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회는 갑자기 오지 않는다. 귀가 닳도록 지금까지 들었던 말 중에 하나는 기회는 준비된 자에게 온다는 것이다.
이번이 아마 내가 내 건강을 사수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인 것 같다. 근육 감소와 뼈가 약화되기 되기 시작하고 심혈관 및 장기가 오작동하기 시작하는 시기가 점점 다가오고 있다. 지금 물러선다면 수도 함락은 시간문제다. 쓰나미처럼 밀려오는 세월의 창을 반드시 막아내야 한다,
3주 전 합숙형 장기출장을 신청했다. 정확히는 응급구조사 2급 교육이다. 일반소방 공개채용으로 임용된 나는 오래전부터 응급구조사를 꿈꿔왔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모 과장님의 지시로 교육이 계속 미뤄져 왔다. 올해는 교육을 갈 수 있는 마지막 기회다. 올해가 지나고 나면 아마 영영 교육을 받지 못할 수도 있을 수 있기에 뒤도 돌아보지 않고 지원했다.
시간을 허투루 버리는 것을 제일 싫어하는 나는 우선 시간활용을 어떻게 할지 고민했다. 하지만 그 고민은 오래가지 않았다.
단연 이번 교육 기간 동안 나의 서브미션은
다. 이. 어. 트.
야간근무가 아닌 주간근무 패턴에 규칙적인 식사. 아침저녁으로 운동할 수 있는 너른 운동장. 요리를 하지 않으니 내 마음대로 조절할 수 있는 식단.
모든 것이 완벽했다.
다만 조금 신경 쓰이는 것이 있다면, 그것은 '혼자'라는 것이다. 또 멋대로 계획 세워놓고 하루 깔짝(?)하고 "아이고~ 대원님~ 고기나 먹으로 가입시다~"하고 있을 내 모습이 떠올랐다.
긴장되었다.
그
러
나
기회는 준비된 자에게 온다고 하지 않았는가.
"형님~ 교육 오셨데요~"
"오오오오~ 달쓰~"
"형님 저녁에 뭐 하실 겁니까?"
"나.. 나? 나는 운동해야지. 이번에 다이어트 한 번 해보려고"
"아~ 진짜예 저도 할 건데! 같이 하시지예"
"아 진짜? 안 그래도 밥이 점심 뿌이 안 나오더라. 아침저녁은 내랑 같이 식단 하자."
"오 ~ 좋은데요"
"그래함 해보자!"
뜻밖에 복병이. 아니 동생이 나타난 것이 아닌가. 나와 교육 주제는 완전히 다르지만 나와 비슷한 기간 동안 합숙을 하며 같이 다이어트를 이어나갈 든든한 동료가 생겼다.
우린 뒤도 돌아보지 않고 다음날 새벽부터 학교 뒷산을 올랐다. 첫 산행이라 엉뚱한 길을 골라 고생은 두 배로 했지만 두 뺨을 타고 흘러내리는 땀은 그 어느 때 보다도 부드러웠다. 떠오르는 태양을 바라보며 두 사람은 이번 다이어트의 성공을 다시 한번 더 다짐했다.
야식의 유혹을 이겨내고 운동과 식단을 반복한 지 어느덧 2주가 지나고 3주 차에 접어들었다. 체중은 한 달 기준으로 약 2kg 정도 감량되는 것이 건강한 다이어트라고 하는데, 2kg 감량 후 유지 중이다.
내일 해야지. 다음에 해야지. 내년에 해야지. 하다가 보면 어느새 세월은 지나있고 나는 여전히 지금과 같은 몸에 각종 성인병을 달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렇기에 다이어트를 한 순간도 미룰 수가 없는 것이다. 무엇보다 나를 다이어트의 세계로 이끈 것은 바로 딸과 아내 덕분이다.
내가 건강해야 가정이 건강하고 가정이 건강해야 모두가 행복할 수 있다.
슬픈 말일 수도 있어 조심스럽지만, 젊었을 때 건강을 챙기지 못해 훗날 고통받고 있는 내 미래의 모습이 조금 두렵기도 하다. 분명 지금은 아무렇지 않게 챙겨 먹는 치킨이 언제 화살로 돌아와 내 심장을 찌를지 모르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