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복도식 계단을 따라 이층에 올라가자 얇은 철제 문이 나왔다. 나는 그 문에 짧게 노크를 하고 기다리자 얼마 지나지 않아 안쪽에서 '예, 들어오세요.' 하는 목소리가 들렸다.
문 손잡이를 잡자 날이 추워서 손바닥으로 찬기가 올라왔다. 문을 여는 틈으로 안쪽의 따뜻한 공기가 얼굴을 포근하게 감쌌다. 비교적 좁은 공간에서 그는 작은 책상에 놓인 책을 덮으며 의자에 앉아 나를 맞이했다. 그의 뒤에는 책장이 있었고 그것은 세월에 바래져 표지색을 잃은 책으로 빈틈없이 채워져 있었다. 그리고 반듯한 모양의 타원형 돌이 그 위에 올려져 있었다. 그는 흰머리가 나있고 60대는 훌쩍 넘어 보였는데 눈빛은 매처럼 날카로웠고 고독해 보였다. 내가 겸연쩍게 인사를 하고 서 있자 그가 무슨 일로 왔냐고 물었다.
나는 꿈에 대해 궁금한 게 있어서 왔노라고 말했다.
그는 쓰고 있는 안경을 살짝 건들고 오른손으로 의자를 권하며 앉으라는 신호를 주었다. 그 모습은 마치 머리 좋은 두더지 선생님 같았다.
나는 다소 불편해 보이는 의자에 앉아서 무덤덤하게 입을 열었다.
"제가요. 어려서부터 같은 종류의 어떤 꿈을 꿔왔어요. 그건. 불규칙적으로 저를 찾아와요. 그리고 그 꿈의 대부분은 물속에서 시작돼요. 제가 한 생물의 몸에 깃들어있어요. 그건 물결을 느끼며 헤엄 치다가 배가 고프면 정어리떼처럼 보이는 것들을 잡아먹고 배가 부르면 커다란 바위틈 사이 동굴로 들어가서 잠을 청해요. 그런 게 드라마처럼 이어져요."
그는 노트에 필기하던 손을 멈추고 말했다.
"그 꿈을 최근에도 꾸었나요?"
"네 며칠 전에요. 배경은 똑같았죠. 잠을 자는 동굴, 정어리떼. 물속의 진동"
그는 입술을 오므렸다가 말했다.
"사실 꿈 내용만 듣고 보면 해몽할 건 없어요. 제 생각엔 꿈연결인 것 같네요."
"꿈연결?"
"제가 꿈해몽을 하면서 손님 같은 경우가 지금 포함 세 번 있었어요. 첫 번째는 듣고도 믿지 못했지요. 그 사람이 지겹다는 얼굴로 술술 말할 때에도 진실인지 거짓인지 저울질하고 있었어요. 아직도 기억에 남아요. 그녀는 항상 잠에 들면 나무피리를 깎는 노인이 되어있다고 했어요." 그는 손에 들고 있던 볼펜을 공책에 내려놓고 뭔가라도 생각났다는 듯이 뒤에 있는 책장에 꽂혀있는 책들을 살펴봤다.
몇 분 간 그는 말없이 책장을 둘러보다가 좌측 아래에서 찾은 책뭉터기를 가져와 책상 위에 펼쳤다.
그러고 나서 내게 말했다.
"예전에는 곧잘 기록해 두었지요. 기억에 남는 손님들을. 자 봐봅시다. 한 번에 찾으면 좋으련만 그러진 못할 것 같고 도와주시겠소?" 그가 책 하나를 내게 밀치며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