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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키랭이 Oct 31. 2023

떨어진 화살을 굳이 내 가슴에 꼽지 마라

안전은 절대 타협할 수 없습니다

무심결에 스마트폰 화면을 열어 습관적으로 빨간 버튼을 눌렀다. 유튜브다. 늘 비슷한 영상에 크게 볼 게 없는 것 같으면서도 또 보다 보면 시간 가는 줄 모른다. 시간이 금이니 어쩌니 하면서도 빨려 들어가고 있다. 그런데 가끔 가슴을 후벼 파는 아주 멋진 영상이 나올 때가 있다. 바로 그날이 그랬다.


'꼰대희'(개그맨 김대희 씨의 유튜브 채널) 채널에서 '쵸단'이라는 분이 나와 식사를 하고 있는 장면이었다. 쵸단이 악플에 힘들어했다는 이야기를 하니 '꼰대희'님께서 한 말씀해주신다.


떨어진 화살을 굳이 들어서 내 가슴에 꼽지 마라

이 한 마디가 뇌리에 정확히 박혀 들었다. 남이 장난 처럼 하는 악의 적인 말은 듣지도 보지도 말라는 것이다. 물론 어려울 수 있다. 하지만 그 내용이 악플을 통해 들어오는 것이라면 아예 쳐다보지 않는 것도 어쩌면 가능할지도 모르겠다.


나는 이것과 비슷한 맥락으로 '욕은 하는 것이 아니라 먹는 것이다'라는 말을 즐겨 쓰곤 한다. 화가 정말 많이 날 때 입에서 험한 말이 나오는 것은 상대를 향해 쏘는 것도 있겠지만, 결국 내 귀를 통해 다시 들어온다. 욕은 아무리 '해 봤자' 결국 '먹게 되어' 있다. 귀를 아무리 막아도 폐를 거쳐 나온 탁한 공기가 성문을 지나 입 밖으로 나가고 나면 결국 '욕먹게' 되어 있는 것이다.


하지만 나도 나약한 사람인지라 모든 상황에서 지켜지지 못한다. 나의 감정이 나의 마음을 아프게 할 것을 알면서도 말이다. 다만 순간의 감정에 휘말리지 않기 위해 조심스럽게 다시 상황을 복기하며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도록 노력한다.




대상처와 함께하는 합동소방훈련을 마치고 민원이 들어온 적이 있다. 원래는 훈련 전 간단하게 교육하고 훈련을 실시한다. 훈련 후에는 강평이나 안전교육을 하며 마친다. 하지만 이 날은 훈련이 매우 미흡하게 진행이 되었었다. 아쉬웠다. 한 번 더 하고 싶은 생각이 굴뚝같았으나 양해를 구하고 교육을 진행했다. 


"1년에 한두 번씩 하는 소방훈련이 자신의 주 업무가 아니겠지만 이렇게 준비하시느라 애쓰셨다"라고 말씀드리며, "다만 아쉬운 점이 있어 말씀을 조금 드리려고 하니 양해 바란다"며 말이다. 어떤 팀장님들은 가끔 호통치시는 분도 계신다. 나이가 좀 있으시기 때문이 가능한 것이라고 생각은 되나 서로 민망해질 때가 있다. 


하지만 나는 호통 칠 이유도 없고, 직급도 낮고, 특히 한국사회에서 가장 중요한 '나이'도 어리기 때문에 특히 친절하게 교육해야만 한다. 그러한 생각으로 교육을 약 10분 정도하고 전체 교육 후 사무실로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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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훈련을 마치고 훈련 대상처의 최고관리자에게 미흡한 준비로 혼이 많이 난 것 같았다. 관계자 중 한 분이 우리 상급기관인 본부 지인에게 전화를 넣었고, 그분은 내가 근무하는 부서장님께 전화를 다시 넣었다. 


훈련이 미흡한 건 인정하나 꼭 지적을 했어야 했나

이게 주된 주장이다.


부서장님께 자초지종을 말씀드리니 충분히 이해가 간다면서도, 상대방의 마음을 조금 헤아려 달라는 교육을 받고 돌아왔다. 



마음이 많이 상했다... 하지만 내 나름대로 분석하고 생각을 해 보았다. 내 마음이 오래 다치지 않도록 말이다. '미흡한 소방훈련을 바라보며, 최대한 친절하게 교육을 해 드려도 어차피 걸릴 민원이었다. 나는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 없이 교육했다. 그냥 잘했다고 하고 넘어가도 되겠으나, 나는 절대 그럴 수 없다. 미흡한 훈련 결과로 인해 당장 내일, 한 달 뒤, 몇 년 뒤 어떤 재난이 벌어졌을 때 적절하게 대응을 하지 못한다면 그 도의적, 혹은 행정적 책임을 나 역시 면하지 못할 것이다. 안전은 보장되는 것이 아니라 안전은 스스로 만드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이미 부러진 화살을 굳이 땅에서 주어 내 가슴에 꼽지 않기로 했다. 그리고 애써 화살을 맞받아 쏘지 않기로 했다. 


간은 모두 불완전한 존재다. 잘잘못을 따지려고 나의 억울함을 다시 호소해 봤자 결국 내가 원하는 100프로 무결한 상태로 상태로 가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상대방이라는 개념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나만 괜찮다고 남도 괜찮아지기는 힘들다. 


침략을 당했으니 나도 침략하겠다는 논리가 결국 인류역사에 끝나지 않는 전쟁을 만든 것이 아닐까.

사람 관계도 마찬가지다. 맞받아 치려고 하면 끝나지 않는다.


이런 사람도 있고, 저런 사람도 있으니 그냥 편하게 잊기로 했다.




지난해 2시간이 넘는 강한 소방특별조사를 통해 대상처에 소방시설 조치명령을 보낸 적이 있다. 소방시설에 관심이 많이 없었던 관계인은 나의 설득을 받아들였고, 결국 조치를 했다. 그리고 조치 다음날, 정말 바로 다음날 지하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주말 오전, 건물을 이용하는 학생들이 아주 많은 시간대였다. 다행히 잘 정비된 소방시설 덕분에 큰 피해 없이 화재는 진압되었고 관계인으로부터 고맙다는 인사를 받기도 했다. 


불편행정과 불친절은 절대 안 되겠지만, 안전은 절대 타협할 수 없다.

이것이 나의 사명이며, 소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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