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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반백수 김한량 Nov 18. 2023

순례길의 끝에서 맞는 또 다른 시작

D+32~37 산티아고 휴식





산티아고 도착할 때까지 중세시대까지 세상의 끝이라 믿어졌다는 피니스텔라와 묵시아를 갈지 안 갈지 결정을 하지 못했다. 산티아고콤포스텔라 앞에 도착했을 때 해냈다는 기쁨보다는 북쪽길 가기 전에 회복이 필요하다는 감정이 더 컸기에 아직은 세상의 끝을 볼 준비가 안 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단 원래는 2일 밤을 예약했지만 체크인을 하며 하룻밤을 더 예약했다.







도착한 후 이틀은 순례길 위에서 만난 이들과 우리의 완주를 기뻐하기에 바빴다. 밤에 숙소에 돌아와 포르투갈길 여정을 일기장에 정리하고 사진까지 인스타에 올리는 것까지 마친 후에야 하나의 여정이 끝났다 싶었다.


묵은 피곤감이 올라왔다. 3일 차에는 계속 잠만 잤다. 밤에는 발뒤꿈치의 통증에 잠에 깼다. 계속 마사지를 해주고 크림도 발라줬지만 아파서 다시 잠에 들 수 없었다. 소염진통제를 먹고 몇 시간 후에야 잠에 들 수 있었다. 상태를 보니 며칠은 더 쉬어야 할 것 같아 호스텔을 이틀 더 예약했다.


4일 차엔 북쪽길 가기 전에 정리할 일들을 처리했다. 귀국행 비행기를 변경하기 위해 항공사에 연락을 했다. 원래 비행기표를 바꿀 걸 예상하고 일정변경이 가능한 티켓을 산 건데 생각보다 비용이 비싸 당황했다. 며칠 더 알아볼까 싶었지만 이걸 가지고 계속 신경 쓰고 싶지 않아 그냥 결제했다. 산티아고에서 이룬으로 가는 버스와 산티아고에서 마드리드에 가는 비행기표까지 예매했다.


다시 순례길에 오르기 위한 회복이 우선이었기에 최대한 걷지 않기 위해 노력했지만 도시를 걷다 보면 금방 2만 보가 넘어섰다. 가민시계는 ‘쉴 거면 제대로 쉬어!’라고 알람을 보내왔다. 하루는 우연히 성당에서 하는 콘서트를 발견했다. 아르헨티나 출신 뮤지션의 공연이었는데 아름다운 성당에 울리는 여러 타악기 소리가 잘 어울렸다. 공연이 끝나고 걷는 산티아고 구도시의 밤은 정말 아름다웠다.



하루에 한 번씩은 대성당 스퀘어에 막 산티아고에 도착한 순례자들을 구경하러 갔다. 이곳의 시간은 기쁨과 환희로 가득했다. 이곳의 시간은 특별한 그 순간 안에 멈춰 있었다. 이제 막 순례길을 시작하려는 시점에서 순례길 끝의 환희를 보고 있자니 시간이 반으로 접힌 느낌이 들었다.



산티아고에서 6일을 쉬고 오늘 오후에 이룬으로 떠난다. 버스로 12시간 이동하여 아침에 도착하면 바로 걸을 예정이다. 두 번째 맞는 순례길에는 어떤 시간들이 기다리고 있을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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