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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일호 Apr 26. 2018

수다떨기

글쓰고 싶은 당신에게

글쓰기는 수다를 떠는 것이다.
평소에 말은 잘 하는데 글을 쓰라면 힘들어 하는 사람들이 있다.
말과 글의 차이점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말은 사라지는 것이고 글은 남아 있는 것이다....
누군가와 대화를 녹음해서 글로 옮겨 적어 본 적이 있는가.
나는 그런 경험이 몇 번 있다.
지인이 박사논문을 준비하면서 녹음을 해서 나에게 녹취를 부탁한 적이 있다.
옮겨 적어 보면 말의 앞 뒤 순서가 맞지 않거나 했던 말을 반복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것뿐이 아니다. 때로는 주어가 없거나 쉼표도 없이 계속 되는 경우도 많다.
옮겨 적어 놓은 것을 보면 마치 초등학생이 글짓기를 한 것과 다름없다.
대화를 나누면서는 전혀 의식하지 않았던 문제들이 엄청나게 눈에 띄는 것이다.
우리는 대화를 나누면서 글에서 느끼는 문제들을 거의 인식하지 못한다.
대화는 문장의 구조나 완성도와는 별 관계가 없다. 상대의 얼굴을 보거나 음성의 감정을 느끼면서 듣는 경우이기 때문이다. 즉, 대화는 감정과 소통의 교환이다.
그러나 이것을 글로 옮겨 놓으면 다르다. 글에서 주는 내용을 가지고 글쓴이의 감정을 느끼게 된다. 글에 문제가 있으면 감정의 전달도 반감 되는 것이다. 글에서 주어가 빠지거나 문장이 너무 길어지면 의미파악이 일차적으로 되지 않기 때문에 감정으로 전달되는 것이 어려운 것이다. 그러면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 것인가.
글을 쓸 때는 대화를 한다고 생각을 해야 한다. 맞춤법이나 문장의 구성은 신경을 쓰지 말아야 한다. 오직 내용에만 중점을 두고 써야 한다. 자신의 앞에 친구가 있다고 생각하라. 그리고 그 친구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한다고 생각하라. 멋진 시를 쓰고 싶으면 자신의 느낌을 사랑하는 사람에게 전해 준다고 생각하면 된다. 친한 친구를 만나면 카페에 앉아서 몇 시간이고 떠들 수 있는 것은 왜 그럴까. 형식과 내용에 구애 받지 않고 하고 싶은 대로 이야기 할 수 있어서 그런 것이다. 그런데 자신의 불만사항을 적어서 상사에게 제출한다고 생각해 보라. 친구만큼 자유롭게 말이 나오겠는가. 언젠가 적어 보았을지도 모를 반성문을 생각해 보자. 자신의 억울함을 적으려는데 단 몇 줄 밖에 적지 못 한 적은 없는가. 그 억울함을 친구에게는 어떻게 이야기 했는가. 글을 쓸 때는 단어, 문장, 문법, 형식에 구애 받지 말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결코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적을 수 없다. 
많은 글쓰기 책들이 구성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결론을 어떻게 써야 하는지, 어떻게 이야기를 끌고 나가는지에 대한 내용으로 가득 차 있다. 결코 그런 것들은 글쓰기의 본질이 아니다. 그것은 마치 영어문법책을 다 보고 회화책을 다 보고 나면 외국인을 만나서 말을 걸어보려고 계획하는 것과 같다. 글쓰기에 대한 이론은 글을 쓰다보면 익숙해지고 습관화 되면서 저절로 체득되어 지는 것이다. 따라서 쓰기가 먼저이고 이론은 나중이다. 사실 이론이라는 것도 존재하지 않는다. 그래도 알고 있으면 좀 나아지지 않겠는가라는 생각을 할 수 있다. 물론이다. 그러나 생각만큼 그렇게 많이 나아지지는 않는다. 그렇게 따지면 국문학과 교수님들이 글은 가장 잘 써야 하지 않겠는가. 글쓰기는 수다를 떨듯이 하라. 글쓰기의 본질은 수다이다. 
말하고 싶은 날은 글을 쓰자. 글로 수다를 떨어보면 재미있다. 보는 사람도 읽어 주는 사람도 없기 때문에 험담을 해도 좋고 욕을 해도 좋다. 얼마나 생생하고 활기 넘치는 글이 되는가.
그런 글은 작가들도 부러워하는 글이다. 글을 쓰다보면 자유롭고 싱싱한 글이 그리울 때가 있다. 이미 굳어버린 작가들의 뇌세포로는 도저히 쓸 수 없는 것들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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