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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키랭이 Jul 28. 2023

어느 날 브런치가 내게로 다가왔다

글쓰기의 시작

브런치 작가 승인을 받고 글쓰기를 시작한 지 몇 달이 되어 간다. 글쓰기를 매일 하는 것은 아니라 많은 글은 아니지만 그동안 생각만 해 오던 것을 실천할 수 있어서 요즘 일상이 행복이다.


밥을 먹으면서도 브런치

화장실에서도 브런치

책을 보다가도 브런치

잠시 스트레칭을 할 때도 브런치


늘 브런치만 생각하고 늘 글쓰기만 생각한다. 조회수가 크게 의미 없다고들 한다. 하지만 상승할 것이라고는 없는 내 인생에 유일한 상승봉이 되어주고, 라이킷과 구독은 연애편지를 받는 것만큼이나 설렌다.


내가 글쓰기를 이렇게 좋아했던가...


글을 쓰는 방법을 배운 것은 아니다. 책을 많이 읽었던 것도 아니다. 오히려 나는 말을 하기 좋아했다. 내 생각을 말하고 타인의 의견을 듣고 공감하는 일들 말이다. 그래서 판매업을 할 때는 손님들과 2시간 3시간씩 떠들기도 했다. 한 번 온 손님들은 다음에 꼭 다시 와주었다.


글을 쓰기 시작한 것은 먼저 블로그였다. 내가 찍은 사진과 영상으로 몇 줄 글을 쓰고 키워드를 맞춰 끼워 넣는 재미가 있었다. 나도 수익형 블로거가 되어야지라는 부푼 꿈을 안고 시작했다. 유튜브 선생님들의 영상을 열심히 보면서 시작한 블로그. 첫 포스팅 글이 최상단 노출이 되고 "아 이렇게 하면 되겠구나"싶어 그다음 날도 바로 글을 하나 만들었다. (글이라기보다는... 사진일기에 더 가깝지만)


그런데 글 하나 쓰는데 무려 3시간 가까이 걸렸다.


분명 유튜브에는


'하루 30분이면 월 150?'

'하루 1시간이면 나도 온라인 건물주?'


라는 달콤한 썸네일이 많았는데, 왜 나는 3시간이나 걸린단 말인가... 좌절했다. 글쓰기는 정말 전문가의 영역이고, 특히 블로그는 선택받은 자만이 할 수 있는 다른 세상의 이야기라 치부하며 나의 글쓰기는 문을 닫았다.


합창단 홍보글을 쓰다 


그러던 어느 날 취미로 활동하고 있는 합창단에서 단원을 모집해야 하는데 홍보를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고민하고 있는 것을 보았다. 합창단 제일 막내인 나는 선생님들을 위해서, 또 우리 합창단을 위해서 무엇이라도 해드릴 것이 없을까 고민했다. 한참을 고민 끝에 내린 결론이 바로 SNS 홍보였다.


인스타도 페이스북도 아예 하지 않았기에 죽어있던 블로그에 합창 관련 글을 몇 개 포스팅하고 카페에 들어가 홍보글을 작성했다. 홍보글은 기존 글의 장점과 문제점을 분석해 작성했다. 타 단체는 홍보글을 보고 1명 정도 모집에 성공했다기에 나도 목표를 1명으로 잡았다. 글은 '합창을 좋아하는 누구라면 연락 주세요'와 같은 광범위한 타깃설정은 지양하고 '학창 시절 합창을 한 번이라도 해 보신 분' '직장생활, 육아, 학업에 지쳐 스트레스를 풀고 싶은 분' 등의 10여 가지 타깃을 만들어 작성했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블로그 글을 링크 걸어 내가 유령회원이 아니라는 것을 강조했다.


모집 결과 현재 단원의 50%가 넘는 인원이 모집이 되었고 이것이 나비효과가 되어 다른 단원들이 자진해서 모집을 해오고, 나아가 우리 지역 다른 합창단들이 벤치마킹을 해 단원을 추가 모집할 수 있게 되었다.


 블로그 포스팅을 하다


내가 쓴 글을 통해 단원이 모집되는 실질적인 성과를 거두자 글쓰기에 재미가 붙었다. 포스팅 하나에 3시간씩 걸렸던 공포스러운 기억을 싹 잊고 다시 블로그를 시작하기로 마음먹었다. 하지만 결과는 그렇게 좋지 못했다. 몇 시간을 땡볕에서 아이와 놀다가 집에 와서 사진 영상을 정리하고 글을 쓰려고 하니 엄두가 나지 않았다. 사진 초이스부터 보정, 글감 정하기, 키워드 찾기. 너무 복잡한 과정이었다.


포스팅은 글을 쓰는 것이 아니라 글을 쓰는 일을 하는 기분이었다.


지금도 포스팅과 책 쓰기를 하시는 많은 전문가님들은 나름의 노하우로 잘 해내고 있으리라 생각되는데, 나는 어림도 없었다. 내가 블로그와 맞지 않는 이유가 하나 더 있다. 나는 쓰고 싶은 주제가 너무 많았다. 전문분야가 많다는 뜻이 아니라 관심분야가 너무 많았다. 블로그를 유료로 강의를 들어보거나 전자책을 사 본 분들은 알겠지만 블로그가 단기간에 성장하기 위해서는 단일 주제로 밀고 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IT, 육아, 리뷰, 맛집, 여행처럼 하나로 가야지 '육아하면서 맛집을 소개하는데 가끔 IT 포스팅도 합니다', 이렇게 나가면 안 되지는 않겠으나 블로그 성장은 더뎌질 수밖에 없다. 이런 사정인데 나 같은 사람이 블로그에 이 주제 저 주제 막 써 나가면 포스팅 개수는 쌓여도 소통을 기반으로 하는 SNS에서는 그저 맛없는 요리가 될게 뻔해 보였다. 그래서 한 참을 고민하다 결심한 것이 '육아일상'과 관련된 글을 쓰는 것이었다.


다른 블로거들을 살펴보기 위해 '육아일상'을 검색했다.

 

그랬더니 한 포스팅에 육아일상 공모전이 보이는 게 아닌가. 정말 귀신에 홀린다는 표현이 맞는 게, 백일장은 고사하고 글쓰기로 무슨 대회를 나가본 적도 없는 내가 그 공모전 포스팅을 보자마자 바로 글을 써야겠다고 결심했다. 자정이 다 되어서야 발견한 공모전 포스트에는 당장 내일 오전 12시까지 마감이라고 쓰여 있었고 다음날 아침이 되어서야 1시간 30분 정도 공을 들여 글을 써내었다.


https://brunch.co.kr/@kiii-reng-ee/1

(제목 수정 : 쓰고 보니 멋짐, 다시 보니 오글) 이불킥 제목입니다...


결과는 입상. 2명의 대상과 50명의 입상이었는데, 50명 안에 어찌어찌 들어간 것 같다.

입상 전 쓴 글이 아까워 그냥 저장하고 있기 조금 그래서 예전에 받아놓았던 브런치앱에 올려 보았는데


브런치 작가 승인이 떨어졌다.




우연한 기회에 홍보글을 작성하고, 실적이 나자 블로그까지 도전. 블로그는 안 되겠지라며 글쓰기 자체에 대한 회의감마저 들 때 공모전 글쓰기로 자신감 회복. 공모전 입상발표 전 브런치 작가 신청까지.


서로 우연인 듯 아닌듯한 일들이 묘하게 겹치며 나의 최애 취미인 글쓰기가 그렇게 시작된 것이다.



적지 않은 취미생활을 해보았지만 글쓰기만큼 중독되는 취미는 또 없을 것 같다. 그저 평범하게 살고 있는 아무개에게도 '작가'라며 판을 만들어 준 플랫폼의 운영진에게도 감사하고, 일기인지 에세인지 모를 글을 읽고 라이킷과 구독을 눌러 주시는 많은 분들께도 감사하다.


평생 책이나 한 권 제대로 나올까 싶지만, 포스팅처럼 스트레스 안 받고 쓰는 행위 자체의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내가 가진 경험으로 누군가를 위로할 수 있는, 그런 의미 있는 글쓰기를 앞으로도 나는 계속 사랑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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