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와 함께 지역 인근 바닷가를 찾았다. 선상에 카페가 있다는 지인의 이야기를 듣고 주말 나들이를 가기로 한 것이다. 칼바람에 감기가 걸리면 어떡하나 싶어 밖에 나가는 게 걱정되었지만, 언제까지고 '어린이집 - 집 - 어린이집 - 집'을 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아이도 많이 답답해했을 것이다.
때마침 금요일 당번근무를 마치고 토요일 휴무라 세 식구가 출동할 수 있는 준비가 갖추어졌다. 전일 야근으로 피곤하긴 했지만 잠시 눈을 붙이니 금세 피로가 회복되는 것 같았다.
바닷가에 도착한 아이는 바다를 보며 말했다.
우와 날씨가 참 좋은걸? 참 재미있겠다
가끔 세 살짜리 딸아이의 이런 순수하고 단순한 멘트를 들을 때면 속에 끼어있는 찌든 때가 말끔히 씻겨 나가는 기분이 들곤 한다. 좋은 날씨를 보고 좋다고 표현하면서도 온갖 세상 걱정, 근심들은 머릿속에서 떨칠 수 없을 때가 많다. 바쁘고 복잡한 인생길 가운데 푸른 하늘은 그저 한 번 손으로 넘기면 다음 페이지로 넘어가는 이전 페이지의 한 장면일 뿐이기 때문이다.
아이의 이 말을 들은 나도 힘이 나서 걸음을 맞추어 보았다. 두세 걸음에 한 걸음 정도로 맞추어 아이가 가는 발걸음 주변의 위험요소들을 드래곤볼 '스카우터' 마냥 살피고 있으니, 어린이집 동네오빠라는 별명을 가진 하은이의 전투력(?)도 살짝 보이는 듯했다.
비집고 들어가면 통과되는 위험한 난간이 많아 하은이를 번쩍 들어 안았다. 푸른 바다를 바라보며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걸까? 아기상어? 엄마상어? 문어? 토끼와 거북이에 나오는 거북이?
오늘따라 유독 따스한 햇살에 비친 하은이의 하얀 피부가 더욱 반짝거린다. 귀여운 얼굴을 가까이서 바라보니 쌩긋쌩긋 웃고 있고, 카메라맨 엄마는 우리 뒤를 졸졸 따라다닌다.
그때 하은이가 말했다.
아빠, 바닷속에 어~엄청 들어가고 싶어요
"아, 하은아~ 다음에 여름이 되면, 아빠랑 바닷속에 한 번 들어가 보자"
"네에~!"
아직 여름이 무엇인지, '다음'이라는 시점을 잘 모르기에 '한 번 들어가 보자'라는 말만 알아들었을 것 같다. 예상이 틀리지 않았던 게... 집에 돌아갈 때까지 하은이는
"바다에 가고 싶어"라며, 아빠를 재촉했다. 물만 보면 발을 담그려고 하는 아이를 안전과 건강 상 이유로 제한하는 것이 못내 미안했지만,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며 웃으며 달래주었다.
앞으로 몇 개월 후면 또 많이 커서, 그때는 분홍색 튜브를 타고 바닷속을 헤엄치고 있을지 모르겠다. 아직 함께 해보지 못한 것들이 해 본 것보다 너무도 많기에, 다가올 내일이 더욱 기대된다.
이번 겨울도 크게 아프지 않고 무사히 지나가기를, 그리고 따뜻한 봄이 오는 날, 오늘처럼 건강하게 맞이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