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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반백수 김한량 Oct 26. 2023

기대치 않은 보물창고, Aveiro

D+22 포르투갈길 22일 차

✔️#Aveiro관광






난 인복이 많은 사람이다. 어젯밤 부상 당한 다리를 부여잡고 마사지와 스트레칭을 하고 있었다. 도미토리의 같은 방을 쓰게 된 사람과 대화를 나누며 마라톤을 앞두고 부상을 당한 답답한 심정을 이야기했다. 


"거기를 마사지하면 안 돼" 


놀랍게도 대화를 나누던 사람은 전문 물리치료사였다. 신을 만난 기분이었다. 나는 더 열심히 내가 아픈 곳을 설명했다. 그는 나에게 마사지를 해야 할 곳을 설명하다가 답답했는지 직접 근육을 풀어주기 시작했다. 말도 안 된다. 물리 치료사에게 직접 마사지를 받고 마사지 비법을 전수받다니. 난 정말 운이 좋은 사람이다. 그는 내가 혼자서 할 수 있는 마사지법까지 전달해 주고 침대로 돌아갔다.


사람들 기척에 밤새 몇 번 잠에서 깼다. 그중 인상 깊었던 건 아마 벽 너머 내 옆에서 자고 있을 옆 방 사람의 코골이였다. 그 소리는 나에게도 선명하게 들렸는데 옆 방 사람들은 엄청 괴롭겠다 싶었다. 새벽 일찍 나가는 사람들의 짐 싸는 소리에 몇 번 더 깼지만 최대한 많이 자고 싶은 마음에 다시 눈을 감았다.


9시쯤 조식을 먹기 위해 일어났다. 오랜만에 맞이한 조식이 반가웠다. 요거트, 바나나, 시리얼 등 먹을 수 있는 건 다 챙겨 먹었다. 오늘은 최대한 움직이지 않는 게 목표였기에 다시 침대로 돌아왔다. 지난밤 물리치료사 친구가 알려준 방법으로 다리를 마사지하고 스트레칭을 해주었다.


11시쯤 되니 조금 걸어봐도 좋겠다 싶어 짐을 챙겨 밖으로 나왔다. 다리에 통증은 남아있었지만 똑바로 걸을 정도가 되어서 기분이 좋았다. 다리 근육을 스트레칭해준다는 느낌으로 천천히 걸었다. 검색해 보니 Aveiro에 흥미로운 박물관이 있어서 방문해 보기로 했다. 박물관 가는 길에 강가를 타고 도시 구경을 할 수 있는 보트가 있었는데 Aveiro가 포르투갈의 베네치아라는 말을 들어 한 번 타봐야겠다 싶었다. 날씨도 좋고 하늘이 예뻐 기분이 좋았다.




보트를 타고 여유롭게 도시를 구경하고 나니 어느 정도 도시의 윤곽이 보였다. 박물관은 가까운 곳에 있었지만 도시를 그냥 걸었다. 여러 기념품샵도 구경했다. 이후 도착한 첫 번째 박물관은 Museu de Arte Nova였다. Aveiro의 아브루보 양식의 역사를 잘 설명해 두었는데 포르투갈어로만 적혀있어서 어설픈 번역에 의지해서 봐야 했다. 다음에는 Aveiro 도시 박물관에 갔다. 이 지역 전통의상부터 소금제조업의 발전까지 여러 전시물이 있었다.





다음에는 복녀 요한나가 머물렀던 수녀원에 세워진 Aveiro Museum에 갔다. 그냥 시간이 남아서 간 건데 예상치 못하게 들어가자마자 압도당했다. 각 공간 자체가 하나의 아름다운 예술 작품이었고 성당 안 조각 하나하나가 살아있는 느낌을 받았다. 그 모든 게 묘하게 완벽한 균형을 이루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첫 공간에 들어가 한참을 숨 쉬는 것을 까먹고 서 있었다.



또한 이 박물관에는 15세기-18세기에 만들어진 페인팅과 조각품들이 많이 전시되어있었는데 복녀 요한나의 이야기를 담은 작품들이었다. 미술에 대해선 잘 모르지만 그냥 모든 작품이 너무 압도적으로 아름다워서 몸에 전율이 돋았다. 작품을 볼 때마다 우와 하면서 봤다.


18세기 작품으로 들어섰을 때쯤 박물관 불이 꺼졌고 벌써 문을 닫을 시간이 되었다고 했다. 시계를 보니 벌써 4시간이나 지나 있었다. 다음 날이 있다면 다시 오고 싶은 마음이 들 정도로 모든 작품이 정말 좋았다. 거기에다 역사가 남아있는 과거 수녀원 건물이 작품들의 숨을 더 잘 전해주는 것 같았다. 너무 아쉬운 마음에 담당자에게 조금 졸라서 차마 못 본 성당 2층 공간을 짧게 보고 나왔다.






개인적으로는 포르투갈에 있으면서 갔던 여느 대성당(리스본 포르투 대성당 밖에 못 가봤지만), 박물관 중 최고였다. 사진으로 담기지 않은 압도되는 에너지가 있었는데 형언하기는 힘든 것 같아. 이 박물관에 가기 위해서 Aveiro를 방문하는 것도 큰 가치가 있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숙소에 돌아와서 간단히 밥을 먹고 내일 마라톤을 위해 또 스트레칭과 다리 마사지를 해준 뒤 9시쯤 일찍 잠에 들었다.


두근 세근 네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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