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눈을 떴을 땐 오후 한 시가 훌쩍 지나고 있었다.
입안은 건조하게 메말라있었고 머리도 어딘가 지끈거렸다. 나는 주방으로 가서 컵에 물을 따라 마시고 오른손으로 앞머리카락을 쓸어 올리며 멍하니 한 곳을 보고 있었다. 어지러운 머릿속은 표백제로 헹군 것처럼 어떤 단어도 머물지 않고 물보라를 일으키고 있었다. 나는 컵에 든 물을 천천히 싱크대에 부어 버리고 세면대로 가서 세수를 하고 옷을 입었다. 그러고 나서 집 근처 골목에서 보았던 꿈풀이 간판을 찾기로 했다.
밖으로 나오자 햇볕은 따뜻했다. 9월 말이라고 하기엔 포근한 날씨였다. 숨을 들이마시자 콧속으로 달콤한 솜사탕 향기가 들어왔다. 그 탓에 나는 배가 고파져서 골목길을 터벅터벅 걸으며 오늘 저녁에는 뭘 먹어야 할지 생각했다. 곱씹으니 요 며칠간 양배추를 잘게 썰어먹거나 토마토로 때우는 일이 잦았다. 딱히 다이어트를 노린 건 아니지만 슬슬 고기를 섭취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꿈에 대해 상담을 받고 정육점에 들려 돼지고기를 사야겠다고 생각했다. 집에서 나오고 십 분 정도 걷자 골목길을 교묘하게 가리고 있는 건물이 나왔다. 나는 건물과 건물 사이에 숨죽이고 있는 골목길에 들어섰다. 골목길을 마주 보는 건물은 대부분 다가구 주택이었다. 어느 곳에서 부부싸움이라도 한다면 주변모두가 금세 알아차릴 만큼 건물들이 붙어 있었다.
인적이 드물어서 사람이 살고 있는 곳인가 하는 생각도 잠깐 들었지만 현관문 앞에 놓여있는 건조대에 깨끗한 빨래가 바람을 느끼며 흔들거리고 있었고 방충망 아래에 걸려있는 말라비틀어진 시래기가 사람이 살아있다고 말해주고 있었다. 기다랗게 늘어져있는 골목길을 걸으면서 느낀 건 무당집도 많이 보인다는 거였다. 아닌 게 아니라 조금 걷다 보면 무당집을 상징하고 있는 깃발이 걸려있고 또 조금 걷다 보면 그런 깃발이 꽂혀있었다. 인적은 드물어도 찾는 사람이 있기는 한가 보다. 집과 집사이에 있는 작은 텃밭도 한동안 사람의 손길이 닿질 않았는지 말라비틀어진 작물과 나무덩굴로 보이는 것들이 가장자리에 자리 잡고 있었다.
가까스로 골목길을 빠져나오자 근처에 이차선 도로가 있고 빠져나온 곳 맞은편에 예전에 봤던 꿈풀이 간판이 보였다. 사라지지 않아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나는 이층에 자리 잡고 있는 가게로 들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