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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이해 Dec 29. 2015

멋진여자는 실패한다.

<멋진여자가 되려면> Chapter 6

6. 멋진여자는 실패한다.

언젠가 내가 계획한 일을 완전히 실패하여 너무 힘들어할 때 엄마가 나에게 주신 편지 중에 이런 말씀이 있었다.


어떤 사람이 길을 가다가
돌부리가 발에 차였는데
어떤 사람은 그 돌을 발로 차 버리고
재수없다고 말했고 어떤 사람은
그 돌을 밟고 디딤돌로 삼는다


다시는 보고 싶지 않은 Sue 교수님

나에겐 다시 보고 싶지 않은 악연이 있다. 미국에서 학교를 졸업하고 *OPT 기간에 나에게 일자리의 기회를 주셨고 대학 4년 중 2년 동안 나를 지도하셨던 ‘Sue’라는 교수님이다.
*OPT: 미국에서 국제 학생들이 미국 대학 졸업 후 1년 동안 합법적으로 일 할 수 있는 기간

미대 학생이었던 시절 좋은 재료비를 살 충분한 돈이 없던 학생들에게 한결같이 재료비를 후원해 주셨고 힘들 때 용기를 주셨으며 2년 동안 지켜본 결과 한 번도 나쁜 사람이라는 인상을 받은 적이 없었다. 적어도 학생이었을 당시 나에게 Sue 교수님은 친절과 사랑으로 미대 학생들을 보살피셨던 분이셨다.


그만큼 교수님을 좋은 사람이라고 믿었고 그분은 나에게 졸업 후에 부디 자신이 운영하는 규모가 큰 액자 전문점에 들어와 가게를 홍보하고 홈페이지를 관리하는 일을 해 달라고 부탁하셨을 때 흔쾌히 그렇게 하겠다고 했다. 사업장을 가지고 계셨기 때문에 지원을 해 주실 수 있을 거라 생각했고 매 수업 시간마다 동급생들에게 나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으셨기 때문에 내가 항상 믿고 의지하며 따랐던 분이었다.

졸업 후 한국에 잠시 들러 그동안 보지 못한 친구들 가족들을 만난 후 교수님이 주신 공식 편지로 미국 공항에서 입국 심사장을 쉽게 통과했고 앞으로 일할 기대에 한껏 부풀어 있었다. 소유하고 계신 샵에서는 프레임 디자인들과 도구들, 각종 공구들을 만지고 실습하도록 도와주셨다. 교수님은 자신의 대저택 지하에 설치된 스튜디오에서 내가 좋아하는 스텐실 도구들 및 다른 미술 도구들을 보여주셨고 그리곤 그곳에서 내가 해야 할 일을 설명하셨다.

그곳에서 내가 해내고 싶던 많은 일들이 있었기 때문에 뭔가 즐거운 일들이 많이 일어날 것만 같은 기대감과 함께 왠지 계획했던 대로 일이 잘 진행이 되고 있는 것 같아 보였다. 그 다음 주에 내게 어떤 일이 펼쳐지게 될지 알게 되기 전까지는 말이다.

미국 학생의 기준으로 보았을 때 학기가 시작하는 기간이 지역마다 차이가 있겠지만 내가 다시 미국에 들어간 기간은 여름 학기가 끝나고 가을 학기가 시작이 되는 7~8월 기간인데 보통 이 기간에는 많은 학생들이 이사를 가고 이사를 들어오게 된다.

교수님은 그 지역에서 총 3채의 집을 소유하고 계셨고, 무척 바쁘신 분이었다. 여름 학기엔 일주일에 2번, 3시간짜리 전공 강의를 하셨고 남은 시간은 프레임 숍에서 고객의 의뢰가 들어오면 미술 작품에 프레임을 입히는 작업을 하셨다. 또 남은 시간 동안 주말 아침에는 이 3채의 집을 돌보는 일을 하셨는데, 이때 많은 학생들이 새로 들어오고 나가기 때문에 집을 청소하고 수리해 주어야 하는 일들이 많았다. 하필이면 내가 그 때 미국으로 들어오게 돼서 일을 시작하게 된 거였다.

주말에 어떤 업무를 하는지 모른 채 불려간 나는 노예처럼 청소하며 일했다. 다시 언급하지만 내가 원래 해야 하는 일은 교수님이 관리하고 계시는 프레임 숍의 웹사이트 관리자였다. 그런데 실제로 내가 했던 일은 살던 세입자가 빠져나간 집을 수리하는 일이었다. 아주 무거운 카펫 청소기를 사용하여 카펫의 이물질을 제거하고, 빛 바랜 문의 칠을 사포로 벗겨내고 젯소를 바른 뒤 마스크를 쓰고 페인트를 칠했다.

물론 나의 미대 생활은 항상 Mac에서 다루는 포토샵의 브러시나 순수 미술 속의 유화, 혹은 수채화 브러시와 함께 했지만 이런 종류의 페인트 브러시나 잡으려고 그 힘든 유학 생활을 버틴 게 아니었다. 별로 하고 싶지 않은 일을 하는 것은 매우 답답했고 불편했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 보니 내가 놓친 부분이 있었다.

실패할 수 밖에 없었던 이유는, 내가 교수님을 너무 믿었기 때문에 근로 계약서를 작성하지 않았다는 사실이었다. 따라서 웹사이트를 관리하는 대신 액자 샘플 틀 위에 수북이 쌓여 있는 먼지들을 청소하고, 페인트칠을 하고, 카펫 청소를 하는 허드렛일을 교수님께서 나에게 시킨다고 하더라도 교수님께 근로기준법을 어기고 있다고 뭐라고 할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간혹 미술관에 걸려있는 화려한 장식과 굴곡이 많은 액자들을 볼 때마다 프레임 샘플 청소를 하라고 구박했던 교수님 생각이 나서 나는 아직도 화려한 문양의 액자들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내가 어떤 오류를 범했는가는 스스로 저지른 실수들에서 배울 수 있다. 자신이 얼마나 멍청한 짓을 했는지 알아차렸을 때에는 이미 한 달이나 훌쩍 지나가 버린 후였다.

가끔 어느 영화에서나 그렇듯 인턴 기간에 이 아이가 얼마나 인내심이 있는지를 알아보기 위해 허드렛일을 시키는 경우도 종종 있어서 ‘혹시 이것이 일종의 인턴 시험의 기간인가?’라고 생각했던 착각이 깨져 버린 날이 있었다.

어느 날 나는 교수님께 더 이상 청소가 나의 임무가 아니며 나는 웹사이트 관리를 위한 시간이 더 필요 하다고 교수님께 말씀드리면서 더 이상 청소하러 가지 않겠다고 말했다. 그때 교수님은 내게 이렇게 말씀하셨다.

“Am I work for you or you work for me?
I am not your servant, but you are my servant.”

“내가 너를 위해 일하는 것인지 네가 나를 위해 일하는 것인지 모르겠구나. 네가 내 하인이지 않니!”

이 전에 한 번도 내가 동양인이라서 차별받는다고 느끼게 한 적이 없었던 그 교수님께서 나를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는 것이 나에게는 너무 큰 충격이었다. 그래서 교수님께 더욱 큰 배신감이 들었다. Employee(고용인)라는 좋은 단어를 두고 왜 하필 그 단어를 사용하셔야 했을까? 그 단어만 아니었다면 어쩌면 나는 더 견딜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오죽하면 교수님이 내게 청소를 시킬 때 마다 함께 사는 그녀의 딸이 “엄마! 알고 있겠지만 저 친구는 여기에 청소하러 온 게 아니야!” 라고 말리기까지 했다.

나는 교수님께 침착하게 말했다.

“물론 교수님께서 저를 고용하셨지만 고용이 되어 일하는 것과 하녀가 되는 것은 엄연히 다릅니다. 당신이 미국에 입국하라고 써 준 편지에서 나의 포지션은 교수님이 운영하는 프레임 숍의 웹사이트 담당자입니다. 더 이상 나에게 공식 편지에 쓰여 있지 않은 일을 시키지 않기를 바랍니다.”

“동의하실 수 없다면 교수님을 위해 더 이상 일하지 않겠고 저는 다른 직업을 찾겠습니다.”

교수님은 그제야 그렇다면 가도 좋다고 말씀하셨고, 뒤도 돌아보지 않고 그 교수님과의 관계를 깨끗하게 끝냈다. 그리고 시간이 두어 달 더 걸리긴 했지만 같은 주의 다른 지역으로 가서 나는 나의 커리어에 도움이 되는 더 좋은 직업의 기회를 찾았다.

이 분의 성품을 먼저 조금 더 잘 알아보았더라면 이런 일을 피해갈 수 있었을 거라는 아쉬움도 있고, 행여나 학교에 다시 방문하더라도 다시는 보고 싶지 않은 교수님이지만 이 덕분에 배운 점은 있다.

믿는 사람이라도 일을 시작하기 전에 계약서는 꼭 작성할 것! 어느 곳에서든 월급은 얼마인지, 근무시간이 어떻게 되는지, 일을 시작하기 전에 꼭 확인하는 것도 필요하다.

실패한 수많은 면접들

미국에서 한참 일하다가 한국에 오게 되었을 때, 미국에서 같은 학교를 거쳐간 나의 사촌 동생이 삼성에 들어갔다는 소식을 들었다. 보수는 좋지만 알맹이는 쏙 빼내고 껍데기만 남을 정도로 일을 시킨다는 말을 전해 듣고 한국에 오면서부터 야근과 회식을 내 인생에서 몰아내기로 결정한 나는 나만의 다짐대로 한국에서의 취업을 다시 준비했다.

조금 건방진 생각일 수 있지만 면접을 보러 갈 때 나는 함께 일할 상사와 동료가 누구인지 살피고 그들과 동등한 위치에서 면접을 본다. 면접을 볼 때에 나는 내가 일하고 싶은 회사가 어떠한 곳인지 철저히 준비를 한다.

적어도 홈페이지가 있고 사내 메일을 쓰고 있는 회사인지의 여부와 앞으로 내가 근무할 장소의 환경이 어떠한지도 함께 살펴본다. 또한 사옥과 화장실을 보고 이곳에서 행복하게 일을 할 수 있을지 없을지도 판단을 한다.

어느 날 어떤 사무실로 면접을 보러 갔는데, 헉! 담배냄새!!!

건물 안으로 들어서자마자 쾌적함은 찾아볼 수 없었고, 담배 냄새에 찌든 공기가 나를 맞이했다. 면접 때 좋은 모습을 보여주어야 했기에 면접 시간이 다가오기 전, 옷매무새를 점검하기 위해 화장실로 직행했다. 내게 일터의 화장실이란 일을 하다가 힘들거나 지치면 가서 휴식을 하는 공간이며, 화장을 고치고 기분 전환을 하는 공간이기도 하다. 그런데 그 화장실은 깔끔하지 않았고 정리가 되지도 않았으며 화장실 한 가득 담배 냄새가 지독했다. 건물 전체가 담배 냄새에 찌들어 있었으니 화장실이라고 다를 것이 없었다.

비흡연자에게 니코틴 내음이 진동하는 곳에 들어가는 일은 마치 지옥문에 들어서는 것과 같다. 다녀오고 나서도 온몸에서 담배 냄새가 묻어날 정도였기 때문에 나는 그 빌딩 전체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것이 그 회사의 첫인상이었다.

그나마 이 업체는 관람, 전시 쪽으로는 꽤 인지도가 있고 유명한 회사였는데 면접을 볼 때 반말 면접을 받아 본 건 그때가 처음이었다.

아랫사람을 뽑는 자리였지만, 아직 그쪽 직원이 되지도 않았고 적어도 처음 보는 사람에 대한 예의는 지켜 주어야 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게다가 이제까지 내가 어떤 길을 걸어왔는지 자세하게 잘 알지도 못하는 면접관이 속으로 생각해도 될 인신 공격적인 말을 응시자인 나에게 했을 때는 한국에 잘못 왔다는 허탈감도 있었다.

이 곳에서 더 이상 좋은 인연이 되지 않을 것 같았고 뽑아 준다고 해도 나 자신이 일하고 싶지 않은 환경이었기 때문에 스스로 면접을 그만두기로 마음먹었다.

그 생각이 들고 나서 “제게 좋은 인상을 받지 못하신 것 같아서 죄송하지만 그만 가 보겠습니다.” 라며 정중히 말씀드렸지만 오히려 그런 말을 한 나에게 건방지다고 말씀하셨고 뽑지도 않을 거면서 끝까지 자신이 하고 싶은 대로 나를 휘두르며 문 밖으로 나가지도 못하게 했다. 나는 더욱 기분이 상했고 앞으로 더 이상 이러한 곳에 지원하지 않기로 했다.

미국에서 학교에 다닐 때 ‘뮤지엄 스터디’라는 수업을 들은 적이 있었다. 아주 흥미로운 분야였고, 한때는 갤러리나 미술관, 혹은 박물관에서 일하는 것을 꿈꾸던 적도 있었다. 그런데 한국에서 미대를 나온 것이 아니라서 동문도 없고, 아는 교수님이 한국에 한 분도 없어 추천받을 수도 없는 상황에서 혼자 한국의 미술 사회에 입성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래도 계속 시도하고 싶은 마음이 있어 이력서도 많이 넣고 조사를 해 본 결과, 서울에서 꽤 괜찮은 박물관 하나를 찾아 면접을 보고, 취업을 하는 데 성공했다. 합격 통보를 받아 큐레이터 겸 디자이너로 겸직을 하게 되어 너무 기뻤다. 아쉽게도...그게 단 하루였지만 말이다.


퇴근 시간이 다가오고 있었고 오늘의 일은 이미 다 마친 상태였지만 그래도 첫날부터 너무 바로 나가 버리는 건 아무래도 예의가 아닌 것 같았다. 그래서 다음날 해야 일을 조금 더 하고 퇴근 시간이 1시간이나 훌쩍 넘어 혹시 다른 사람들을 도울 것은 없는지 살짝 살펴보았다.

“첫날인데 너무 무리하지 말고 들어가요~ 앞으로 일 할 날 많아~ 허허허.” 면접을 봤을 때부터 친절하셨고 좋은 느낌을 주시는 관장님이셨다. 처음부터 무리하지 말라며 열 번도 넘게 이제 그만 들어가보라고 말씀해 주신 관장님께 “정말 괜찮을까요?” 라고 말씀드렸지만 몇 번을 여쭈어도 같은 대답이라서 이제 그만 가 보아도 별로 이상하지 않겠구나 생각했다.

“그렇다면! 내일 뵙겠습니다!” 하고 나왔는데 옆에서 우리의 대화를 듣고 있던, 관장보다 조금 낮은 직급의 이사님이 나를 따라 나오셨다.

“넌 틀렸어 인마! 지금까지 나보다 먼저 퇴근한 사람을 본 적이 없어!”

‘이게 도대체 무슨 말이지?’ 사실은 어떤 것을 바라시는지 알 것 같았다. 그 말씀의 숨은 뜻은 관장님께서 가라고 말씀하셨지만 눈치껏 ‘지금 들고있는 그 가방을 내려놓고 당장 나를 따라와! 그리고 당장 내 일을 도와!’라는 것임을 알고 있었지만 넉살 좋게 웃으면서 말씀드렸다. “이사님, 죄송하지만 아까 관장님 앞에서 말씀해 주시는 건 어땠을까요? 오늘은 관장님께서 여러 번 퇴근을 권유하셨으니 내일부터 열심히 하겠습니다.” 라고 말하며 퇴근했다.

다음날 출근을 하려고 눈을 떴는데 사실 관장님보다 이사님과 함께 더 많은 일을 해야 했던 나는 미국에서처럼 또 누군가의 노예가 될 것 같아서 정중하게 말씀드리고 다시 그곳으로 출근하지 않았다.

이 장은 나의 실패에 대해 쓰는 부분이기 때문에 내가 겪었던 좋은 직장에 대해서는 많이 언급하지 않겠지만 이미 선진화되어 있고 합리적이고 배울 점이 많은 미국의 직장문화에서 상사와 나와의 관계를 살펴보자면, 그곳에서는 단지 상하 수직 관계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앤 헤서웨이가 CEO로 출연한 영화 「인턴」에서처럼 정말 마음만 잘 맞으면 상사와 부하직원이 나이에 상관없이 진실한 친구가 될 수 있지만 한국에서는 그렇지가 않다. 아니, 그렇게 될 수가 없다. 성리학, 유교 사상이 한국에 들어오고 난 다음부터 상하 관계가 너무 분명해지고 기득권이 있는 사람들이 아랫사람을 지배하려고 하기 때문이다.

면접 약속을 잡을 때도 그렇다. 내게 대뜸 전화를 걸어서는 “내일 면접 일정이 잡히셨는데 어떠신가요?” 라고 묻는다. 나는 일주일 전부터 같은 날 이미 다른 인터뷰 일정이 있었기에 혹시 그 다음날은 어떠시냐고 물었는데, 그쪽에서 돌아오는 말은 ‘불이익을 당하실 수도 있다’는 것이었다.

면접 약속은 그쪽에서만 일방적으로 정해 놓고 불이익을 준다고 하니 결국엔 나의 선약이었던 다른 인터뷰 일정을 미루고 갈 수밖에 없었다. 이처럼 상대방에 대한 배려나 존중이 없는 한국 사회에서 자신들은 우위에 있고 ‘내가 너희를 지배하고 너희에게 돈 주는 사람이다’라는 인식으로 다가올 때 구직자들은 한없이 약자라고 느껴진다.

한국과 미국에서 일하는 근무 환경은 정말 다르다. 한국에서는 어떤 업무는 하루에 11시간이다. 그 정도이면 앉아만있는 직업이라고 해도 매일 피곤하다. 게다가 매일 2시간 이상을 출퇴근 시간으로 써야 한다면 집에서 아침이나 저녁밥을 먹을 수 있는 여유도 없다. 기계도 쉬어야 돌아갈 텐데 어떤 회사는 빨간날에도 쉬지 않는다고 하니 도대체 우리 한국인들은 언제 쉴 수 있단 말이지?

위에서 찍어 눌러 스트레스를 주기 때문에 사람들은 마음을 달래기 위해 술을 먹는 것이고, 쪼아 대니 일벌레가 될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이 때문에 가족들은 당연히 뒷전이고 일과 돈이 우선이 되는 사회가 되어 문제가 생기게 된다. 가족이 우선이 아니라 돈이 우선인 사회가 되어 버리고 만 것이다.

한국의 명문대로 꼽히는 대학교 및 대학원을 졸업하고 유학 코스도 밟은, ‘나의 자랑스러운 엘리트 언니’도 한국에서 여러 해 동안 직장생활을 하면서 어떤 이상한 직장 동료 한 명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했다.

관리자들이 제시간에 퇴근하지 않기 때문에 그 동료가 늦게까지 사무실에 머물러 있는 것을 그분들이 보게되면 그 동료는 딱히 일을 하고 있지 않아도 그 시간에 존재하고 있다는 자체 만으로 인정을 받는다고 말했다고 했다.

왜냐하면 자신이 일이 많다는 것을 티를 내며 보여줘야 하기 때문에 어차피 할 야근이니까 저녁에 회사 돈으로 저녁도 먹고 일도 쉬엄쉬엄 하다가 간다고 한다. 그 동료의 생각은 워낙 야근이 생활이다 보니 다음과 같이 나태에 빠져버린 경우이다.

‘어차피 오늘도 야근해야 하는데 조금 놀다가 천천히 4시부터 일 시작하면 되지 뭐.’

제 시간에 맞춰 놀지 않고 쉴 새 없이 정직하게 일한 나의 언니가 퇴근 시간에 퇴근하는 것을 보고 그 동료가 자신에게 뭐라고 하더라며 언니는 툴툴거렸다. 출근시간이 지켜져야 하는 거라면 퇴근시간도 지켜져야 하거늘!

그것뿐이 아니다. 서울시 산하의 한 기관에서 일하던 나의 언니의 동료들은, 술을 마시지 않는 언니에게서 출장비를 빼앗아 아직 근무 시간이 한참 남은 점심시간에 회사 돈으로 술을 마시며 출장비를 사용하고 나태하게 근무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한다. 일도 열심히 했고 능력도 좋은 언니는 이런 직장의 분위기에 물들고 싶지 않아 회사를 박차고 나와 버렸다.

엄마에게서 매사에 항상 정직하라는 가르침을 받은 우리 자매는 우리나라가 어쩌다 이 지경까지 가게 되었는지 서로의 사회생활 이야기를 들어보면 정말 속상할 때가 많았다. 우리나라 곳곳에 숨어있는 부정, 부패와 비리는 정부나 공무원 혹은 공공 기관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여러분이 속해있는 사회 속에 아주 많이 녹아 있다. 관례와 관행이라는 아주 어리석은 이름으로 말이다.

우리는 조금 더 합리적이고 훌륭한 선택을 해야 한다. 근무 환경에 대한 법이 더 무서워져야한다. 어른들의 비뚤어진 시선이 고쳐져야만 한다. 어른이기 때문에, 직급이 높기 때문에, 교수이기 때문에, 공경을 해 드려야 하는 것은 맞지만 올바른 길을 걷고자 하는 나의 신념을 꺾으려고 한다거나 혹은 나의 개인적인 여가 생활과 나의 가정에 영향을 주게 되면 그것은 민폐이다. 그렇다면 이상적인 업무 환경은 무엇일까? 유동적인 8시간 근무가 가장 이상적이다. 열심히 근무시간에 일하면 야근할 필요도 없다.

내가 유학 전 한국에서 일했던 외국계 사무실 그리고 미국의 근무 환경에서는 야근을 하면 자신의 업무를 제시간에 끝내지 못했다고 눈초리를 받는다. ‘야근을 한다는 자체가 바로 무능력한 사람이다’라는 뜻이 된다. 따라서 나는 면접을 볼 때 바로 말씀을 드린다. “저는 근무시간에 최선을 다해 열심히 일하는 대신 야근은 하지 않습니다. 혹시 동의하실 수 없다면 지금 저를 뽑지 않으셔도 괜찮습니다.” 나는 우리나라의 젊은 친구들이 언젠가 자신의 면접 장소에서 이렇게 당당하게 말하는것이 당연해지는 날이 오기를 소망한다.


만약 열심히 일을 하는데도 근무시간 내에 업무를 끝내지 못한다면 어떠한 문제가 있는지 살펴보는 것도 좋다. 그 업무를 하기에 자신이 실력이 없는지, 일처리가 느리진 않은지 혹은 직속 상사가 자신에게 과도한 업무를 요구하고 있지는 않은지 등의 여부를 따져 보는것이다. 전자라면 자신의 실력을 향상시키도록 스스로 노력해야 하고 만약 후자라면, 직속 상사에게 솔직한 마음을 이야기하고 연봉 협상을 다시 진행하거나, 혹은 다른 좋은 환경에서 일을 하도록 이직을 하는 것이 좋다.

우리는 얼마나 쓸데없는 곳에 돈과 시간 그리고 에너지를 낭비하고 있는지 되짚어 볼 필요가 있다. 오늘 할 일이 다 끝이 났음에도 불구하고 나보다 직위가 높은 분이 퇴근하고 있지 않아서 눈치를 보며 자신의 여가 생활도 못하고 집에도 빨리 들어가지 못하는 현실에 대해서 말이다. 사무실에 남아 있기 때문에 저녁 식사 비용도 회사에서 받아야 하고 늦게 집에 가면 총알택시도 타야 한다. 사무실에 저녁까지 쓸데없이 켜져 있는 전등불은 또 어떠한가. 시간 낭비, 인력 낭비, 에너지 낭비를 부디 줄였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한국으로 와서 많은 취업 준비생들이 그랬듯 나도 많은 실패를 했다. 그렇다고 그 실패들이 모두 내게 무릎이 까지도록 상처만 준 것은 아니다. 사실은 지금까지 내가 겪은 모든 실패에 대해 매우 감사하게 느낀다. 내 어머니가 말씀하셨듯 돌 때문에 넘어졌으니 그 돌을 밟고 디딤돌로 삼아 더 위로 올라갈 수 있었으니까!

실패를 통해 당신의 삶을 배우라.
실패를 많이 할수록 당신은 더욱 성장한다.


*이 글은 대한민국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저작물 입니다. 출판권자로부터 서면에 의한 허락없이 이 책의 일부나 전체를 어떠한 형태로도 가공할 수 없습니다.
 

마지막 수정일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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