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분째 모니터만 바라보는 중
브런치에 입문한 지 이제 5개월 차에 슬슬 접어드는 것 같다. 생각나는 대로 스마트폰으로 뚝딱뚝딱 글을 써왔다. 예전의 기억을 떠올리기도 하고 현재의 생각을 쓰기도 했다. 그런데 글에 대해 아무것도 모를 때는 시원시원하게 써지던 것이, 다른 작가님들의 글을 읽고 글에 대해 조금씩 알아가면 알아갈수록 쉽게 쓰이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나의 글을 과연 어떤 방향을 향해 흘러가고 있을까. 글을 쓰고 싶은데 무엇을 써야 할지 생각이 안 날 때가 있다. 브런치에 접속해 순백의 바탕화면을 열어둔 채 깜빡이는 키보드 입력창을 30분째 바라보고 있다.
바로 지금 말이다.
무엇을 써야 할지 모르겠다는 것은 어쩌면 핑계일 수도 있겠다. 24시간 근무 후 소방서에서 하는 장비평가에 걸려 5시까지 붙잡혀 있다 이제 막 퇴근 했으니, 머리가 어질어질하고 눈도 침침한 것이 이유라면 이유가 될까.
그런데 굳이 이 시간에 이렇게 앉아 있는 것은 아마 뭐라도 쓰고 싶어서일 것이다. 쓰고 싶어 미칠 것 같은 욕구가 피곤한 몸과 굳어버린 머리를 집어삼키고 있다. 조용히 다이어리나 메모장에나 적어야 할 이런 일기감도 안 되는 글을 쓰고 있는 것은 계속 쓰다 보면 뭐라도 생각나지 않을까 해서 이렇게 쓰고 있다.
글이 써지지 않을 때 쉬는 것이 좋다고 글을 쓴 적이 있으나, 가벼운 스트레칭 같은 웜업도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헬스장에서 운동을 꽤 오래 하신 분들이 늘 하는 말씀이 있다. 초보는 쉬는 날을 굳이 따로 둘 필요가 없다. 와서 러닝머신이라도 이용하고 가라고 한다. 그게 쉬는 거라고.
아마 운동을 하러 나오는 습관 자체가 중요하기 때문에 이런 말씀들을 하시는 게 아닐까 싶다. 실제로도 그렇고 말이다. 습관은 무척 중요하다. 처음 시작하는 어떤 일이 취미로 발전하려면 강제로라도 습관을 만들어야 하는 법이다.
그래서 이렇게 지우고 싶을 수도 있는 글을 남긴다. 글을 다 쓴 후 '발행'버튼을 누르고 샤워를 하면 몸과 마음이 모두 개운해질 것만 같다.
오래오래 쓰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