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반백수 김한량 Nov 20. 2023

빌바오 미술관 투어

D+51 북쪽길 9일 차 

✔️루트 : 빌바오 휴일




그 동안 못 먹은 야채들을 잔뜩 샀다. 파티다!!



구겐하임미술관을 가기 위해 하루 쉬기로 했다. 운이 좋게 미술관 오픈데이여서 입장료를 내지 않고 들어갈 수 있었다. 온라인으로 미리 10시 예약을 해두었다. 미술관이 가까웠기에 슈퍼마켓 오픈 시간인 9시에 장을 잔뜩 봐왔다. 걸을 때는 바로 먹어 해치울 수 있는 걸 선택하다 보니 간단한 걸 먹게 된다. 그래서 쉴 때는 평소에 먹지 못 하는 걸 해놓고 몇 끼니를 해결하는데 주로 야채를 고르게 되는 것 같다. 이것저것 먹고 싶었던 걸 사다 보니 20유로 넘게 장을 봤다. 오늘 빌바오 시내를 돌아다니면서 씹을 수 있는 당근과 셀러리를 가방에 챙겨 구겐하임 미술관으로 향했다.





DDP를 연상시키는 이 거대한 미술관에서는 공간마다 다른 전시가 진행되고 있었다. 호안 미로의 전시가 가장 궁금했기에 먼저 들렀다. 호안 미로 전시는 정말 좋았다. 특히 초상화 작품들이 좋았는데 (제목에 초상화라고 쓰여있지 않았다면 절대 알아보지 못했을 것이다.) 생각해 보면 나도 누군가를 인식할 때 사진처럼 대상에 관한 모든 물질적 요소를 기억하는 것이 아니라 나에게 강렬하게 남는 몇 가지 요소로 기억한다. 나는 사진이나 영상으로 세상을 기록하고 기억하는 데에 너무 익숙해서 생각해 본 적이 없는데 오히려 내가 사진처럼 기억한다는 것이 나의 착각이고 초현실주의라 불리는 이 작품들이 더 현실적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작가의 작품들을 보며 내가 세상을 인식하고 기억하는 방식에 대해 돌이켜 보았다.



 











미술관이 너무 커서 중간에 잠시 밥을 먹으러 나갔다가 돌아와서 나머지 전시를 봤다. 다른 전시들도 나쁘지 않았지만 건물 자체가 하나의 훌륭한 작품이라 공간을 보는 데에 더 많은 시간을 보냈다. 기이한 건물의 형태가 만들어 낸 공간 내부의 콘트라스트가 재미있었다. 나중에 같은 숙소에 묵은 다른 순례자가 건물의 내부가 별로였다는 이야기를 했는데 나는 반대로 외부보다 내부가 참 매력적이라고 느껴졌다. 







이후에는 빌바오미술관에 갔다. 이때쯤엔 피곤해서 제대로 작품들을 즐길 수 없었다. 수많은 작품 중 안타깝게도 작업을 미완성으로 남기고 작고하신 Toni Serra라는 작가의 미디어아트 작품이 좋았다. Asemanastán이라는 제목의 작품이었는데 빛을 매개체로 현실과 비현실을 넘나드는 그의 언어가 재미있었다. 이 작품을 보며 내가 평범하게 흘려 보내온 순례길 위에서 만난 종교적 역사적 풍경들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되었다. (이 작품은 작가가 남긴 시나리오와 푸티지를 바탕으로 동료들에 의해 완성되었다고 한다.) 몽환적인 영상을 보고 있자니 몸과 마음이 더욱 이완되면 피로감이 확 올라왔다. 더 돌아다니는 것은 포기하고 바로 숙소에 돌아갔다. 


오늘을 휴일이라고 명명했지만 사실 아주 피곤한 하루였다. 1일 2 미술관은 완전 무리이다. 1일 1 전시가 적당한 것 같다. 아침에 잔뜩 사둔 야채들로 샐러드를 만들어 먹고 일찍 잠에 들었다. 



매거진의 이전글 이렇게 살다 죽는 것도 괜찮은 것 같아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