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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의 규칙

브런치작가©기이해

by 기이해

브런치작가©기이해

게임의 규칙


“아빠, 나는 요다가 너무 좋아요!”


이제 막 다섯살이 된 아들 벤은 얼마전 개봉한 스타워즈에 나오는 요다를 생각하며 운전을 하고 있는 아빠 이안에게 집으로 가는 차 안에서 계속 요다 이야기를 풀어놓고 있었다.


집에 막 도착했을 때 엄마 리즈는 가족들이 바로 점심을 먹을 수 있도록 준비를 하고 있었고 벤과 벤의동생 잭은 각자의 방으로 들어가더니 피곤했는지 잭은 곧바로 잠이 들기 시작했고 겉옷만 방에 벗어놓고나온 벤은 자신이 가지고 있던 다스베이더 가면과 장난감 광선검을 가지고 나와서 “이얍!” 재미있는 소리를 내며 거실로 나와 아빠와 장난을 쳤다.


리즈는 점심식사로 어제 저녁에 미리 준비해 두었던 돼지고기 간장조림과 야채 샐러드, 쥬스와 물, 그리고 각종 치즈와 롤을 선반에 준비했다.


“벤, 상 차리는 것을 도와주겠니?”

다스베이더 가면을 벗고 장난감 광선검을 쥔 채로 “엄마, 어떤거요?” 라고 물었다.


“여기 엄마가 준비해 둔 야채접시들을 저쪽 테이블에 올려주는 것을 도와주면 좋겠어!”


“네!”


벤은 엄마가 말씀하신 대로 작은 야채 접시들을 테이블로 올렸고 이안은 벤이 테이블로 올리기 조금은 무거운 물과 음료수를 들어 엄마가 점심을 차리는 것을 도왔다. 방에서 자고있는 잭을 제외한 세 식구가 테이블에 모여 식사를 들기 전 차분하게 앉았다.


“벤, 음식축복을 해 주겠니?”

아빠가 벤에게 물었다.


“으응~ 싫어요. 엄마가 해요.”


“벤이 엄마보다 기도를 더 잘 하던걸?!

엄마가 벤에게 말했다.


“음, 그래도 엄마가 해요.”

“그래 알았어! 엄마가 할께.”


“히히...! 아니예요. 내가할래.”


“하나님 아버지! 음식을.......줘서 고맙습니다~ 우리 가족이 건강하게 해 주세요. 아멘!”


벤은 최대한 짧게 기도를 끝냈다. 그리고는 엄마가 준비한 롤빵을 반으로 갈라 그 안에 치즈와 돼지고기조림과 야채들을 야무지게 넣고 한입 크게 베어물었다. 입이 짧은 벤은 몇 입 베어물지 않고 지난 크리스마스 선물로 받은 레고를 거실로 가져와 바닥에 풀어놓고 조립을 하기 시작했다.


“벤, 이리와서 더 먹지 않을래?”

조금후에 다시 배가 고프다고 말할 것이 뻔해 보이는 아들에게 리즈가 물었다.


“레고랑 조금만 더 놀고 먹을께요.”

벤은 곧바로 레고로 만든 자동차를 들고 음식이 놓여있던 자기 자리로 가서 앉았다.식사가 끝나갈 무렵 엄마가 재미있는 제안을 했다.


“벤, 우리 게임할까?”


“어떤 게임인데요?”


“보드게임!”



아빠가 방에서 들고 오신 보드게임은 색상으로 인식할 수 있는 판에 말을 올려 손으로 돌린 색상 룰렛으로 지정된 컬러가 나오면 말을 이동하는 방식으로 진행되는 게임이었다.


게임은 벤부터 시작했다.


“이얏!” 벤이 룰렛을 돌렸다.


“엄마, 빨간색 2칸이 나왔어요"


“와~ 벌써 이만큼이나 이동했구나!”


“이젠 엄마 차례지? 이리 주렴”


“어쩜, 엄마는 아직 노란색 한 칸 밖에 이동을 못했네! 자, 이번엔 아빠차례야.”


“이런! 아빠도 파란색 한칸이네.”


“히히히...내가 이길꺼야! 아빠”


이번에는 벤의 차례였다. 벤이 룰렛을 돌리자 노란색 엑스가 나왔다. 다음 순서는 건너 뛴다는 표시였다. 다음 벤의 순서가 돌아오자,


“내 순서 쟎아요!”라고 말하며 엄마, 아빠를 번갈아 가며 똘망똘망한 눈으로 쳐다보았다.


아빠 이안은 그런 벤을 보며,

“벤, 이번에는 벤이 한번 건너 뛰어야 해.

그게 게임의 규칙이란다.”


“그래도 내가 이기고 싶어요.”


“벤, 잘 봐. 여기 엑스 표시가 있지?

이 뜻은 다음에는 한번 쉬고 한다는 뜻이야.

게임을 할 때 꼭 이길 필요는 없어.”

리즈가 벤에게 다시 설명 해 주었다.


그리고 아빠는 벤에게 이렇게 말씀하셨다.

“그래, 벤. 게임을 하다가 지면 어때? 다음에 또 이길 수 있고 져도 게임을 하는 것 만으로도 재미있고 즐거울 수 있는거란다.”


“그래도 나는 이기고 싶단 말이예요!”


“그래, 그렇다면 네가 이 룰렛을 지금 돌릴 수는 있지만 이번에는 판 위에 있는 네 말은 움직일 수는 없어. 알겠지?”


“네, 알겠어요.”


“다섯살 짜리 꼬마에게 이건 너무 이해하기 어렵겠지, 리즈?”


“그래도 우리는 벤에게 알려주어야 해요.”


벤은 기어코 룰렛을 돌렸다. 벤은 룰렛을 돌린 후 지정된 색이 나왔지만 아빠의 말씀대로 말을 움직이지는 않았다. 하지만 다음에 벤의 순서가 되었을 땐 벤의 소원처럼 기적적으로 가장 멀리 갈 수 있는 룰렛의 색상이 선택 되었고 벤은 그 게임에서 이길 수 있었다.


오늘 초대받았던 집에서 내가 본 리즈의 가족 이야기이다. 혹시 내가 가족을 꾸리게 된다면 이런 모습이면 좋겠다. 내가 아이를 갖고 양육을 하게 된다면 리즈와 이안이 벤에게 교육을 한 것처럼 어느 순간에도 아이를 혼내지 않고 인내심을 가지고 타이르며 기다려주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오늘 이 가족과 시간을 보낸 후 언덕을 내려오던 길 버스를 기다리면서 얼마전에 소개한 <멋진여자가 되려면>의 후속으로 다른 편의 제목이 갑자기 생각이 났다.


아직 후속작의 제목을 밝힐 수는 없지만 그것을 쓰려면 아직은 조금의 시간이 더 필요하기 때문에 당분간은 마음속에 두고 생각을 정리한 뒤 좋은 이야기도 많이 담아 행복한 이야기가 많이 담긴 글들이 나오기를 바란다.

2016.2.14
발렌타인데이 Howoon 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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