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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반백수 김한량 Nov 23. 2023

아름다운 항구도시 Portugalete

D+52 북쪽길 10일 차

✔️루트 : Bilbao - Portugalete (약 21km)

✔️걸은 시간 : 6시간





안녕 빌바오!



지붕이 너무 예뻐 검색해 보니 병원이다



도대체 가민의 모닝리포트를 믿을 수가 없다. 아침에 눈을 뜬 후 ‘오늘 좀 컨디션이 괜찮은데?’ 싶으면 회복이 안 됐으니 휴식을 취하라 하고 ‘오늘 너무 피곤하다…’ 싶으면 회복이 잘 됐다고 트레이닝을 하라고 한다. 오늘 아침엔 푹 꺼진 매트리스에서 이틀 밤을 지내고 난 후여서 컨디션이 별로인 상태였는데 가민은 ‘회복 상태 나쁘지 않아! 장거리 달리기를 해보는 건 어때?’라고 했다. 웃긴 건 이 리포트를 보고 내 컨디션이 기분인 건지 실제 상태인 건지 나 조차도 헷갈렸다는 것이다. 뭐 진실이 어쨌든 걸어야 한다는 것에는 변함이 없으니 길게 생각하지 않고 나갈 채비를 했다. 어제 만들어 놓은 샐러드와 빵으로 아침을 먹고 10시부터 걷기 시작했다.


원래도 계획 없이 출발하지만 오늘은 너무 생각이 없었나 보다. 빌바오 도심에서 나오자마자 커피가 마시고 싶었는데 10km 이내로 카페가 없었다. 빌바오에서 카페에 들렀다 올 걸. 카페인 충전이 안 되니 괜히 힘이 없었다. 컨디션이 정말 별로였다. 5km쯤 걸었을 때쯤엔 이미 너무 피곤해서 벤치에서 낮잠을 잤다. 얼굴에 비추는 햇살이 좋았다. 맘 같아선 여기에서 푹 자고 싶었지만 허리가 아파오기 시작했다. 저렴한 호스텔을 다니다 보면 아주 질이 안 좋은 스펀지로 된 매트리스에서 자게 되는 경우가 많은데 빌바오에서 묵은 숙소가 그랬다. 허리가 푹 꺼져서 허리가 아파 밤새 깼다 다시 잠들기를 반복했다. 


빌바오로 돌아갈까 아주 잠시 고민했다


비몽사몽 한 상태로 걸으며 알베르게를 찾아보았다. 5km 정도를 더 걸으면 마을이 하나 있었는데 알베르게가 연 건지 아닌지 확실치 않았다. 숙소를 잡는 것도 중요했지만 제일 중요한 것은 카페인 충전이었다. 마을에 도착하자마자 바로 카페에 들렀다. 커피 두 잔과 오믈렛 두 개를 순식간에 해치웠다. 이 모습을 보던 옆 테이블 사람이 자신의 가방에 있던 하몽과 바게트를 주고 갔다. 처음에는 공짜 음식이라 활짝 웃으며 행복하게 받았는데 나중에 걸으며 내가 그렇게 불쌍해 보였나 싶었다.


도착한 알베르게는 스포츠센터에서 운영하는 곳이었다. 무슨 사정인지 지금은 운영을 안 한다고 했다. 정말 힘이 없었기에 좌절했다. ‘나 너무 피곤해… 더 못 걷겠어. 나 침낭도 있어서 바닥만 있으면 되는데 여기에서 자고 가면 안 될까?’라고 구글번역기를 통해 직원들에게 사정했다. 직원들은 계속 ’Portugalete’만 반복해서 말했다. Portugalete는 10km를 더 가야 하는 마을이었다. 대안이 없기에 별 수가 없었다. 빼박 걸어야 했다. 



커피를 마시고 다시 씩씩하게 출발~!


도착 전부터 눈을 의심하게 만드는 Portugalete의 절경!



오잉? Portugalete는 기대치 않게 너무 예쁜 도시였다. 빌바오보다 훨씬 예뻤다. 이런 곳에서 하루를 더 쉬었어야 하는데! 도시에 도착하고 나서야 급하게 숙소에 전화를 돌렸는데 다 방이 꽉 차 있었다. 그래도 운이 좋게 한 숙소에 침대가 있다고 해서 갔다. Nervión 강 바로 앞에 자리한 오래된 건물의 호텔이었는데 정말 예쁜 강가 뷰 더블룸에서 혼자 묵을 수 있었다. 오랜만의 싱글룸! 오랜만의 편한 침대! 너무 행복했다. 씻자마자 마을 구경을 다녔다. 비즈카야 다리가 진짜 신기했는데 도로의 차들이 다리에 달린 곤돌라로 강을 넘어갔다. 나중에 찾아보니 곤돌라로 사람과 차를 옮긴 세계 최초의 철교라고 한다.



정말 오래된 듯한 호텔! 역사 속 인물들이 이곳에 머물렀던 때를 상상하게 한다



차를 옮기는 다리는 생전 처음 본다.
나도 축하해 생일~!ㅎㅎ


바닷바람 때문인지 코로나에 걸린 후 아직 그치지 않은 기침이 유난히 심해 아쉬운 마음으로 금방
 숙소에 들어왔다. 오래된 숙소는 생각보다 많이 추워서 가지고 있는 옷을 모두 다 껴입고 침낭 속에 들어가야 했다. 호텔 바로 앞에 있는 바에서 술 마시는 사람들 소음 때문에 1인실이지만 다인실 같은 느낌이다. 그래도 스프링이 있는 매트리스에서 잘 수 있어서 너무 행복하다.



내일 먹을 도시락 제조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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