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지는 직무와 새로 써야 할 인류의 시대정신
어느 시대에나 기술은 노동을 밀어냈지만, 지금의 속도는 파괴적입니다. 생성형 AI가 보고서를 쓰고, 코딩을 하며, 이미지를 만들어내는 시대입니다. 제가 준비했던 KICPA 시험처럼 고도의 논리성과 전문성을 요하는 직역조차 이제는 기술의 도전을 받고 있습니다. 우리는 곧 마주하게 될 것입니다. 인간이 하던 '대부분의 직무'가 사라지고, 인간의 노동이 더 이상 생존의 필수 조건이 아닌 시대를 말입니다.
노동이 사라진 자리를 채우는 것은 무엇일까요? 저는 그것을 '문화의 소비'와 '새로운 유희'라고 생각합니다. 아이돌 산업이나 유튜브 같은 엔터테인먼트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것은 단순히 오락거리가 늘어난 것이 아닙니다. 할 일이 없어진 인류가 자신의 존재 이유를 '소비와 재미'에서 찾기 시작했다는 신호입니다.
하지만 여기서 우리는 질문을 던져야 합니다. 타인이 만든 콘텐츠를 무한히 소비하는 것만으로 인간의 존엄은 지켜질까요? 단순한 오락거리의 확장이 인류의 다음 시대정신이 될 수는 없습니다.
AI는 정보를 조합하고 최적의 해답을 내놓는 데 탁월합니다. 하지만 AI는 '왜(Why)'를 묻지 않습니다.
AI의 노동: 기존의 데이터를 학습하여 결과물을 내놓는 기능(Function).
인간의 대안: 현상 이면의 의미를 묻고 새로운 시대정신을 제시하는 사유(Thinking).
우리가 철학을 공부하고 문학을 읽어야 하는 이유는 명확해집니다. 직무가 사라진 시대에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것은 '얼마나 생산적인가'가 아니라 '어떤 가치를 지향하는가'이기 때문입니다. 기술이 노동을 가져간다면, 우리는 그 대가로 얻은 시간에 '노동과 인간에 대한 새로운 정의'를 내려야 합니다.
미래의 새로운 직무는 기술을 부리는 자가 아니라, 기술에게 '무엇을 위해 일해야 하는지' 방향을 제시하는 자의 것이 될 것입니다. 국어국문학적 감수성으로 시대의 맥락을 읽고, 철학적 논리로 기술의 윤리를 세우는 것. 그것이 바로 사라지지 않을 인간만의 고유 영역입니다.
우리는 실직자가 늘어나는 시대를 걱정하지만, 동시에 인류 역사상 가장 깊은 '사유의 황금기'를 맞이할 수도 있습니다. 노동의 족쇄에서 풀려나 비로소 '인간이란 무엇인가'라는 근원적인 질문에 답할 시간이 주어졌기 때문입니다.
한나 아렌트, 『인간의 조건』: 노동(Labor), 작업(Work), 행위(Action)의 차이를 통해 미래를 조망하기 좋습니다.
유발 하라리, 『21세기를 위한 21가지 제언』: 무용계급(Useless Class)의 출현과 그 대안에 대해 깊은 통찰을 줍니다.
Q. 만약 내일 아침, 당신의 직무가 완전히 자동화되어 더 이상 '돈을 벌기 위한 노동'을 할 필요가 없어진다면, 당신은 남은 생의 시간을 무엇으로 채우시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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