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개월이 채 안 된 달콩이를 재우고 나면 불을 끄고 숨을 죽인 후 휴대폰 화면을 뚫어져라 쳐다본다. 유튜브도 봤다가 넷플릭스도 봤다가 카카오톡도 했다가 한참을 의미 없는 시간을 보내고 나면 어느새 눈이 아파 잠이 온다.
하루동안 고생한 부부에게 주어지는 약간의 보상 같은 것이라 죄책감은 크게 들지 않았다...
그러나 글쓰기를 시작한 후 내 삶은 180도 바뀌었다.
더이상 알고리즘을 따라 영상을 보며 시간을 소비하지 않았다. 브런치 작가님들의 글을 읽으며 탄성을 지르기도 하고, 일기같은 글도 조금씩 써내려 갔다.
(스마트폰 활용의 재발견인가?)
글이 재미있어 계속 쓰다 보니 글이 잘 써지는 특별한 장소가 있을까 궁금했다. 책을 낸 저자나 브런치에서 오래 활동하고 있는 작가님들은 어디서 주로 글을 쓸까 궁금했다.
최근 에세이를 출간한 친한 작가님께 이런 질문을 드렸다. "형님, 형님은 어디서 글을 주로 쓰세요?", "난 작은 창을 통해 초록색 산이 보이는 도서관이 가장 좋더라" 이 말에 꽤 적잖이 놀랐다. 나도 그분이 가시던 같은 도서관의그 비슷한 자리에서 가장 글이 잘 써지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정말 글이 잘 써지는 장소가 따로 있을까 궁금했다. 글이 특별히 잘 써지는 장소가 따로 있을까? 있다고 생각한다. 다만 글을 쓰는 사람의 성향과 상황에 따라 기준은 다 다를 것 같다.
약간의 소리 울림과 사람들의 움직임이 감지되고 비교적 오픈되어 있는 도서관.
공부하다 지치면 언제든지 누울 수 있고(못 일어날 수도 있지만) 머리, 의상 따위를 신경 쓰지 않아도 되는 자유도 높은 우리 집.
커피나 맛있는 차를 한 잔 하면서 제법 전문적이고 감성적인 경험을 할 수 있게 해주는 동네 카페.
자세는 불편해도 전 세계인이 공감하는 화장실 다음으로 프라이빗한 자동차 안.
그 외에도 길을 가다 그냥 서서 글을 써보기도 하고, 잠시 스트레칭을 하러 나갔다가 써보기도 한다.
글감을 간단하게 적어 넣을 때는 장소의 제약을 받지 않지만, 제대로 된 글 쓰기를 할 때만큼은 글이 가장 쉽게 쓰이는 장소가 좋다. 나는 도서관을 좋아하는 편이다.
귀에 이어폰을 꽂고 '빗소리 ASMR'을 주로 튼다. 시원한 에어컨 바람 밑에서 빗소리를 듣고 있자면 언젠가 나도 시골집에서 바람소리와 매미소리를 들으며 글을 써보고 싶다는 생각도 한다.
글쓰기는 장소의 제약이 없는, 지금까지 내가 발견한 최고의 취미이자 최고의 친구이다.
그리고 브런치는 나를 친구로 받아주었다. '여기 와서 마음껏 글을 써봐'라며 곁을 내어준 고마운 친구다.
'글을 쓰는 사람'을 일컫는 '작가'라는 타이틀을 붙여주고 마음껏 뛰어놀게 해 주었다.
최근 내가 구독하고 있는 브런치 작가 #AD엄마HD아들 님이 발행한"'브런치 작가'는 작가가 아니라고요? 에서는 이렇게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