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꿈.

1.

by 시기화

드리우자 나는 그제야 침대에서 일어나 시계를 찾았다. 낮과 밤이 바뀐 건 최근 일이 아니라 오랫동안 유지되고 있는 하나의 습관이 되어 있었다. 바람직한 생활을 한다는 걸 증명하듯 며칠째 감지 않은 머리카락과 음식물이 눌어붙은 접시가 책상 위에 널브러져 있고 여러 가지 쓰레기가 한 곳에 쌓여 있었다.

나는 포개져있는 몇 개의 그릇을 싱크대로 가져가 물을 부어놓고 거실 구석에 놓여있는 중형 사이즈의 라디오를 켜서 다이얼을 돌리며 잡음이 안나는 채널을 찾아서 조용히 들었다. 듣는 동안 나는 어떤 것부터 해야 할지 나름대로 생각정리를 하고 있었다. 우선 샤워를 하고 밥을 먹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잡생각에 빠져있는 동안 라디오에서 익숙한 멜로디가 흘러나왔다. 내가 20대 초반에 좋아하던 곡이었다. 많이 듣던 노래를 그동안 잊고 지냈다는 생각에 괜스레 허탈한 웃음이 나왔다.


나는 대충 샤워를 하고 배를 채우고 웃고 떠들어대는 라디오를 끄고 거실 벽에 기대 누워 눈을 감고 베란다 밖 밤의 소리를 듣기 위해서 귀를 기울였다. 하지만 몇 분 동안 숨죽이고 기다려도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영원히 지속될 것 같은 고요함만이 가늘게 내뱉는 숨소리를 엿보고 있다. 나는 공허함 속에서 십여 년 전부터 불규칙적으로 꾸는 꿈을 떠올렸다. 그 꿈을 꾸기 시작한 건 아마도 그날 때문일 거다.


그 꿈은 항상 맑은 물속에서 시작된다. 그리고 그것은 물속을 여유롭게 헤엄처 다닌다. 배가 고프면 정어리처럼 보이는 무언가를 공격해서 잡아먹거나 바위에 달라붙은 어떤 찌꺼기를 긁어먹는다. 배가 부르면 커다랗고 웅장한 동굴 속으로 들어가 을 청한다. 대부분 그런 내용의 꿈이다. 뭔가를 먹거나 잠을 자거나로 끝이 난다. 이런 꿈이 내게 왜 찾아오는지는 모른다. 처음 비슷한 꿈이 반복되는 며칠 동안은 마치 하나의 계시처럼 성스러운 의미가 있지 않을까 생각한 적도 있었지만 꿈풀이 책을 찾거나 포털사이트 검색을 해봐도 정확히 알 수 없고 꿈을 잘 보는 주변사람들에게 말해도 대부분 그런 건 아무 의미 없는 개꿈이야 하고 말했다.

정말로 아무 의미가 없을까? 나는 생각했다. 눈을 감고 있자 금방이라도 잠 쏟아질 것 같다.

나는 다시 그 꿈을 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