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초 다음 주 월요일에 발표 예정이었던 발표 소식이 이틀 앞당겨져 오늘 아침 퇴근길에 발표가 난 것이다. 몇 주 전 아마추어 성악가들이 참여하는 국제콩쿨에 지원을 했다. 성악을 배운 지 만 1년이 조금 안 된 지금, 콩쿨에 한 번 나가 보는 게 소원이었기 때문이다. 선생님도 콩쿨 한 번이 레슨 10번 보다 낫다며 준비해 보라고 힘을 실어 주셨다.
예선은 영상을 녹화해 파일을 보내는 방식으로 치러졌는데, 결과물을 보니 형편없는 실력이었다. 부끄러워 어디 내놓지도 못하는 상황이었지만 참가의 의의를 두자며 자신을 토닥거렸다. 다른 아마추어 성악가들의 곡을 들으며, '아... 나는 아직 멀었구나...'라는 한탄을 연신 해댔다. 그런데 운 좋게도 12인의 명단에 오르게 된 것.
다음 달이면 정말 무대에 올라 본선을 치러야 한다. 본선은 미뤄두고 우선 자축할만한 것이 하나 있다. 바로 2023년 목표 중 다이어트를 제외 한 모든 미션을 달성했다는 것이다. 사실 승진도 있지만, 승진시험에 붙을 자신이 없어... 계획표에서 서서히 지워지고 있는 중이다.
주변 동료들이 하나같이 묻는다. 승진 시험도 있는데, 하는 일이 너무 많지 않냐고. 하지만 나는 지금이 좋다. 승진보다는 동료들과 즐겁게 일하는 것. 일과 가정, 자기 계발의 균형을 이루는 것.
퇴근 이후의 밝은 에너지가 출근 이후에도 영향을 미침을 잘 알고 있다. 합창단 연주, 브런치북 발행, 글 쓰기, 소방안전강사, 소방영상 제작, 콩쿨 준비. 너무너무 즐거운 요즘이다.
돌고 돌아, 이번 본선 무대가 주는 의미도 꽤 만만치 않다. 바로, 처음 합창 연주를 하게 된 곳이기도 하고, 올해부터 처음 소방안전교육 외부강의를 다니고 있는 무대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1년이 지나가고 있는 지금 꽤 의미 있는 장소에서 마지막으로 콩쿨 본선을 치르며 마무리 짓게 되는 것이다.
반복되는 일상을 덤덤히 견뎌내야 하는 직장인이지만, 나의 취미생활과 외부활동을 적극적으로 지지해 주는 아내에게 고마움을 느낀다. 아내의 전폭적인 지지가 없었더라면, 눈이 가려진 채 방향을 잃고 헤맸을지도 모른다.
직장인, 성악 콩쿨 도전기. 본선에서 끝이 날지, 이제 시작일지 아무쪼록 두고 볼 일이다.
(참고)
예선참가곡은 윤학준 작곡, 이연주 작사의
잔향이라는 곡이다.
가곡을 사랑하는 분들에게는 널리알려진 곡으로
콩쿨용으로는 입상을 하기에는 매우 좋은 소리가
요구되는 곡이다. 표현에도 상당히 애를 먹는 이 곡을
내가 왜...
아래 영상은 2021년 카디프 콩쿠르에서 우승을 차지한 슈퍼 바리톤 김기훈 님이 부른 '잔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