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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키랭이 Oct 11. 2023

아빠, 공룡엑스포 간다고 하지 않으셨나요...

인생 23개월차, 드디어 공룡을 만나다.

토요일 아침, 오늘은 친구들과 선생님을 만나러 가지 않는 날임을 직감했다. 그리고 오늘은 아빠의 둘째 비번 날!!! 하루 일 하고 이틀 쉬는 아빠가 오늘은 집에 있는 날이다. '후훗 분명 오늘 공룡을 보러 간다고 했지' 그 동안 책으로만 보던 공룡을 만날 수 있다는 생각에 다시 한번 가슴이 콩닥콩닥 뛰었다.


공룡이 얼마나 큰 지 감이 오지 않았지만 책에서 보았을 때는 생각보다 거대한 모습을 하고 있었다. '얼른 자고 있는 아버지를 깨우러 가야지'하며 침대에서 내려와 거실로 나갔다.


속으로 '아부지, 아부지, 아부지'를 계속 외치며 문을 연 그 순간 눈 앞에 마치 공룡 같은 거대한 인간 두명이 빠르게 움직이고 있었다.


바로 아빠, 엄마였다.


"딸~ 일어났어?" 오늘도 역시나 환하게 웃으며 아침인사를 건네는 아빠.

"달콩이 잘 잤어요?" 온화한 엄마의 목소리도 귓가를 간지럽힌다.


공룡엑스포에 가기 위해 분주하게 준비하고 있는 두 분을 조금이라도 도와드리기 위해 오늘은 밥 투정도 안 하고 '아침 행동요령'을 잘 따라보겠노라 다짐한다.





경남 고성군에서 펼쳐지는 경남고성공룡세계엑스포는 2006년, 즉 내가 태어나기도 전에 시작되었는데 몇 년에 한 번씩 개최를 하는 식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2021년, 즉 내가 태어난 가을부터는 매년 행사를 개최하고 있다고 한다.


차를 타고 가는 길에 밖으로 보이는 나무들과 들판을 바라보며 눈과 마음의 양식을 채우다 문득 하늘을 올려다 보았다. 하늘이... 깜깜했다. 아직 오전도 못 벗어난 시간인데, 왜 하늘이 깜깜한지 의문이었다. 아버지와 어머니의 대화를 들어보니 비가 올 것 같다나 어쨌다나.


생각보다 한적한 주차장을 들어서며 올 것이 오고야 말았다.


비.가.내.리.기.시.작.했.다.


'아부지...'


아빠와 엄마가 상의하는 모습이 보였다. 열띤 토론을 이어가던 두 분을 보고 있자니 나의 다리도 어느새 빗방울에 조금씩 젖어가고 있었다. 그 때 아빠가 협상테이블로 나섰다.


아빠가 말했다. "달콩아~"


"?"


"아빠랑 엄마랑 콩이랑 오늘 공룡보러 가기로 해서 여기 왔잖아~ 그런데... 비가 내려서 구경하기 어려울 것 같애. 우리~ 콩이가 좋아하는 마트에 가서 작은 공룡친구들 만나러 가지 않을래? 아빠가 공룡친구 이쁜걸로 사줄께"


정리하면 이렇다.


비가 와서 야외 구경이 어렵다. 마트에 간다. 마트에서 공룡인형을 사준다.


내 대답은... 'NO !' 였다.  


하지만 아빠는 완강했다. 이번에는 엄마까지 가세했다. 하는 수 없이 받아들였다. 실망감은 컸지만 어쩔 도리가 없었다.

달무룩 : 아기상어와 함께 기분이 확 쳐진 달콩이




집으로 돌아가는 길.


"아... 다음부터는 날을 잘 잡아야겠네. 달콩이 한테 너무 미안해..."


"에이~ 너무 신경쓰지 마요~ 다음에 또 오면 되지. 나도 비가 올거라고는 생각 못했어요~"


두 분의 대화가 이어지고 있었고, 나는 침울하게 창밖을 내다보고 있었다. 그 때 엄마가 말했다.


"공룡박물관에 가볼까요?"


"하이면에 있는 거 아니에요? 1시간 거린데... 가서 별로면 어떡하지..."


공룡박물관에 가본 적이 없는 아빠의 걱정어린 눈빛이 룸미러를 통해 비춰졌다. 엄마와 아빠는 운명을 걸어보기로 한 것 같다. 우회전을 해야할 차가 좌회전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공룡박물관이다!


 


거대한 티라노사우르스가 입구에서 맞아주고 있었다. 실로 어마어마한 광경이었다. 책 속에서만 보던 신비로운 세상이 눈 앞에 펼쳐지는 순간이었다. 입구에서 맞아주는 오색빛깔 작은 공룡들은 내가 환호를 지르기에 아깝지 않은 친구들이었다.

연신 소리를 질러대며 공룡들과 포옹하고, 손을 흔들어가며 인사를 했다. '공룡, 공룡이라니' 비가 오는 바람에 오늘 나들이가 무산될 뻔 했는데, 아빠엄마의 결단 끝에 이토록 큰 즐거움을 맛볼 수 있다는 생각에 감사가 절로 흘러 나왔다.


아직 말이 서투니 즐겁게 노는 것으로 보답하리라.


아빠와 엄마는 서로 마주보며, "와~ 바로 여기다. 여기다. 여기구나."를 외쳐댔다.


공룡친구들과 실컷 놀고나니 배가 출출해져 매점으로 왔다. 어떤 것을 먹어도 배가 부를 것 같았다. 돈까스를 입 안 가득 넣고 오물거리고 있으니 천국이 따로 없었다. 실컷 배를 채운 후 밖에 나가니, 또 다른 공룡들이 나를 맞아준다.

엄마가 잠시 화장실에 간 사이 아빠랑 카페 쪽으로 산책을 갔는데, 어떤 오빠가 공룡빵으로 추정되는 어떤 것을 먹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눈을 떼지 못하고 응시하고 있자, 옆에 있던 오빠의 엄마가 "아이구~ 귀여워라. 하나 먹어볼래?"하며 건네주는 것이 아닌가! 그런데 갑자기 눈치없는 아빠는 "아~ 정말 감사한데, 괜찮습니다. 아이도 먹어야 되고, 몇 개 없는 거잖아요. 정말 괜찮습니다."라고 말하며 거절했다. 그런데 감사하게도 아주머니께서 "에이~ 애기 하나 줘요~ 먹고 싶어 하는 것 같은데..."라며 내 손에 소시지 공룡빵을 하나 쥐어주셨다.

아빠는 90도로 인사하며 내게도 큰 인사(허리와 고개를 숙여 인사하는 것을 큰 인사라고 한다)를 시켰고, 우리도 한 봉지를 사게 되었다. 아빠는 간식 필요했는데 잘 됐다며, 아주머니에게 빵 한개를 갚으셨다. 참으로 훈훈한 장면이었다. 이 순간 승자는 바로 나니까 말이다. '후후후'


한참을 놀다보니 어느새 집으로 돌아갈 시간이 되었다. 입구에서 즐겁게 맞아주던 공룡친구들에게 이제는 잘 있으라는 인사를 남기며 하나하나 안아주었다. 즐거웠던 만큼 아쉬움도 크게 밀려왔다.

아빠와 엄마, 그리고 나는 오늘 이렇게 또하나의 추억을 쌓아올린다.



사랑하는 딸에게 전해주고 싶은 말


언젠가 너도 공룡은 이미 멸종했음을 알게 되겠지만 공룡이 남기고간 발자국, 화석, 그 흔적들은 우리를 즐겁게 해주고 있음은 분명하단다. 늘 곁에 있던 사랑하는 사람들도 공룡처럼 어느순간 없어지고 말겠지만 공룡이 남기고 간 즐거움처럼 아빠도 네게 즐거운 추억거리를 많이 남기려고 해. 함께 있는 동안 자주자주 안아줄게. 사랑해 달달콩





아빠의 공간


흐릿한 날씨를 보며, 비를 떠올리지 못한 나의 실수였다. 하지만 다시 한 시간을 가야하는 고성 공룡박물관을 택한 덕분에 그 날의 추억은 흐릿한 구름에서, 파란 구름으로 바뀔 수 있었다.


누구나 실수를 하는 순간이 온다. 누구나 100% 올바른 선택을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상황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다른 대안을 찾으려고 노력한다면, 생각지도 못하는 즐거움이 우리 앞에 펼쳐진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감사하고 또 감사한 하루를 보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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