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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일호 Jul 07. 2018

성장

글 쓰고 싶은 당신에게

나는 세상의 모든 것들을 글로 표현하고 싶은 욕구를 느낄 때가 있다.

실제로 내가 쓰는 글들의 일부는 그 욕구를 일부분 실현하는 것이다.

따지고 보면 모든 글들이 그럴 것이다.

자신의 감정을 표현한다고 해도 그것은 세상을 보는 내 눈과 마음과 가슴을 표현하는 것이므로 세상을 표현하고 있다고 봐도 될 것이다.

어린아이들은 자신이 보고 느낀 것을 겉으로 표현하는데 익숙하지 않다.

그래서 손짓이나 발짓을 쓰기도 하고 눈빛까지 동원하기도 한다.

글 쓰는 것도 이와 다르지 않다. 내가 느끼는 것을 표현하기 위해서 글이라는 재료를 가지고 이리저리 표현해 보는 것이다. 처음에는 힘겨울지라도 자꾸 해보고 시간이 지나면서 성장하게 된다. 어른이라도 표현에 한계를 느낄 때가 있다. 글쓰기도 계속 성장하지만 늘 한계를 느낀다. 글쓰기가 잘 안된다고 스트레스를 받을 필요는 없다. 그것도 성장하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나도 매일 글을 쓰지만 쓰기 싫을 때도 있고 머릿속에서만 맴돌고 쉽게 써지지 않을 때가 있다. 그럴 때는 완전히 쉬어버린다. 쉬는 것도 길어지면 관성의 법칙처럼 계속 쉬게 된다. 이제는 그 길이를 어느 정도 조절하는 게 가능해졌다. 그렇게 재충전의 시간을 가진 후에 다시 쓰기 시작한다. 이렇게 된 것도 내가 성장했기 때문이다. 

세상의 모든 것들을 글로 표현하고 나면 더 쓸 것이 없는 것일까. 

이런 쓸 데 없는 상상은 정말 쓸 데 없는 일이다.

세상의 모든 것들을 글로 표현한다는 것이 애초에 불가능한 일이다.

그렇지만 어디까지나 상상이니까 그것이 실현된다고 하자.

그래도 글 쓸 것은 남아 있다. 왜냐하면 시간에 따라 우리의 생각과 시각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다시 말하면 우리가 성장하기 때문이다.

책을 읽는 것도 그렇지 않은가. 젊을 때 읽었던 책을 나이가 들어서 읽어보면 또 다른 느낌이 든다. 나의 경우는 ‘호밀밭의 파수꾼’이 그랬고 ‘어느 독일인의 사랑’이 그랬다.

이처럼 시간은 우리를 변하게 한다. 내가 어떤 한가지의 사물이나 관념에 대해 평생 쓴다고 해도 내가 나이 들어감에 따라 다양한 글들이 나올 것이다. 인터넷에 보니까 어떤 가족이 매년 같은 자리에서 사진을 찍었다. 수 십 년이 지난 후에 그 사진들을 모아보니  변화의 과정이 한 눈에 보이는 것이었다. 결국 시간이란 변수가 있기 때문에 세상의 모든 것을 글로 표현한다고 해도 끝은 오지 않을 것이다. 다시 말하면 우리가 평생 쓸 글감은 널려 있다는 말이다. 가끔 나는 미발표된 시를 다시 보고 고치는 일이 있다. 그럴 때면 늘 옛날에 쓴 글들이 부끄럽게 느껴진다. 그 부끄러움은 내가 성장했다는 좋은 신호로 받아들인다. 어제보다는 오늘, 오늘 보다는 내일 나는 한 걸음 더 멀리 가 있을 것이다. 글이 나를 성장시켜 주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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