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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키랭이 Aug 02. 2023

하기 싫은 것을 꼭 해야 하는 이유

불합격 법칙 1, 턱걸이 목표설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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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brunch.co.kr/@kiii-reng-ee/42


또다시 시험에 낙방하고 영화 속 좀비처럼 몸과 마음을 축 늘어뜨린 채 독서실을 오가는 시간이 지속되고 있었다. 누구도 만나고 싶지 않았다. 해가 뜨는 것이 무서웠다. 아니 싫었다. 꼴에 공부 좀 했다고 낮에는 TV나 보면서 당치도 않는 휴식기간이나 가지고 있었다. 저녁에는 이제 전업 부럽지 않은 대리운전을 계속하며 업계에 발을 들여놓으려는 생각을 진지하게 하기도 했다.


그러던 어느 날 뜻밖의 하반기 채용소식이 들려왔다.


심장이 쿵쾅 거렸다. 짧지만 나의 방황하던 며칠의 시간이 순식간에 멈추었다. 두 줄짜리 일시정지가 아니라 정사각형 네모난 모양의 정지였다. 테이프를 뒤로 감아야 할 것 같았다. 처음으로 돌아가 녹화 버튼을 다시 눌로 나의 과오를 덮어쓰기 하고 싶었다.


컴퓨터 앞으로 돌아갔다.


늦었지만 이번 시험에 대한 반성을 다시 했다. 그리고 하반기 시험은 절대 놓치지 않으리라 다짐했다. 내가 공무원 시험에서 떨어진 이유와 공시생들의 불합격 특징을 적절히 분석해 나갔다.




지나치게 낮은 목표설정

 

커트라인이 75라고 가정했을 때 목표를 75에 가깝게 잡는 경향이 있었다. 나뿐만이 아니라 나와 같이 공부하고 있고, 합격한 몇몇 사람과 대화를 나눠보면 거의 턱걸이에 가까운 목표를 설정하고 있었다. 이렇게 목표점수를 간당간당하게 설정하는 이유가 있을까?


있다. 시험의 특성 때문이다. 거의 모든 공무원 시험에서 통용되는 일반론인 것 같다.


커트라인 점수를 받는 것까지는 비교적 쉽게 접근이 가능하다. 기본서 회독과 적절한 기출문제 풀이는 커트라인 점수를 받는 데에 무리가 없다. 심지어 시간 없는 직장인은 동영상 강의를 돌리고 기출을 풀면서 공부하는 경우도 있는데, 가끔 합격을 했다는 이야기 곳곳에서 들린다. 물론 그런 분들은 특별한 경우겠지만, 일반인이 접근하기 쉬운, 비교적 적은 노력으로도 뚫을 수 있는 저지선이기 때문에 커트라인 점수로의 목표설정은 꽤 매력적일 수밖에 없다.


짧은 목표 기간 설정도 문제다.


'6개월 만에 9급 공무원 합격하기'

'3개월 만에 9급 공무원 합격했어요'

'1년 안에 7급 공무원 되는 방법'


오늘날 유튜브에 보면 이런 자극적인 영상들이 많이 돌아다닌다. 물론 이 영상을 찍은 유튜버, 혹은 공무원들의 진정성과 노력을 오해하는 것은 아니지만, 문제는 많은 평범한 수험생들이 짧은 기간에 혹해 공부 방향을 잘 못 설정하는 데에 있다.


중학 영어단어도 잘 모르고, 국사책은 선사시대 부분만 너덜너덜한 나 같은 사람이 6개월 만에 시험을 패스하려고 하니 당연히 목표점수를 낮게 설정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물론 낮은 목표 설정값이 시험의 당락을 결정하는 것은 아니다. 다 통할 때가 있는 법. 채용인원이 많거나 경쟁률이 낮은 경우에는 높은 확률로 걸려 들어가는(합격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모든 시험이 다 이렇게 친절하지는 않다. 당장 내년에 얼마나 채용할지도 모르는 시험인데, 목표를 낮게 설정해서 공부하다가 채용공고문이 뜨고는 탄식을 내뱉는 수험생들을 숱하게 봐왔다. 반면에 목표를 높게 잡고 보다 철저하게 준비했던 수험생은 빠르게 자리 떠나 공직으로 나아갔다.


이렇듯 당장 몇 달 후를 알 수 없는 시험판에서 낮게 목표를 설정하면 좁은 문을 통과할 확률이 떨어진다. 따라서 수험생은 최악의 경우를 생각해 목표를 높게 잡고 시험에 접근해야 한다.


낮은 목표 설정의  번째 이유는 바로 하기 싫은 것은 하기 은 속성 때문이다. 사람은 한 번 하기 싫은 것은 계속하기 싫어하는 경향이 있다. 75점까지는 누구나 이해할 수 있고 접근할 수 있는 부분이다. 그러나 80점을 넘기기 위해서는 특히 90점을 넘기기 위해서는 잘 이해되지 않는 부분을 건드려야만 한다.


국사 예 들어 보겠다. 국사는 크게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네 개의 부분으로 나뉜다. 이때 정치와 경제는 시험에서도 빈출인 데다가 이것을 모르면 진도가 나가지 않으므로 학원가의 강사들도 이것을 줄기 삼아 열심히 가르친다. 수험생들도 정치, 경제의 흐름에 따라 공부해 나간다. 그런데 사회 파트에 들어오면 힘이 살짝 빠진다. 왕을 중심으로 펼쳐진 역사 줄기에 사회 부분이 끼어 들어가니 조금 복합적으로 사고를 해야 하는 상황이 생기기 때문이다. 주요 구조에서 떨어지면 뭐든 어색하고 불편해진다.


정작 고득점 부문은 문화 파트에서 갈라지기도 한다. 자연스럽게 외워지는 경제 파트와는 달리 각종 문화재 이름들을 하나 하나 외워가며 그 문화재가 어떤 왕과 관련 있으며, 사료를 분석해야 한다.


그런데 이것은 단지 예일뿐이다. 주변에 다른 수험생들을 보니, 나는 경제가 어려웠다. 나는 정치가 어려웠다고 말하는 사람도 꽤 있었다. 시대적으로도 보기 싫은 부분이 다 달랐다. 나의 아내도 삼국시대가 어려웠고 이야기한다.


그래서 절대기준은 없다. 기준은 '나'이다. 내가 보기 싫은 것은 끝까지 안 보고 하기 싫은 것을 끝까지 안 하면 수험기간이 늘어지고 합격과 거리가 멀어지게 된다. 점수는 늘 커트라인에 머무를 수밖에 없다.


모든 시험은 상대평가도 절대평가도 아니다. 자기 평가다.

전략적인 목표설정도 반드시 필요하다.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내가 일정 수준이상의 점수를 받아 합격을 할 수 있다는 가정 하에 하는 것이다. 75점이 문 턱인 시험에서 75점을 받는 전략을 세운다면 결과는 뻔하다. 합격 할 확률은 줄어든다.


수험생활을 하며 반드시 챙겨봐야 되는 것이 있는데 바로 정신건강이다. 끝날 것 같지 않은 터널을 지나며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다 보면 스트레스를 상당히 많이 받는다. 신체활동을 거의 하지 않으며 공부만 하게 되면 정신건강은 더욱 나빠진다.


시험을 상대평가라고 생각해(상대평가가 맞지만) 남들과 비교하며 커트라인에 딱 맞게 공부하면 수험생활 내내 불안에 시달려야한다. 그런데 재미난(?) 사실은 그렇게 공부해서 한 번 떨어지고 나면 불안은 몇 배로 불어난다는 것이다. '작년에 이렇게 했는데 떨어져?' . 그리고 불합격의 원인을 지역별 인원 차이나, 경조사 등 다른 곳에서 찾는다. 자기 반성없는 핑계거리만 찾는 것이다.


시험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오면 목표를 낮게 잡은 수험생은 혹시 나올지 모르는 문제들이 있을까 예상문제집을 보며 초조해한다. 그리고 보지 않았던 것은 과감히(?) 버리고, 내가 봤던 것만 다시 한번 더 본다. 반면에 목표를 높게 잡은 수험생은 그동안 봤던 모든 것은 빠르게 훑어가며 혹시 빠진 것은 없는지 한 번 더 챙긴다.


목표가 턱걸이인 수험생은 70%만 공부했다. 그러면 거기서 또 틀리니 60~70점 사이가 나온다. 찍은게 맞으면 즉, 운이 좋으면 합격, 그렇지 못하면 불합격이다.


목표가 만점인 수험생은 110%를 공부했다. 그러면 실수를 조금 할 수도 있으니 짜게 줘도 90~95점은 나온다. 범위 자체를 벗어나는 공부를 하라는 것이 아니다. 범위 내에서 만큼은 안 보거나 모르고 넘기는 것은 없게 공부를 헤야한다는 것이다.


마치 여행을 갈 때 짐을 미리 준비하지 않고 아침에 준비하는 사람은 출발 직전까지 두근두근하며 서두르다가 막상 여행지에 도착하면 5가지를 빠뜨리고 오고, 전 날 준비를 다 한 사람은 출발 직전까지 설레는 마음으로 느긋함을 누리다가 막상 도착하니 1가지 정도 빠뜨리고 온 것과 같은 이치다.


시험은 절대평가처럼 준비해야 한다. 차라리 자기 평가라는 말이 더 어울릴 것 같다. 자기가 공부를 제대로 했는지를 평가받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편하다. 어차피 내가 공부한 것에서 시험은 치러지니까 말이다. 공부하지 않은 것은 물론 찍기도 하겠지만 그것은 이미 나의 문제가 아니다. 그저 '출제된' 문제일 뿐이다.




보고서를 만들 때 100% 완벽하게 만드려고 하면 70%를 준비해도 50%의 결과물이 나온다.

그러나 100%를 만들기 위해 300%를 준비하면 90%의 결과물이 오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다


누구나 준비할 수 있는 50%까지는 힘을 많이 들이지 않아도 결괏값이 잘 나온다.

70%의 결괏값을 얻으려면 120% 정도 준비하면 된다.

그러나 80%~99%까지 도달하기 위해서는 300%, 500%의 노력을 들여야 한다.


그래도 늘 100 에는 못 미치지만 대체로 90에 가까운 결과는 나온다.


하기 싫고 귀찮더라도 건드릴 부분은 건드려 줘야 된다.

등이 가려워 긁고 싶은데 손이 닿지 않는다고 참을 것은 아니지 않은가.


많은 성공 전문가들은 하기 싫은 것을 해야 비로소 성공한다라고 말한다. 그것은, 나의 오랜 습성을 깨고 밖으로 나가야 성공한다는 것과 일맥상통하는 것 같다. 하기 싫 것을 하지 않는 오랜 습관이 우리 안에 내재되어 있기 때문이다.


공무원 시험은 앞으로 많은 것을 해 나가기 위한 그저 첫 번째 관문에 불과하다. 단순히 시험으로서의 시험이 아니라, 뜨거운 비전을 가슴에 품고 높은 꿈을 향해 나아가는 한 인간으로서,

수험생활이 주는 교훈은 무엇 하나 버릴 것이 없다는 것이 나의 일관된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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