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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키랭이 Sep 23. 2023

감사를 표현하는 최고의 말 "고맙습니다"

감사할 때 "고맙습니다"라고 인사합니다

세상에는 참 감사한 일들이 많습니다.
 이 모든 일에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라는 개그맨 정태호 님의 대사로 시작하는 개그 코너가 있었다. 지금은 폐지되어 종영된 KBS의 대표 코미디 프로그램이었던 개그콘서트에 있었던 한 코너로, 감사할 수 없는 상황에서 감사할 일이 생겨 감사합니다를 계속 외치는 그런 내용이다.


비록 사람들을 웃게 하기 위한 프로그램 중 하나였지만 "이 세상에는 참 감사할 일이 많다"는 교훈적인 메시지는 어린 시절, 나의 가슴을 파고들어 간지럽히며 소소한 웃음을 안겨다 주었다.


'감사'가 가진 힘은 실로 대단하다.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기 위해서는 우선 긍정적이어야 하는데, 작은 것에도 감사하는 습관을 들이다 보면 반대로 긍정적인 마인드가 따라오기도 한다.


긍정적인 마음 혹은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고 살아가는 사람이라고 해서 큰 병을 피해 갈 수 있는 것은 아니나, 육체적 정신적 질병을 이겨낼 수 있는 큰 힘을 줌은 우리 주변의 많은 사례들을 통해서 확인이 가능하다. 또한 서점에 빼곡히 진열되어 있는 감사와 긍정에 관련된 주제의 책이 감사와 긍정이 우리 삶에 얼마나 중요한지 깨닫게 해 준다.


위 개그콘서트 코너를 다시 보면서 도대체 감사를 얼마나 많이 하는지 싶어 호기심에 '감사'라는 단어가 몇 번이나 나왔는지 세어보았다.


3분 남짓한 이 코너에서 '감사'가 몇 번이나 터져 나왔을까? (매 회차별로 다르겠지만) 정답은 34번이다. 분당 약 10회 이상 '감사'를 고백했다. 머리에 샴푸가 가득한 채로 눈이 따가워 "아 따가워"라며 인상을 찌푸리는 정태호 씨에게 옆에 있던 송병철 씨가 물총으로 눈 주변을 쏴 주자, 정태호 씨는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라고 외친다. 도저히 감사할 수 없을 것 같은 상황에서도 감사를 하는 것이다.




주말 오전, 아이가 좋아하는 과자를 사기 위해 동네에 있는 한 상가를 찾았다. 한 낮이지만 상가 복도는 어둡고 빛에 반사가 되어 안 쪽에 사람이 있는지 잘 보이지 않았다. 내 커다란 덩치가 입구를 막고 나서야 옆으로 비켜선 아주머니 한 분이 계시다는 것을 눈치챘다.


아주머니께 양보하기 위해 상체를 숙이며 옆으로 비켜섰는데, 아주머니는 손 짓으로 먼저 가라고 하는 것이었다. 다시 자세히 보니 어른들이 손으로 밀고 다니는 보행보조기 같은 것이 있었다. 아마도 그분은 내가 빨리 지나가야 내가 기다리는 모습을 볼 필요가 없고 편안하게 지나갈 수 있으니 배려해 주신 것 같았다. 나는 두 번 세 번 더 여쭤봤다가는 교통체증이 일어날 것 같아 정중히 고개를 숙이며                


고맙습니다


라며 인사를 건넨 후 빠르게 옆을 지나갔다. 그런데 그 아주머니의 목소리가 들려와 고개를 돌려 표정을 살짝 엿보니, 아주 살짝 미소를 머금으시며 "네~" 하고 대답해 주는 것이 아닌가.               

내 마음 온도가 0.1도나 올라가는 장면이었다.


고맙다고 건네는 인사는 상대방의 기분을 좋게 하는 것도 있겠지만 1차적으로는 나의 마음을 따뜻하게 하는 효과가 있다. 마치 내연기관 엔진의 흡입-압축-폭발-배기 처럼 날숨에 빠져나간 감사가 들숨에 들어와 내 속에서 폭발적인 긍정으로 변환된 후 그 에너지가 상대에게 전달된다.   


나는 '감사합니다'라는 표현 대신 정말 감사한 상황이 있을 때 '고맙습니다'라는 표현을 자주 사용한다. 이유는 딱히 없다. 굳이 이유를 하나 찾으라면, '감사합니다'라는 표현은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대화를 끝낼 때 표현하기도 해 가짜 감사와 진짜 감사가 뒤섞여, 나의 감사한 혹은 고마운 마음을 제대로 표현하기에는 부족하다고 생각을 했기 때문이다.


감사합니다는 한자식 표현으로 낮춤말이 없는 반면 고맙습니다는 고유어로 낮춤말이 있다. 한자식 표현을 조금 더 격식 있는 단어로 여기도 하는 우리 언어문화 덕에 사회에서는 '감사합니다'가 더 많이 사용되는 것 같다. 실제로 고맙습니다라는 표현은, '고맙습니다' 보다는 '고마워' 혹은 '고맙다~' 식으로 낮춤말로 많이 쓰인다. 그래서 그런지 특히 사회에서는 "감사합니다"를 훨씬 더 많이 사용하는 것 같다. '이제 저와 당신의 대화는 여기까지에요. 즐거웠습니다. 안녕하 가세요~'도 한 방에 표현할 수 있기 때문에 가성비도 좋다.


반대로 격식을 차린 상대에게 "고맙습니다"라고 표현하기에는 다소 어색함이 묻어 나올 수 있다.


나 역시도 표현을 섞어서 사용하기는 하지만, 작은 것이라도 도움이 되었다고 느낄 때는 "고맙습니다"라는 표현을 자주 사용하려고 애쓴다. 알고 있는 표현이고 당연한 말인데도 의외로 이 표현에 나뿐만 아니라 상대방도 기분이 좋아짐을 여러 번 경험했다.




상가에서 문을 잠시 잡아주는 사람,

엘리베이터에서 올라가지 않고 기다려 주는 사람,

버스나 지하철에서 자리를 양보해 주는 사람,

내가 몰랐던 것을 알려주는 사람,

.

.

.



오늘 당장, 조금이라도 도움을 받는 기분 좋은 일이 생긴다면

그분들께 이렇게 표현을 해보는 것은 어떨까?



고맙습니다


라고. 쉽고 간단하고, 아깝지도 닳지도 않는 최고의 인사가 될 것이며, 당신의 앞길을 더 튼튼히 다져줄 수 있는 큰 밑거름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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