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일호 Jun 05. 2018

무시

글 쓰고 싶은 당신에게

나이를 먹을수록 잔소리를 하는 것은 늘고 듣는 것은 싫어진다.

세상에 대해서 뭔가 좀 알게 되었다는 것을 나타내려 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잔소리를 덜 하고 많이 듣는 것에 익숙해져야 하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런데 글쓰기는 반대가 되는 경우가 많다.

자신의 글에 대해서 잔소리를 듣는 것은 당연하고 다른 이의 글에 대해서 잔소리를 하기는 주저하는 것이다.

가장 큰 이유는 자기의 글에 자신감이 없기 때문일 것이다.

사실 글에 대해서는 잔소리라고 하기보다는 비평이라고 하는 것이 맞을 것이다.

자신의 글이 잘 되었건 아니건 다른 이에게 비평을 듣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글쓰기 초보자일수록 낙담과 실망의 깊이가 크다.

그런 면에서는 나도 여느 초보자와 다를 바 없다.

누군가 내 글에 대해서 날카롭게 지적을 해대면 머리로는 수긍 하는데 그것이

가슴까지 도달하는 데는 한 참 걸린다.

꽤 오래전에 나도 문예 잡지에 시를 투고한 적이 있다.

그동안 써왔던 시중에서 다섯 편을 골라 다시 다듬어서 보냈다.

몇 주 동안은 혹시나 하는 마음에 기다렸지만 몇 달이 그냥 흘러버리고 말았다.

왠지 서운하기도 하고 높은 벽을 느끼기도 하였다.

내가 쓴 글들이 초라해 보이기도 하고 지금까지 써 온 것들이 다 무의미하기까지 했다.

다시 글을 쓴 것은 그것들이 기억의 저편으로 사라져 갈 무렵이었다.

그리고 10여 년 전에 지역의 한 문인으로부터 내 시들을 평가받은 적이 있었다.

역시 좋은 평가를 받지는 못했다.

무엇이 문제인지 듣고 싶었지만, 딱히 집어내서 말해 주시지는 않았다.

글이란 것이 꼭 집어내기 어려운 점이 있다는 것은 이해가 된다.

그 사이 몇 번 원고를 출판사에 보낸 적이 있기는 하지만 그리 기대도 하지 않았고 연락이 없어도 마음의 동요는 없었다.

나는 초보자일수록 평가를 무시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 평가가 자신의 글쓰기 전부를 평가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또한, 평가가 최종 결과가 아님은 물론이다.

좋은 글을 읽고 닮으려고 노력하고 계속 쓰는 것이 중요하다.

내가 몇 번의 평가에 절망했더라면 지금 이 글도 쓰고 있지 않을 것이다.

자신이 글을 쓸 때 행복하다면 그 어떤 평가도 무시해도 좋다.

그것보다 글쓰기에서 중요한 것은 없다.

평가라는 것이 객관적이지 않으며 절대적이지 않다.

평가에 나를 맞추려고 하지 말고 평가가 나에 맞추어지도록 해야 한다.

내가 쓰는 글은 나만이 쓸 수 있다.

나의 글은 나만의 고유한 스타일이다.

계속 써라 그러면 당신의 스타일에 대한 유일한 평가만 남을 것이다.


행복하라 그리고 써라.

이것이 글쓰기의 처음과 끝이다.


작가의 이전글 땔감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