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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키랭이 Aug 09. 2023

공시합격을 위해 강의는 '활용'만 하라

불합격 법칙 3, 강의만 계속 듣더라

공무원 시험을 처음 준비하는 수험생 대부분은 패키지 상품 기준 약 100여만 원 정도의 강의를 결제한다. 기본 강의와 심화 강의, 문제풀이 강의 또는 그 이상이 제공된다. 국어니 국사니 학창 시절 꽤 접해봄직한 과목들도 있지만 공무원 시험이라는 새로운 시험을 준비하는 만큼 그에 맞는 강의를 들어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그런데


1. 기본강의는 한 번만 듣자.


강의는 대부분 과목별로 2개월에서 3개월에 한 번 돌아가도록 구성되어 있다. 4월에 시작하면 5월이나 6월에 1 회독을 할 수 있다는 뜻이다. 5과목을 모두 수강한다고 했을 때 사이클 예를 들면 다음과 같다.


월요일(4시간) : 국어 기본

화요일(4시간) : 영어 기본

수요일(4시간) : 국사 기본

목요일(4시간) : 기타 과목 1

금요일(4시간) : 기타 과목 2


이런 흐름으로 가면 토요일 일요일을 제하고 2 ~ 3개월이면 전 과목을 한 바퀴 돌릴 수 있는 것이다. 만약 오프라인 강의를 듣기 위해 학원에 간다면 이 사이클을 따라가야 한다. 시험을 처음 준비하거나 아예 기초가 잡혀있지 않다면 이런 방법을 따라가 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다만 일주일에 한 번씩 국어 강의를 듣다 보니 다음주가 되면 처음에 배웠던 것을 까마득하게 잊고 만다. 그리고 기본강의 종강이 다가오면 다음에도 신청해서 들을 것을 강조하는 곳도 꽤 있다. 조심스럽지만... 그게 그렇게 효과가 좋다고 하지는 못하겠다. 1년 패키지면 추가 비용도 들지 않으니 꽤 달콤하게 다가오기도 한다. 하지만 강의를 빨리 벗어나야 비로소 자기 공부를 할 수 있기 때문에 강의를 열심히 들어 최대한 빨리 빠져나오기를 권장한다. 공부는 강의가 해주지 않는다. 도움을 줄 뿐. 결국 공부는 자기가 해야 한다.


위에 언급한 대로 강의를 2 ~ 3개월 동안 요일별로 듣는 방법도 있지만, 국사를 2주 동안 들은 후 행정법을 3주 동안 듣는 것처럼 과목별로 몰아 듣는 방법도 있다. 이것도 개인차는 있겠지만 첫 시작부터 몰아 듣는 것은 추천하지 않는다. 하루에 8시간 동안 국사를 몰아서 들어봤자 남는 것은 별로 없다. 8시간짜리 영화 한 편 본 느낌이 들 것이다. 영화를 보고 나오면 기억나는 몇 장면만 남지 않는가. 그런데 8시간이면... 쉽지 않다. 이틀이면 16시간인데, 기억이 날리 만무하다.


3개월도 조금 길다. 2개월에 1 회독을 할 수 있도록 하되 처음 2개월만큼은 학원의 커리큘럼을 따라가는 것도 나쁘지 않다. 강의를 활용한 1 회독(진짜 회독이 아니라)이 끝나면 그다음부터는 혼자 공부를 해야 한다.



2. 수준에 맞는 강의를 듣자.


영어를 예로 들어보겠다. 나는 중학교, 고등학교를 통틀어서 영어를 제대로 공부해 본 적이 없었다. 사회에 나와 외국인을 응대하기 위해 혼자 문장 몇 개 외워서 말해본 게 다였다. 아는 단어도 거의 없었고, 문법은 아예 접근조차 못했다. 독해는 말할 것도 없고 모든 상황이 최악이었다. 수능은 8등급인가 나왔던 걸로 기억한다. 내신 시험을 치면 찍어서 2 ~ 3개를 겨우 맞췄다. 엄밀히 말하면 맞춘 것도 아니지...


이런 내가 첫 시험 때 떨어질 당시 '000 영어'라고 공무원 영어계의 1타 강사의 온라인 수업을 들었다. 그분의 가르침이 부족하거나 헛되어 내가 떨어진 것은 절대 아니다. 다만 수업 중에 하는 말씀 들이 80% 넘게 이해되지 않는 게 문제였다. 수업 초반에 영어 문장의 5 형식을 배우고는 연습문제를 푸는데, 방금 강의를 들었음에도 어떻게 푸는 건지 당최 몰랐다. 기본서에 나온 것들 중 외워라고 해서 외운 것들이 있는데, 문제를 풀 때 적용할라치면 절반 이상이 빗금이었다.


매일 아침마다 하프 영어라고 해서 10문제씩 풀고 해설 강의를 듣는데, 이건 더 최악이었다. (내가 최악이라는 뜻이다.) 우리나라에서 최고라고 인정받는 분의 명강의가 이어지는데도 나의 머리는 받아들일 준비가 안 되어 있었다. 밑 빠진 독에 물 붓는 것보다 더 했으면 더 했지 덜 하지는 않았다.


꾸준히는 했지만 효율은 떨어졌고, '계속보다 보면 되겠지?'라며 미신적인 마인드로 접근한 결과 시원하게 불합격한 바 있다. 두 번째 시험에서 떨어지고 난 후 고민했다. 명강사, 최고의 강의, 최고의 교재로 수업을 들었고 따라 했지만 결과는 좋지 않았다면, 강사와 강의, 교재를 바꾸면 되지 않을까?


도박이었다.


하반기 시험까지는 채 5개월 정도밖에 남지 않았는데, 지금 와서 바꾼다고 도움이 될까 싶었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내 수준을 점검해 보았다. 아니, 솔직히 말하면 점검도 필요 없었다. 그냥 초등학생 보다 조금 못한 정도?(초등학생 친구들을 비하하는 것이 절대 아니다. 그만큼 내가 영어를 못한다는 뜻!) 그래도 중학교 1학년 정도 보면 되지 않을까 싶었다. EBS 홈페이지에 들어갔다. 중학교 1학년이 들을 수 있는 무료 강의가 있었고 서점으로 가 관련 책을 한 권 구입하기로 했다. 마치 조카의 책을 골라 선물을 한다는 느낌적인 느낌으로 책을 골라 당당하게 계산대 위에 올려놓았다.


영어단어도 중학 필수 단어책을 활용했다. 집에 10년 넘은 작은 핸드북이 굴러다녀 그것으로 먼저 암기를 시작했다. 비교적 쉬운 단어와 문장으로 진도가 나가니 영어공부가 한결 편안해졌다. 시간의 촉박함은 잊고 하나하나 기초부터 다시 시작한다는 느낌으로 했고, 이후 고등학교 수준으로 넘어갔다. 고등학교 수준이 어느 정도 되고서야 매일 아침에 하는 하프 영어 10문제가 조금씩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면서 가장 어려운 것이 뭐냐고 물으면, 영어전공자를 제외하면 대부분 영어를 꼽는다. 그런데 많은 수험생들이 공무원 영어 수업을 듣고 점수가 오르지 않는다며 투덜댄다. 다만 국어나 국사, 기타 다른 과목은 일반적인 공무원 수험가의 강의를 들어도 크게 문제가 없다. 오히려 그것을 들어야만 한다. 그런데 영어는 아예 기초가 되어 있지 않다는 가정하에 본인에게 맞는 수준의 것을 골라 먼저 듣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 학원가의 흐름을 굳이 다 따라갈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3. 공부하다 막히면 골라 들으라


어느 정도 기본이 잡히고 난 후에 기본강의를 무조건 1부터 다시 돌려 듣는 것은 비효율적이다. 공부를 하다가 특히 막히는 부분이 있다. 그때 강의를 활용하면 아주 좋다. 기본서 회독을 기본적으로 하되 막힐 때만 열어서 듣는 것이다. 한 번 들을 때는 몰랐지만 다시 들어보면 이해되는 부분이 생기기도 한다.


국사공부를 하다가 막히는 부분이 있으면 유튜브 영상을 가끔 보기도 했다. 공부가 잘 되지 않는 날에는 역사저널 '그날'도 보면서 휴식하기도 했다.


패키지 강의가 있어 다른 강사의 강의를 들을 수 있다면 다른 강사의 설명을 들어보는 것도 추천한다. 혹시 내가 어려워했던 부분을 다른 강사의 설명으로 이해가 되기도 한다. 교수법은 비슷한 듯 각기 다르기 때문에 나만 잘 이해된다면 다른 강사의 수업을 부분적으로 들어보는 것도 아주 도움이 된다.


4. 시험이 임박했을 때는 정말 강의를 다 놓아야 한다.


시험이 임박했을 때 친한 동생이 연락이 왔다.

"형님, 요즘 강의도 따라가기 힘들어요"


그래서 내가 대답했다.

"이제 강의 그만 듣고 혼자 공부를 해야 하지 않을까?"


라고 좋게 썼지만 실상, 강의를 그만 들을 것을 강력하게 주장했다. 막바지에 오면 이제 아는 것 모르는 것을 구분하고, 아는 것은 다지고 모르는 것은 부셔가면서 격파해나가야 한다. 그런데 마지막까지 영상을 틀어 놓거나 강의실에 앉아 있으면 그 소중한 시간을 빼앗기게 된다.


공부가 정말... 정말 다 되어 여유가 넘쳐흘러서, 학원에서 제공해 주는 문제풀이나 심화강의를 들어도 합격할 자신이 있다면 모를까, 그게 아니라면 혼자만의 시간으로 들어가야 한다.


불안하니까... 어떻게 정리를 해야 할지 모르겠으니까... 마지막에 다가갈수록 많은 수험생들이 강의를 더 찾는다.


'000 핵심 정리' (4강)

'한 방에 정리한다' (1강)


홈페이지 배너에서 이런 문구를 발견하면 오아시스를 발견한 것 마냥 신이 난다. 아직 정리가 잘 안 되었는데 유명 강사가 정리를 해준다니 말이다. 그것도 800페이지 가까이 되는 분량을 단 몇 시간 만에...


앞서 계속 언급하고 있지만, 강의가 무조건 나쁘다는 것이 아니다. 정말 주옥같고 뺄 것 없는 좋은 내용이고, 실제로 도움도 많이 된다.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본인이 정리가 되어 있고, 시험 칠 준비가 되어 있는, 어느 정도 궤도에 올라온 수험생이 볼 수 있는 강의다.


혼자 아무것도 정리되지 않았는데, 강사가 열심히 정리해 준들 크게 도움 되지 않는다.




나 역시 공부를 하며 여러 강사님들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 혼자서 시작했더라면 그야말로 땅 짚고 헤엄치기였겠으나, 1타 강사님들의 멋진 수업 덕분에 흐름도 잡고 방법도 알고, 효율적으로 공부할 수 있게 되었다.


다만 수험기간을 조금이라도 앞당기고 싶다면 강의는 빠르게 보고 최대한 많은 '자기 공부시간'을 가진 후 다시 강의를 '활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공부든 뭐든 살아보니, 나 혼자되는 것이 하나도 없다. 처음에는 조금이라도 누군가에게 도움을 받고, 그것을 발판 삼아 스스로 깨우쳐 나가야 하는 게 인생이다.


공부하던 내내 이런 생각이 들었다. 학창 시절 공부를 계속했던 친구들은 어쩌면 세상을 바라보는 눈이 먼저 열리지 않았을까 하고 말이다. 공부를 해보니 공부하고 있는 과목 자체에 대한 지식도 얻지만, 공부를 하는 행위와 시험을 준비하는 과정을 통해 삶의 지혜마저 얻고 있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부러웠다.


그러나 늦지 않았다.


이제라도 공부의 기쁨을 알게 해 준 나의 수험생활에 감사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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