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키랭이 Dec 06. 2023

남을 돕는 것은 나의 성장을 돕는 것이다

나는 "예스맨"입니다.

짐캐리 주연, 영화「예스맨」

영화배우 짐캐리가 주연으로 연기한 영화 '예스맨'의 포스터다. 오래전 우연히 이 영화를 TV에서 보게 되었는데, 그 감동을 아직도 잊지 못한다. 내가 짐캐리의 영화를 좋아하는 것은 아마도 영화 '마스크' 때문이 아닐까 싶다. 어렸을 때 비디오 가게에 가서 동전 몇 개 주면 빌려볼 수 있는 비디오로 모든 시리즈를 몇 번이고 반복해서 보았으니, 아주 선명한 추억으로 남아 있음이 분명하다.


이 영화는 매사에 부정적인 샐러리맨인 짐캐리가 우연히 어떤 세미나에 참석하게 되고 그곳에서 "yes"를 외치면서 인생이 180도로 바뀌는 경험을 하게 된다는 이야기다. 세상을 살다 보면 "yes"도 "no"도 한쪽으로 치우칠 수 없다는 사실을 자연스럽게 알고 있지만 영화의 설정은 무슨 일이 있어도 "yes"를 밀고 나간다는 사실이 황당하면서도 신선하다. 영화를 보는 사람들은 상영 내내 '이 때는 no라고 해야 해!!' 라며 마음 조리며 보지만 결국 긍정적인 결과가 나오면서 안도의 한 숨을 여러 번 내 쉰다.


영화 '예스맨'에 나오는 인물과 내용을 찬찬히 들여다보면 긍정과 희망이 느껴진다. 하지만 영화의 의도와는 다르게 최근에는 예스맨을 직장상사에게 잘 보이려고 '예스'를 남발하는 사람 따위*로 해석되곤 한다.


*출처 : 나무위키



나는 누군가 나에게 부탁을 해오면 예스를 외치는 편이다. "예S, 제가 해드릴게요" 내게 무언가를 부탁하는 사람은 내가 아니면 부탁할 곳이 없거나, 곤란한 상황에 쳐해 있을 것이기 때문에 기꺼이 도와주려고 하는 것이다.


"아들, 컴퓨터가 서툰 선배들이나 도움을 필요로 하는 사람이 있으면 꼭 친절하게 도와줄 수 있겠니? 네가 할 수 있는 것이라면 말이야."


약주를 한 잔 하고 오시는 날이면 나와 술잔을 기울이며 자주 하셨던 말씀이다. 소방서에 컴퓨터가 처음 들어왔을 때 아버지는 컴퓨터 학원도 다니고 아들에게 물어가며 뒤처지지 않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다. 하지만 점점 나이도 들고 일은 복잡해지는 통에 간단한 작업도 버거워지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컴퓨터를 잘 다루는 직원들에게 물어보면 퉁명스럽게 가르쳐 주거나 자신은 모른다며 가르쳐주지 않는 분위기 속에 크게 좌절하곤 하셨다.


자신은 정작 후배직원들에게 알고 있는 지식들을 모두 전수하며, 일을 배운 사람들은 문을 걸어 잠그는 것이다.


그런 아버지를 오랫동안 지켜보며, 분노가 치밀었지만 내가 내린 결론은 하나였다.


남을 돕는 것은 나를 성장시키는 것이다.

도움을 주며 도움을 바라지 말자.

도움을 주는 순간 나는 도움을 받은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다.


아버지는 당시 남을 도와줌으로써 성장하셨음이 분명하다. 업무능력은 더욱 뚜렷해졌고, 많은 사람들로부터 칭찬을 받았다. 그 덕에 사고만 치던 나도 정신 차릴 수 있었고, 원하든 원치 않든 직장에서는 아버지의 후광 덕에 당당하게 생활할 수 있지 않았겠는가.


도움을 주면 나는 반드시 성장하는 것을 믿고 있다. 그러나 가끔 어떤 사람들은 이렇게 말하기도 한다.


"공무원이나 직장인은 네가 잘하든 못하든 받는 월급이 딱 정해져 있는데, 너무 많이 나서지 마라"라고...


하지만 나는 철저하게 반대한다. 인간의 몸은 시간이 지날수록 늙어가고, 경험은 쌓이며, 머리는 굳어간다. 그 결과 생각도 굳어버려 더 이상의 발전을 멈추게 된다. 지금 편하게 생활하는 것이 나중에는 '도태'되는 결과로 이어진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고 하지 않나. 지금 당장의 돈은 안 될지 몰라도 은퇴 후의 불안하지 않은 삶과 유연한 사고능력을 얻기 위해서 나는 언제까지고 설치고 다닐 것이다.




타 과에서 엑셀이나 한글이 서툴러 도움요청을 하면, 찾아봐서라도 도와주었더니, 지금은 웬만큼 가지고 놀 수 있게 되었고, 보고서를 작성하거나 통계를 내는 업무가 너무 쉬워졌다.


PPT의 P자도 모르는 내가 PPT 만드는 걸 마다하지 않고 몇 번 도와주었더니, 지금은 한두 시간이면 만들 수 있게 되어 전국대회에서 상도 받고, 소방안전강사 교안작성에도 큰 도움을 받고 있다.


취미로 영상을 만들고 있었는데, 올해 서장님으로부터 '소방관을 위한 시'와 관련한 영상제작을 부탁받아 만들게 되었고, 현재 소방청에 보고되었다. 보상이 주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수십 번에 걸친 편집으로 영상편집 실력이 한층 업그레이드되었다.


이처럼 남을 돕는 것은 나를 성장시키고 반드시 그 보상은 나의 성장으로 나타나게 되어있다.


내가 할 수 있는 영역이고,

내가 좋아하는 일이며,

내가 성장할 수 있는 것이라면,

나는 기어이 "YES"를 외칠 것이다.


"YES!!!"




작가의 이전글 기념일에는 돼지불백이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