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꿈.

2.

by 시기화

새벽 내내 예고 없는 비가 내린다. 아스팔트 사이의 먼지 냄새가 밖에서 들어온다.

베란다 문을 닫자 거실은 진공상태가 된 듯이 조용하다.

지금 시간은 오전 3시 잠은 오지 않는다.

왜 잠은 낮에 오는 것인지 밤이 되면 잠은 달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것인지 나는 알지 못한다. 어쩌면 전생이 올빼미가 아니었을까 생각한다. 흰 올빼미면 더 좋을 것 같다. 전에 이대로 이불을 덮고 잠을 기다린 적이 있었다. 눈을 감고 숨을 들이쉬고 내쉬면서 나는 이불속 작은 포근한 공간에서 잠나라의 꿈을 기다렸다. 하지만 그 꿈은 억지로 보려고 하면 나타나지 않았다. 자연스럽게 잠을 자고 있어야 겨우 잘린 필름처럼 연결 됐다.


나는 오지 않는 잠을 기다리지 않기로 하고 배가 고파서 냉장고를 뒤적거렸다. 그래 봐야 먹을 것이라고는 며칠 전에 사둔 양배추뿐이지만 나는 그것을 채칼을 이용해서 얇게 잘랐다. 채칼에 양배추는 막힘없이 썰려나갔다. 두껍게 잘린 양배추를 싫어해서 인터넷으로 다 따져보고 산 채칼이었는데 잘 샀다고 생각했다. 전에 샀던 양배추용 채칼은 잘 썰렸지만 손잡이형에 날도 톱니처럼 나와있고 날카로워서 손가락까지 베는 일이 잦았었다. 그래서 가격은 조금 더 나가지만 스탠드형으로 바꿔서 사용했더니 훨씬 빠르고 편하게 느껴졌다. 어느새 다 썰려서 양배추 심지만 손에 쥐에 된 나는 심지를 버리고 잘게 썰린 양배추를 깨끗하게 씻고 물기가 빠지도록 채반에 올려두었다. 그리고 거실로 와서 티브이를 켰다. 리모컨으로 채널을 쉴 새 없이 돌렸지만 마음에 드는 채널이 보이지 않아서 나는 티브이를 끄고 옆에 있는 라디오를 켜서 다이얼을 돌리며 주파수를 이리저리 맞췄다. 라디오에서 버터쿠키를 만드는 방법이 흘러나왔다. 버터를 녹이고 설탕과 계란 노른자를 넣고 박력분을 체에 친 뒤 스크래퍼로 섞고 뭉쳐서 납작하게 밀대로 밀고 쿠키틀로 모양을 내서 구우면 끝이었다. 입을 다물고 버터 쿠키를 만드는 라디오를 듣고 있노라니 어릴 적 만들었던 쿠키가 생각났다. 베이킹 책에 쓰인 대로 밀가루 반죽을 하고 반은 코코아가루를 섞어서 두 덩이로 나눈 뒤에 포개서 동그란 모양으로 뭉쳐서 냉동실에 넣었다가 약간 굳었을 때 칼로 자른 반죽을 프라이팬에 구워서 만들었던 그 쿠키. 하지만 오븐 없이 구워낸 쿠키는 어딘가 탄맛이 났고 딱딱했고 맛이 없었다. 지금은 오븐이 있어서 만들려면 얼마든지 만들 수 있지만 글쎄. 굳이 만들 필요가 있을까.


나는 채반에서 물기가 빠진 채 썬 양배추를 키친타월을 깔아 놓은 밀폐용기에 잘 넣어두고 남은 건 마요네즈와 케첩을 뿌려서 먹었다. 그러고 보니 오래전부터 집 근처 골목을 지나가면 이층에 꿈풀이 가게를 본 것 같았는데 낮에 들려봐야겠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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