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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반백수 김한량 Oct 24. 2023

순례길 off, 유로파 마라톤 On

D+21 포르투갈길 21일 차

✔️하루요약 : Aveiro 도착


올해 목표 중 하나가 10km 마라톤 완주이다. 러닝은 작년에 처음 시작했다. 걷기부터 시작했는데 처음에는 5km 정도 걷는 것만으로도 손가락이 퉁퉁 부었었다. 이후에 런데이 어플을 통해 30분 달리기 도전으로 시작해 작년 말쯤에는 5km 정도 달릴 수 있는 체력이 생겼다. 그럼에도 10km 달리기라는 목표를 정했을 때는 실현 가능성이 미지한 꿈이었다.


마라톤 대회는 봄에 많이 열린다. 갑자기 결정한 산티아고 행에 마라톤 대회에 참가를 못 하는 것에 내심 아쉬워 하던 중이었다. 걷다가 쉬기 위해 방문한 카페에서 포르투갈에서 열리는 마라톤 홍보포스터를 발견했다. 아! 그렇다 마라톤은 여기에도 있겠구나! 타이밍만 잘 맞으면 지나가는 길에 있는 도시에서 마라톤을 참가할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아쉽게도 내가 지나가는 도시에는 없었지만 순례길에서 멀지 않은 Aveiro라는 도시에서 열리는 유로파 마라톤을 찾게 되었다.




어제 부상으로 생긴 근육통은 그대로였다. 똑바로 걷는 것도 힘들었기에 마라톤에 참가를 할 수 있을까 걱정이 되었다. 마라톤 전 이틀 정도 쉬는 날을 계산했었기에 일단 계획대로 Aveiro로 이동하여 상태를 보기로 했다. 기차를 타기 위해서는 Barcelos라는 도시로 이동을 해야했다. 현재있는 바닷길에서 내륙길로 이동을 하려면 지나가야 하는 도시였기에 이 이동은 여전히 나에게 순례길의 한 부분으로 느껴졌다. 버스나 택시를 타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다리 부상 때문에 걸을 수도 없는 상태였다. 그래서 히치하이킹을 하기로 했다. 마을에 있던 대형 슈퍼 앞에서 장을 보고 나가는 사람들에게 혹시 Barcelo를 지나쳐 가는지 물었다. 지금 생각하며 너무 당연하게도 그들은 이 마을에 사는 사람들이었다.


'주유소에 가 봐.' 보통 멀리 이동하는 사람들이 주유소에 들리지 않을까?'


주유소는 텅텅 비어있었다. 조금 기다리다가 포기하고 도로로 가야겠다 생각 할 때쯤 큰 캠핑카 하나가 들어왔다. 한 커플이 있었다. 그들에게 나의 사정을 번역한 휴대폰 화면을 보여줬다. 그들은 내가 가는 곳을 지나가지 않는다고 했다. 고맙다고 말한 뒤 뒤돌아 가는데 그들이 나를 불러 세웠다. 아마 절뚝 거리는 나의 발걸음이 신경이 쓰였나 보다. Barcelos에 데려다 주겠다고 했다. 연신 고맙다는 말을 하며 그들의 차에 올라 탔다. 아니, 그들의 집에 올라 탔다.


그들은 수년 째 이 차에서 생활을 하고 있다고 했다. 유럽 전역을 돌아다니며 말이다. 여행을 좋아하는 나에게 그들의 삶은 완전 드림라이프처럼 들렸다. 그들에게 물이나 세금같은 세세한 질문들을 했다. 아직 궁금한 게 많았지만 어느새 Barcelos에 도착했다.




맨날 걷기만 하다가 기차를 타니 기분이 정말 이상했다. 무거운 배낭없이 가벼운 차림으로 다니는 사람들도 낯설었다. 아마 이들에게는 내 몰골이 제일 이상했겠지만 오랜만에 보는 문명인의 행색들을 구경하느라 바빴다. 기차는 정말 말도 안 되는 빠른 속돌로 도시들을 이동했다.




Aveiro 역에 도착하자마자 너무 신났다. 마라톤을 알리는 현수막으로 도시가 가득 채워져 있었기 때문이다. 너무 설레여서 다리가 아픈 것도 잊고 한시라도 빨리 참여키틀를 수령하기 위해 빠른 걸음으로 유로파사무국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마라톤 현장을 보니 더 설레서 미소를 감출 수가 없었다.



숙소에 도착하니 마라톤에 참가하기 위해 모인 사람들이 많았다. 선수 대기실에 온 기분이 들면서 더 설렜다. 큰일이다. 너무 설레여 버려서. 못 뛰면 정말 아쉬울 것 같다. 제발, 제발, 마라톤 당일에는 통증이 사라지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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