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꿈.

11.

by 시기화

그것의 이마에는 굵고 작은 뿔이 솟아있었다.

크기는 십오 센티를 넘지 않아 보였고 이따금 기묘하게 전파라도 받는 것처럼 뿔을 하늘로 치켜세우고 그대로 멈춰서 한동안 움직이지 않았다.


나는 꿈꾸었던 것을 적어두기로 마음먹고 머리맡에 수첩을 놓아두었지만 한 번도 적을 수 없었다.

잠에서 깨면 꿈에 대한 내용이 순식간에 옅어지며 아무것도 남지 않았다. 물속에 넣은 솜사탕처럼 순식간에 사라져서 다시는 찾지 못하게 말이다.

나는 썩 좋지 않은 기분으로 버스를 타고 수원역 번화가 언저리 깊숙한 곳에 있는 모텔 카운터 아르바이트를 하러 갔다. 시간은 전 일곱 시부터 오후 일곱 시까지 한 달 전에 인터넷 구직사이트에서 구해서 계속 다니고 있었다. 다른 건 괜찮았지만 모텔에 들어오면 느껴지는 스산한 기운과 이산화탄소가 응축된 냄새는 적응이 되지 않았다. 하루는 어떤 남자가 여자옷을 입고 나타나서는 방값을 깎아달라고 말했다. 나는 거절했지만 그 사람은 멈추지 않고 우겨서 나도 여기서 월급 받고 일하는 입장이라고 말하자 그제야 제값을 주고 들어갔다.

일하는 한 달 동안 생각보다 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아르바이트를 하기 전에는 엄청난 술주정뱅이나 생각지도 못한 사람이 많을 것 같았지만 비교적 낮 시간대라 다들 제정신으로 나가고 들어왔다. 카운터에서 시간을 때우면서 넋 놓고 가만히 있노라니 복도에서 요란한 신음소리가 들렸다. 처음에는 민망함에 적잖아 당황했지만 지금은 익숙해져서 아무렇지 않았다. 아르바이트 일은 비교적 쉬웠다. 인터폰이 울리면 필요한 것을 가져다주고 (대부분 갑 티슈나 수건을 찾았다.) 손님이 퇴실을 하면 청소를 담당하는 분에게 연락을 하고 객실을 치워달라고 했다. 그럼 그녀는 기본적으로 제공되는 음료와 물을 채워놓고 침대 시트를 벗겨내어 교체하고 어지럽힌 것들을 하나하나 반듯하게 바꿔놓았다.

어느새 퇴근 시간이 다가오자 다음 파트타임 아르바이트 생이 왔다. 그는 금액이 맞나 정산하고 예약도 확인하고 거슬리는 것이나 별 다른 일이 없는지 물어보더니 가봐도 좋다고 말했다. 나는 그에게 미소 지으며 고생하세요. 내일 아침에 봐요. 하고 인사를 한 뒤에 겉옷을 챙기고 밖으로 나왔다.

버스정류장에 가기 위해서 골목길을 나가자 번화가가 나왔고 근처 술집 안에는 이른 시간인데도 자리가 대부분 채워져 있었다. 가게 안을 살짝 들여다보자 남녀가 재미나다는 듯이 떠들고 있었다. 나는 정류장으로 향하다가 문득 책방에 들려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방향을 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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