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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반백수 김한량 Sep 24. 2023

물욕이 사라질 줄 알았다

D+18 포르투갈길 18일 차 

✔루트 : 포르투관광 

✔️하루 요약 : 물욕이 사라질 줄 알았다.







아침 7시가 되니 다른 사람들이 아침을 먹고 움직이는 소리가 들렸다. 잠이 깼지만 몸이 무거워 일어날 수 없었다. 오늘 쉰다는 것에 긴장이 풀린 건지 평소 아침보다 더 선명하고 몸 각 부위의 근육통이 선명하게 느껴졌다. 간단히 스트레칭을 해주고는 다시 잠에 들었다. 다시 눈을 뜨니 10시쯤 되어있었다. 가장 먼저 커피를 타고 어제 식당에서 포장해 온 빵에 버터를 발라 아침으로 먹었다. 원래도 버터를 좋아하지만 여기 버터는 짭짤한 게 정말 맛있다.


오늘도 나름 머리도 빗고 비비크림도 발라 꾸몄지만 빼박 순례자룩이다. 관관용 옷을 하나 사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지만 내일이면 바로 후회할 것 같아 고민되었다. 사는 것은 모두 내 어깨의 무게가 되고 오는 길에 여러 덜어내고 왔기에 큰 도시에 와도 물욕이 안 생길 줄 알았다. 본래는 성당 구경을 가기 위해 나선 길이었다. 그런데 예뻐 보이는 것들이 많아 모든 가게에 다 들려 구경했고 10분이면 도착할 성당에 2시간 만에 도착했을 땐 새로 산 옷과 함께였다. 아마 내일이면 후회할 텐데 오늘의 나는 행복했다. 



형형색색의 옷들이 모두 예뻐서 마음 같아서는 다 사고 싶었다




그리고 결국 구매한 옷! 옷처럼 내 마음도 화사해졌다





포르투에 방문할 곳은 많이 있었지만 하루를 여유롭게 보내고 싶어 목적지 없이 그냥 걸었다. 골목 하나하나 예뻤다. 특히 도우강으로 내려가서 보는 자연과 도시의 조합은 정말 아름다웠다. 배가 고프진 않았지만 강가의 레스토랑에 앉아 햇살과 풍경을 즐겼다. 앉아 있다가 갈매기 똥을 맞아 주문한 수프를 교체받아야 했다.




포르투 사랑해!!!



저녁 시간의 도우루강




도시를 제대로 즐기기에 하루는 너무 부족하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틀도 부족할 것 같다. 하루 더 있다 갈까도 생각했지만 관광이 목적은 아니니 그냥 걸을까 싶기도 했다. 결정하기 힘들었다. 원래는 아라비다 다리까지 가고 싶었지만 미국인 가족과 저녁을 먹기로 한 7시가 다 되어서 왔던 길을 되돌아갔다.


도착한 식당은 꽤나 고급스러운 곳이었다. 가격이 비싸 나 혼자였다면 선택하지 않았을 곳이었지만 덕분에 맛있는 음식을 먹을 수 있었다. 나는 스타터로 피망 구이와 메인으로 문어요리를 주문했다. 포르투갈음식은 올리브오일이랑 소금을 주로 한 음식이라 소스 맛이 진한 음식을 좋아하지 않은 내 입맛에 딱이다. 음식들은 감동적으로 맛있었다. 문어가 이렇게 부드러운 고기였다니 매 조각을 감탄하며 입에 넣었다. 


이 아름다운 도시에서 혼자 저녁을 맞았다면 쓸쓸했을 것 같다. 이렇게 함께 만나 도시에 대한 감상을 나누고 맛있는 음식을 함께 먹을 사람들이 있다는 것에 정말 감사했다. 숙소로 돌아가는 길에 맞은 너무 덥지는 않고 약간 쌀쌀한 저녁 공기, 아름다운 도시에 뭍은 조명과 유난히 파란 밤하늘까지 모든 것이 완벽했다. 내가 오늘 만난 모든 것에 감사하고 행복했다. 






숙소에 돌아온 후 와인 한 잔을 하며 순례길을 걷다 오랜만에 맞은 큰 문명도시에 대한 이질감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내일 어디로 갈지, 아니면 포르투에서 하루를 더 묵을지 결정하지 못했지만 하루의 피로에 바로 잠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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