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키랭이 Jul 28. 2023

그래도 계속 희생하겠습니다

말의 향기, 리더의 말은 힘이 있다

불편한 것을 보면 가만히 있지 못한다. 비효율적인 것을 보면 효율적인 것으로 바꾸려고 한다. 시간은 조금 걸리고 귀찮을 수 있지만 내가 한 번 해 놓고 나면 여러 사람이 편한 경우가 많기 때문에 항상 고민한다. 작년에 현장 조사를 나가는 일을 했었는데 나갔다 오면 서류가 너무 많이 쌓여 책상 키보드까지 다 뒤엎은 적이 있었다. 전화가 왔었다며 포스트잍은 모니터 전체를 덮기도 했다. 참고로 모니터는 두 대다. 사무실에 남은 직원들은 본인 업무도 아닌데 민원인들을 상대하며 내가 받을 서류를 열심히 받아 주었고 외근 중인 내게 하루에도 몇 통씩 전화가 와 이게 맞냐 저게 맞냐 확인을 했었다. 출장을 매일 나가니 이러한 일은 매일 반복되었다.


직원들이 내가 없어도 본인 업무는 아니지만 접수를 편하게 할 수 없을까?

민원인들이 담당자를 힘들게 찾지 않아도 서류를 편하게 낼 수는 없을까?


위 두 가지를 고민하던 중 생각난 것이 바로 책상 위치 자체를 옮기는 것이었다. 민원인이 들어오는 입구 앞으로 책상을 옮기고, 형형색색으로 접수대를 꾸며 서류를 담을 수 있는 바구니를 비치했다. 공무원스럽지 않은 디자인을 하는 나를 불편하게 바라보는 사람도 없지는 않았다. 자리를 옮길 때는 편한 자리를 뺏는다는 시선으로 보는 분도 있었다. 하지만 개의치 않았고 추진한 결과, 접수가 편리해지고 민원인들은 만족했다. 무엇보다 내 책상이 늘 깨끗한 상태를 유지할 수 있었다.




사무실 내에 다른 불편 사항이 있어 개선을 해본 적이 있다. 시행 후  대체로 만족하는 분위기라 별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런 바람은 오래가지 못했다.


퇴근을 하려고 커피를 타고 있던 그 순간 뒤에서 욕설이 들려온 것이다. 


"이거 누가 만들었냐"(순화)

"지저분하다"(순화)

"그냥 다 치워라"(순화)

"보기 싫다"(순화)


리더들의 욕설 섞인 원성이 내 뒤통수에 꽂혔고 나는 

"제가 만들었습니다"

라며 자리를 벗어났고 만든 것을 직접 다 해체했다.


한 분은 장난이라고 해명했고, 난 그 사과를 진심으로 받아들였다. 늘 선 넘는 장난으로 위태로운 외줄 타기를 하는 분이라 금세 풀렸다. 하지만 리더의 말에는 힘이 있는 법.




리더는 전체를 보아야 한다. 자신의 생각이 강하게 자리 잡고 있다고 하더라도 전체의 의견을 나의 의견과 잘 융합 해석 할 줄 알아야 한다. 내가 좋다고 하더라도 구성원 모두가 반발을 한다면 왜 그런지 이유를 알아본 후 설득할 필요가 있고 능력이 있다면 자신의 생각을 굳혀 나가고 그렇지 않다면 한 발 물러설 줄도 알아야 한다. 


리더는 자신의 능력은 부족하더라도 구성원의 능력을 알아볼 줄 알아야 한다. 그리고 그것을 활용할 줄 아는 리더가 참 리더이다. 자기밖에 모르는 구성원도 시키는 일은 칼 같이 해내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능력은 조금 떨어져도 구성원 전체의 분위기를 좋게 하는 사람도 있다. 그리고 전체를 위해서 희생을 마다하지 않는 캐릭터에게는 칭찬과 격려를 아끼지 않아야 한다. 그것이 어렵다면 최소한 좌절하지는 않도록 배려해 줄 수 있어야 한다. 


리더의 말 한마디는 조직을 살릴 수도 죽게 할 수도 있는 힘이 있다. 




구성원이면서 리더일 수도 있는, 훗날 리더가 될 수도 있는 나는 늘 고민한다.


어떤 리더가 되고 싶은가 말이다.

작가의 이전글 어느 날 브런치가 내게로 다가왔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