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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키랭이 Sep 25. 2023

오늘 강의 괜찮았나요?

소방안전강사 1년 차, 피드백이 늘 고픕니다.

대망의 첫 강의

소방서에는 소방안전강사가 몇 명 지정되어 있다. 내가 속한 서에는 약 10여 명이 등록되어 있는데, 이들은 외부에서 교육요청이 들어오면 교육을 나가게 된다.


소방안전강사가 없던 시절에는 어느 정도 경력과 강의능력이 되는 직원 중 시간이 되는, 혹은 지원하는 직원들이 나가는 형태였다. 하지만 소방안전강사 제도가 도입되고 난 후부터는 강사의 강의능력 향상을 위한 교육도 많이 이뤄지고, 강사 본인도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노력하면서 소방안전교육 품질이 점차 개선되고 있다.




나는 경력과 자격, 보직이 맞지 않아 계속 등록을 미뤘었다가, 작년 겨울에 소방안전강사 등록을 마쳤다.


그런데 막상 강의를 하려고 하니 긴장도 되고 겁이 나 출강 지원을 하지 않고 있었다. 속으로 괜히 지원했나 싶기도 하며 세월을 보내다 지난 5월 꿈에 그리던 첫 교육을 다녀왔다.


공공기관에서 온 요청이었는데, 2시간 동안 이론강의와 실습을 하면 되었다.


표준교안을 참고해 나의 언어로 바꿀 필요성을 느꼈다. 결국 PPT를 처음부터 새로 쌓아 올렸다. 어설펐지만 처음부터 만족할 수 없다고 생각하며, 비번 날 아주 힘들게 작업했다. 아마 관련 자료영상을 추출하고 편집하는 작업 때문에 오래 걸린 것 같다.



사실 PPT나 대본작성을 몇 년 전에 딱 한 번 해 본 적이 있다.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한 비전, 목표설정과 관련된 교육이었는데, 그때는 완전히 처음이라 영상도 없었고 PPT도 어설퍼 굉장히 오래 걸렸다.


그때의 경험이 있다 보니, 이번에는 조금 나은 느낌이었다.




두 번째 강의

강의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면 아내가 늘 하는 이야기가 있다.

인사치레긴 하지만 "오늘 강의 어땠어요? 괜찮았어요?"라고 묻는다.

그러면 나는 "괜찮았어요"라고 대답을 한다.


아직 얼마 되지는 않지만 몇 번의 강의를 다니며 그런데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괜찮다"는 것이 '내가' 괜찮다는 것이지, 강의를 들은 분들이 '괜찮다'는 것은 아니지 않을까 하는 생각말이다.


나는 좋았는데, 앉아계신 분들은 어땠을까?


궁금했다.


그래서 이런 습관이 생겼다.


"오늘 강의 괜찮았나요?"라고 강의 주최 측 관계자들에게 묻는 것이다. 혹은 "지난번 강의 설문조사한 거 어땠나요? 불만사항이나 문제점이 있었을까요?"라고 말이다.


당연히 면전에다 대고 별로라고 하기 힘들다는 것은 안다. 하지만 조금 더 낮은 자세로 진심 어린 고양이 눈을 하고 물어보면 꽤 직관적으로 답변해 주시는 분들도 꽤 있다. 실제로도 다른 외부 강사 초청 시 만족도 조사 결과에 민원성 글도 심심찮게 올라온다는 이야기를 듣고는 질문을 더욱 망설이지 않았다. 그리고 칭찬을 해 주시는 분들은 감사하지만, 최대한 경계하려고 애쓴다.


같이 간 동료가 있다면 반드시 물어보는데 이것도 아주 좋은 피드백 방법이다.



또 한 가지 습관이 생겼다.


바로 녹음 또는 녹화를 하는 것이다. 내가 잘하고 있는지를 확인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다시 돌려보는 것이다. 강사는 청중들과 같이 호흡하며 강의를 진행해야 한다. 하지만 나는 초보이기 때문에 나도 모르게 혼자 강의에 심취할 수 있다는 게 내 생각이다. 따라서 나를 가장 객관적으로 도마 위에 올려놓으려면 기록을 하는 수밖에 없다.


기록된 자료에서, 목소리 톤을 살핀다. 높은지 낮은지, 굵은지 얇은지. 그리고 나도 모르게 나오는 습관을 확인한다. 예컨대 문장 중간중간 '에~ 어~ 또~ 그~ 저~ 정말~"이런 무의미한 부사를 쓰는지 안 쓰는지 말이다. 그리고 말의 빠르기나 내용의 과감 여부를 확인하다 보면 금방 시간이 지나간다.




앞으로 많은 강의를 나갈 테지만, 늘 이전 강의보다 나은 강의를 하기 위해 노력하려고 한다. 나의 시간이 소중한 만큼 강의를 들으러 오신 분들의 시간도 소중하기 때문이다. 단 한 분의 1초라도 아깝지 않도록 늘 고민하고 연구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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