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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키랭이 Jul 26. 2023

내가 아침마다 식사 준비를 하는 이유

섬김, 잘할 수 있는 것을 베푸는 삶

퇴근 날 아침이 되면 항상 하는 것이 있다. 바로 아침식사 준비다. 시ㆍ군ㆍ구 단위로 있는 본서나 본서에 속해있는 직할센터가 아니면 아침은 따로 해 먹어야 한다. 그러다 보니 교대근무를 하는 소방관들은 라면을 끓여 먹기도 하는데 대부분 굶고 퇴근을 한다.


몇 년 간의 본서 내근(행정 분야) 업무를 마치고 센터로 발령받아 와 보니 우리 팀도 아침을 먹지 않는 문화가 조성되어 있었다. 그래서 당장 다음 근무부터 식사를 준비하기로 했다. 


이유는 내가 할 줄 알아서이다.

잘해서가 아니다. 


결심하자마자 계란, 간장, 참기름, 소금 한 꼬집만 있으면 만들 수 있는 간장계란밥부터 전 날 남은 반찬이나 소시지 같은 것을 잘라 넣어 만든 볶음밥, 만두랑 물만 있으면 만들 수 있는 만두백반까지 하나하나 정성스레 만들어 나갔다.



식사를 강요하지 않아야 한다는 생각이 있어 아침마다 식수 인원을 파악했고 그에 맞게 조리했다. 반년이 흐른 지금은 자연스레 아침식사 담당이 되어 있었다.


사실 요리는 결혼 전까지 전혀 해보지 않았다. 정확히 표현하자면 해도 실패하기 일쑤여서 시도조차 잘하지 않았다. 그러다 아이가 생기고 임신한 아내를 위해 이것저것 만들다 보니 여기까지 오게 된 것.(여기까지라고 해 봤자 그냥 지나가는 요리 초보)


내가 잘할 수 있는 것으로 세상을 이롭게, 선한 영향력을 끼치면서 살아가자

   이것이 수험생활 때 수첩 맨 앞장에 단단하게 설치한 내 인생 비전이자 소망이다.


길지 않은 인생을 살아오며 귀인(?)들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 금전의 문제가 아니다. 등 한 번 토닥거려 준 것, 손 한 번 잡아 준 것, 눈물 한 번 같이 흘려준 것, 모르는 사이인데 양보 한 번 해 준 것. 셀 수 없는 도움을 많이도 받고 살았다. 


그래서 늘 내가 피곤할지언정 남에게 조금씩 베풀며 살아야 한다는 것이 내 가치관으로 자리 잡게 된 것이다. 



평생 소방관으로 근무하시다 몇 년 전 퇴직하신 아버지께서는 얼굴도 목소리도 모르는 소방동료의 도움 요청에 본인이 상대방의 지역까지 찾아가 몇 날 며칠이고 물심양면으로 도움을 주신 적이 있다. 훗날 내가 소방에 입문하였을 때 그 분과 근무할 기회가 생겼는데, 두고두고 감사의 말씀을 전하셨었다. 다른 선배님들도 내게 찾아와 과거의 감사했던 이야기들을 하나 둘 풀어놓고 가곤 했다.



베풀고 산다고 해서, 그래서 조금 불편하다고 해서 아무도 베풀지 않으면 세상은 점점 더 각박해진다.


나의 살과 뼈를 깎고 가정을 내팽개치는 도움은 지양해야겠지만,


내가 할 수 있는

내가 남들보다는 조금 잘할 수 있는

내가 했을 때 보람을 느낄 수 있는


그래서


나도 즐겁고

남도 즐거울 수 있는

작은 베풂을 실천하는 것이 


내가 사는 세상을 조금 더 재미있게 만들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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