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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ay strong

©기이해 | 아프지만 부디 모두들 stay strong

by 기이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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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기가 흔들리면

흙을 더 덮고

줄로 묶어주면 되는데


내가 흔들리면

날 잡아 줄 사람은

어디에 있을까?


©기이해





혼자 있기 적적해서 반려식물 바질을 키운 지 몇 달이 되었다. 매일 물을 줄 때마다 흙이 압축이 되는지 흙의 깊이가 낮아져 줄기가 자주 휘청거렸다. 그럴 때마다 흙을 조금씩 더 주어 줄기가 휘청거리지 않게 해 주었다.


그런데 어느 날은 줄기가 꽤 자라서인지 흙이 적정선까지 잘 있는데도 쓰러질 듯 기울었다. 이럴 때에는 줄로 묶어주면 되는 거지. 큰 화분으로 갈아주거나...


독일에 머무를 때 강풍이 불 던 어느 날 어느 건물 앞에 키가 낮은 꽃 화분들이 줄지어 서 있었다. 모두 비슷한 종류와 높이의 꽃 화분이었는데 모두 여섯 개였다. 화분들은 대부분 그 자리에 잘 서 있었는데 유독 한 개의 화분만 쓰러져있었다.


그 장면을 자주 목격해서 한 번 세워주고 또다시 세워주고를 여러 번 반복해줬는데 유독 그 화분만 자주 쓰러지는 것이 이상해서 다른 화분과 그 화분을 번갈아가며 가만히 들여다보았다. 유독 잘 쓰러졌던 꽃 화분을 살펴보니 이 화분만 꽃이 중앙에서 멀어진 곳으로 심겨있어 화분이 균형이 맞지 않았고 잘 쓰러지게 모양이 자리 잡혔다. 꽃이 한쪽으로 몰려 균형을 잡지 못했으니 뿌리부터 잘못된 것이고 바람이 부니 그 화분만 쓰러지는 것이 당연했다.


그래도 세워줬다. 그 꽃 화분이 마치 나 같아서.

그리고 그 꽃에게 말했다.


STAY STRONG!



다른 꽃들은 강풍이 불어와도 끄덕 없이 잘 만 버티는데 유독 그 꽃 화분만 자꾸 쓰러지는 것은 그것이 못나서가 아니다. 뿌리부터 잘 못 심긴 것뿐이라는 걸. 누군가 그 화분에 씨앗을 심을 때 자신도 모르게 조금 옆에다 심어줬거나 혹은 잘 심었는데 갑자기 새가 물었다가 "맛없어 퉤~" 하며 우연히 옆에 심겼거나 했겠지.


설마 일부러 그랬겠어.

어쩌다 보니 그런 삶을 살게 된 거란다.


그러니까 Stay str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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