산책을 하는 것 같은 낭만적인 일을 생각한다.

그런 낭만도 있겠지만 생각하는 것만큼 낭만이 많은 시간을 차지하지는 않는다.

가장 많이 시간을 투자하는 것은 땔감을 준비하는 것이다.

밥도 해 먹어야 하고 방도 따뜻하게 하려면 땔감이 충분히 준비되어 있어야 한다.

그래서 옛날에도 시골에서는 나무하러 가는 게 일과였다.

그렇게 나무하러 갔다가 목욕하는 처자의 옷을 숨겨서 같이 살게 되었다는 이야기는 

이미 널리 알려져 있다.

글쓰기도 마찬가지다. 

땔감이 준비되어 있으면 글쓰기 전의 고민을 많이 줄일 수 있다.

글쓰기를 위한 땔감 준비는 어떻게 하는 것인가.

우리의 생각은 멈추지 않는다. 오히려 생각을 멈추는 것이 더 어렵다. 명상을 할 때면 생각을 멈추라고 한다. 그러나 그것이 절대 쉽지 않다는 것은 해 본 사람은 알 것이다. 마치 물 흐르듯이 흘러가는 우리의 생각 중에서 어떤 것들은 감정이나 감각을 건드릴 때가 있다. 그것은 마치 흘러가는 시냇물 위의 나뭇잎과 같다. 그 나뭇잎을 건져 올리지 않으면 그냥 흘러가 버리고 만다. 그 생각의 나뭇잎을 건져 올려서 책갈피에 끼우면 시가 되고 소설이 되고 수필이 되는 것이다.

어떻게 흘러가는 나뭇잎을 건져 올리면 좋을까. 

가장 좋은 방법은 메모하는 것이다.

나도 언젠가부터 메모를 해 왔고 지금은 매우 익숙한 생활 습관으로 자리 잡았다.

이런 습관을 지니게 된 것은 나 역시 몇 번의 안타까움을 겪은 덕택이다.

너무나 멋진 생각이 머리를 스쳐 지나갈 때의 기쁨은 참으로 크다.

그러나 얼마 후 내 생각이 다시 재생이 되지 않을 때의 허무함이란 그에 못지않다.

기억이 사라져 버린 머리를 탓한들 무슨 소용이 있으랴.

여기저기에 생각이 날 때마다 적기 시작했다. 메모지, 휴대폰, 컴퓨터 등.

그것마저 없을 때는 뭔가 연관을 지어서 기억하려고 애를 썼다.

그렇게 적어 놓은 것들을 모아 놓은 책이 ‘문득, 생각이 나서’이다.

그 책의 서문에도 적어 놓았지만 그것들은 시라고 하기에는 좀 부족한 것들이 많다.

좀 더 정리를 해서 책을 만들까하는 생각도 했다. 

그러나 생각이 나의 머리를 스쳐지나가는 그 순간을 남겨 두고 싶어서 

손대지 않고 그대로 책으로 만들었다.

그래서 부제목도 ‘김단하의 짧은 메모들’로 붙였다.

부지런히 땔감을 모아 놓아라. 

글쓰기가 좀 더 편안해 질 것이고 덩달아 마음도 풍요로워 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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