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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반백수 김한량 Nov 15. 2023

어떻게 하면 효율적으로 걸을 수 있을까

D+28 포르투갈길 28일 차

✔️루트 : Mos - Pontevedra (약 30km)

✔️걸은 시간 : 약 7시간







이제 산티아고까지 100km도 남지 않았다.


길에서 만난 사람들이 하는 기본 질문이 있다. 



어디에서부터 걸었어? 

건 지 얼마나 됐어? 

오늘 어디까지 걸을 거야?



나 같은 경우는 계획 없이 걷는다. 걷다가 점심즈음에 컨디션 확인한 후 머물 동네를 정한다. 웬만해선 숙소도 미리 예약하지 않는다. 대충 동네에 침대가 몇 개가 있는지 확인하고 도착하기 한 시간 전에 남은 침대가 있는지 묻는다. 다들 이상적인 순례 방식이라고 말하지만 사실은 배터리가 닳을 때까지 걷자는 전략이다. 요 며칠은 이 방법이 효율적인가 싶다. 쉴 때 제대로 쉴 수 있게 주 5일제 도입을 해야 하나? 리스본에서 하루도 안 쉬고 꾸준히 15-20km 걸었다는 순례자들의 방법을 도전해볼까 싶기도 했다. 


나의 걷기 방식에는 장단점이 있다. 딱히 꼭 가야 하는 목적지가 없기에 중간에 마주친 아름다운 순간을 충분히 즐길 시간 적 마음 적 여유가 있다. 반면 오늘 너무 천천히 걸은 건 아닌지, 오늘 잘 곳이 없으면 어쩌지라는 불안을 마음속에 조금은 가지고 걷는다. 오늘도 그랬다. 
어제 6km만 걸은 것이 마음에 걸렸다. 오늘은 못해도 20km는 걷자 싶었다. 어제 충분히 잔 덕분에 컨디션은 나쁘지 않았다.




어느 순간 걷기 자체보다는 산티아고에 도착하는 것에 집중을 하고 있다. 꼭 타야 할 비행기가 있는 것도, 산티아고에 꼭 도착해야 할 이유도 없는데 말이다. 
한 달 정도 걷다 보니 많이 지쳐서 빨리 이 길을 마무리 짓고 싶은 마음이 든다. 사실 지금 힘들면 지금 쉬어도 되는데 왜 굳이 산티아고에서 쉬고 싶을까. 아무것도 정해진 게 없는데 참 이상하다.


만나는 순례자들에게 이런 나의 마음을 고백했는데 다들 비슷한 것 같았다. 많은 순례자들이 빨리 도착해서 남은 날들을 쉬고 싶은 마음에 하루에 최대한으로 가능한 거리를 걷고 있었다. (물론 그들은 돌아가는 비행기가 확실히 정해져 있다.) 나만 그런 건 아니 구나하니 괜히 위로가 됐다. 걷다 보니 오늘은 30km 정도를 걸었다. 역시 마음이랑 몸은 따로 논다.




오늘은 숙소에 도착하자마자 미용실에 들러 머리를 잘랐다. 감은 머리를 말릴 새도 없이 잠이 들어 감당이 안 되는 레이어를 똑 단발로 잘랐다. 
언어 때문에 걱정했는데 마음에 드는 머리가 나와서 기분이 좋아졌다. 가격도 12유로로 저렴했다. 역시 싱숭생숭한 마음에는 미용실이 최고다. 새로운 헤어스타일에 금세 기분이 좋아졌다. 신나는 마음으로 슈퍼마켓에 갔다가 너무 많은 음식을 사버렸다.  


돌아온 숙소에서 바닷가길에서 만났던 말레이시아 순례자 그룹을 만났다. 다른 길을 선택했기에 만날 거라 생각 못 했기에 더 반가웠다. 순례길 위에서는 한 번 만난 얼굴들이 이렇게 반가울 수가 없다. 우리는 와인 한 잔을 하며 늦은 저녁까지 대화를 나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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