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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키랭이 Feb 26. 2024

기사님이 건네준 워셔액 한 방울

불쾌한 순간을 상쾌한 순간으로 바꿀 순발력이 필요하다

월요일은 여전히 낯설다. 금요일 밤이 가져다주는 화려한 네온사인과 토요일이 건네는 평온함에 취해 일요일은 조금 더 늦게 올 것이라 믿게 된다. 월요일은 아예 오지도 않을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언제나 그렇듯 월요일을 앞 당기기라도 하듯 일요일은 큰 걸음으로 성큼성큼 다가온다. 


오늘 집을 나서면 또 며칠을 보지 못할 아내와 딸의 배웅을 받으며 길을 나선다.


월요일이다.


안개가 자욱한 고속도로 위를 달리며 기록되지도 않을 사사로운 생각들을 머릿속에 끄적여 본다.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저마다의 목적지를 향해 나아가는 차들을 보며 생동감을 느끼다가도 이내 졸음이 밀려온다. 졸음운전을 하면 안 된다는 것을 당연히 알고 있지만 졸음은 삽시간에 월요일과 함께 밀려온다.


'창문을 열어볼까... 음?'


"우두두두두둑"


조금 앞 서가든 옆 차로의 트럭이 내게 물을 한 바가지 끼얹었다. 바로 '워셔액'이었다. 지난밤 눈과 비 때문에 더러워졌을 창문을 말끔히 씻어 시계를 확보해보고자 함이었을 것이다. 


내 몸이 더러워진 것도 아닌데, 먹다 만 음료를 쏟은 것도 아닌데, 속 좁은 나는 순간 속으로 짜증을 내고 말았다. 칸막이 없는 목욕탕 옆자리에서 씻다가 물이 튀긴다고 신경도 안 쓸 텐데,  웬일인지 괜히 불쾌한 티를 내었다.


한 숨을 푹 내 쉬며 제법 많이 묻은 워셔액을 닦기 위해 와이퍼를 좌우로 흔들었다.


'...!'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와이퍼가 두 번 정도 왔다 갔다 하자 놀라울 정도로 시야가 말끔해진 것이다. 이는 흡사 난시가 있어 늘 사물을 뿌옇게 보던 내가 안경을 맞춘 후 세상을 깨끗하게 바라볼 수 있게 된 것과도 같았다. 오늘따라 짙게 끼어 있는 안개가 순식간에 걷히는 기분도 들었다.


요란하게 쏟아지는 워셔액 덕분에 잠도 깼으니, 내려서 커피 한 잔 사드려야 할 정도였다.



정신을 차리고 다시 핸들을 꽉 잡은 나는 방금의 상황을 반성했다.


세상은 예측할 수 있는 일 보다 예측 불가능한 일이 더 많이 일어난다. 그런데 이 예측불가능한 일이 일어날 때 내가 불쾌하게만 받아들인다면 내 삶의 대부분의 순간이 불행해질 수밖에 없다. 행복은 만들어가는 것이라고들 한다. 반대로 불행도 얼마든지 만들어질 수 있는 것 같다. 행복과 불행은 내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어떻게 해석하는지에 따라 달렸다. 내가 행복하다고 느끼면 행복한 것이고, 아무 느낌이 없었다면 아무것도 아닌 것이다. 내가 불쾌하다고 느꼈다고 곧바로 불행해지는 것은 아니겠지만, 적어도 그 불쾌한 감정은 나를 계속 괴롭혀 불행으로 안내하는 것은 사실이다.


그래서 그 불쾌한 감정을 이길 수 있는 어떤 것이 필요하다.


바로, 


순발력이 필요하다.
불쾌한 순간을 상쾌한 순간으로 만들 수 있는
 순발력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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