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아내와 함께 안경점을 찾았다. 올해 초 시작된 시력 저하와 난시가 심해져 컴퓨터 화면이 잘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아내에게 이야기하니 안경을 맞추셔야겠다고 같이 가 보잔다.
멋이나 부리려고 안경을 맞췄던 적은 있지만 시력을 정확히 체크해서 도수를 넣어서 맞추는 안경은 처음이었다. 이것저것 검사를 하고 나니 결과는 많이 좋지 않았다. 나보다 눈이 더 나쁜 분들보다는 아니지만, 2.0 가까이 되던 시력은 어느새 1.0 대 이하로 확 내려가 있었다.
안경이 도무지 어울리지 않는 두상과 면상을 가진 나는 좀처럼 테를 고르기 어려웠다. 예전에 갔을 때는 점원이 테를 추천해 주곤 했는데, 아내가 있어서 그런지 물끄러미 옆에서 쳐다보고 계시니 어찌할 바를 몰랐다.
가까스로 겨우 맞는 테를 고르고, 완성된 안경을 써 보았다. 어지러울 수 있다는 말에 걱정을 했는데, 다행히 금방 적응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혹시 이번에도 패션용으로 쓰다 말지 않을까 걱정을 했는데, 쓸데 없는 거정이었다. 한 번 써서 선명한 세상을 바라보니 내가 보던 세상이 약간 뿌옇게 흐린 세상이었다는 것을 알아버렸다.
보다 선명한 세상을 볼 수 있게 된 것은 좋은 일이지만 혹시 그동안 내가 놓쳤던 것은 없었을까 생각해 보았다.
살면서 마주하게 되는 많은 문제들을 혹시 나만의 시선과 나만의 색깔대로 바라보지는 않았을까..
왜곡된 시선으로 인해 상처받지 않아도 될 일에 내가 상처받거나, 남을 상처 준 일은 없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