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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키랭이 Aug 09. 2023

유튜브를 끊으니 가정에 평화가 깃들었다

달콩아 아빠랑 놀지 않을래?

얼마 전 달콩이가 열경기 증상이 있었다. 병원에 가보니 중이염이라고 한다. 콧물이 계속 많이 나오면 중이염, 관지염, 기침 등 온갖 증상들을 동반한다.


나도 중이염을 올해 처음 걸려봤는데 너무 불편한 것들이 많았다. 그런데 표현도 잘 못하고 코도 혼자 풀지 못하는 아이는 얼마나 답답할까 싶다.


그래서 그런지 짜증이 부쩍 늘었다. 조금만 마음대로 안 되면 바로 투덜거린다. 밥도 거의 못 먹는다. 김을 달라더니 주면 안 받고, 귤을 달라더니 주면 얼굴을 찌푸린다. 영상을 틀어주니 잘 보다가도 짜증이다. 본인이 원하는 게 안 되면 바로 짜증짜증이다.


밥과 과자, 과일 모두 안 먹어 자극적인 초콜릿과자를 주었더니 먹는다. 그래 그거라도 먹어라... 주변에 지인이 자기 아이가 아플 때 밥을 통 못 먹어서 초콜릿만 먹였단다. '우리도 그래볼까?'싶어 따라 해 봤는데 먹긴 먹는다...


랭이 부부는 식탁에 앉아 이야기를 나누었다. 달콩이가 회복되고 나면 예전처럼 밥을 잘 먹을까? 그리고 영상을 볼 때 짜증을 덜 낼까?


그리고 짜증을 내면 아프니까 받아줘야 하나? 훈계해야 하나? 아직 21개월인데...? 말을 다 알아듣는 것 같지만... 단호한 어조로 이야기하면 해결될까?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며, 며칠 전 회복단계로 들어간 달콩이가 밥은 대체로 잘 먹기 시작했다.




하지만 영상을 보면서 짜증을 내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다. 21개월 달콩이와 360개월은 훨씬 더 산 키랭이와의 전쟁이 시작되려 하고 있었다.


'이제 아프지 않으니까 얌전히 봐주면 안 될까?'


'36개월만 되어 봐로 요뇨석~!'


계속되는 '달콩케어'에 지친 아내가 먼저 잠이 들었다. 답답한 마음에 글이라도 써야지 싶어 브런치스토리를 연다. 그랬더니 신기하게도


https://brunch.co.kr/@plutoun/35

이런 글이 올라온 게 아닌가. 내가 구독하고 알림을 받고 있는 #슈퍼피포 님의 글이었다. 정독을 하고 아내를 조심스레 깨웠다.


"우리도 한 번 결단을 내려보자!"


아내는 조용히 미소지으며 결연한 눈빛을 내게 보내왔다.




영상과 까까를 요구해 오는 달콩이, 아팠던 기간 동안 요구사항을 잘 들어주어서 그런가 더욱 강하게 어필을 한다.


마음은 아프지만 단호하게 거절을 하고 우리의 의사를 정확히 전달했다. 아이가 울음을 그치자 엄마는 사랑으로 안아주었다.


그리고 놀이를 제공했다. 관심을 돌리기 위해 엄마는 장난감을 최대한 활용해 같이 놀아주었다. 그러니 또 곧잘 노는 게 아닌가?


미끄럼틀에 올라가서 달콩 댄스도 선 보인다.


항생제를 계속 먹다 보니 입맛이 없는지 밥도 계속 걸렀는데, 자극적인 과자를 끊으니 만 하루 만에 식욕이 돌아왔다.


엄마에게 밥을 달라고 주방으로 사자 친구와 함께 식판을 들고 왔다. 작은 손가락으로 식판 각 칸마다 이것저것 담아줄 것을 요구한다.


식사제공을 요구하며 농성하는 달콩선생과 사자친구


오늘 아침, 퇴근해 집에 가보니 달콩이가 어린이집 등원준비를 하고 있었다. 엄마가 잠시 없는 틈을 타 21개월 달콩이가 협상을 해왔다. 조용히 말을 하는 것도 참 신기했다.


"(소파 위에 손을 툭치며 앉으라고)아부지, 아부지"


"(돼지꼬리 찾기 영상) 꼬리, 꼬니, 썄기, 찾기"


순간 그 모습이 너무 귀여워 넘어갈 뻔하였으나,


"달콩아, 영상은 보는 것보다 아빠랑 옥수수 먹기 놀이할래?"라며 바로 옥수수 장난감을 먹는 시늉을 했다. 그랬더니 달콩이가 나를 따라 하며 까르르 웃어 보였다.


이후 "방기 방기"라고 하는 달콩이를 보며 순간 생각이나 팔에 입을 대고 방귀 소리를 처음 내주었는데, "한번 더 한번 더"를 외치며 계속해달라고 하는 것 아닌가




아이는 태어나면서부터 어른들이 만들어 놓은 세상과 시스템 속으로 들어온다. 영상을 보고 싶다고 먼저 말한 적도 없고, 책을 보고 싶다고 먼저 말한 적도 없다.


아이들은 선택권이 없기 때문에 부모가 제공한 환경에 따라 성장해 나간다.


이제 결단해야 한다. 아직 늦지 않았다. 당장의 평화를 위해 영상을 틀 것인가, 평생의 평화를 위해 책을 펼 것인가.


아이가 우리에게 가장 원하는 것이 무엇일까.


영상? 과자? 장난감?


아니다.


아이는 그제 우리가 자기를 바라봐주기를, 알아주기를, 놀아주기를 바랄 것이다.




유튜브와 과자에 빠진 달콩이를 위한 솔루션

(사실 우리가 빠지게 만들었지만...)

 

1. 짜증, 투정은 단호하게

     (단, 감정 배제, 지나치게 큰 소리 배제)

2. 관심 돌리기 : 놀이나 책으로

3. 밥을 잘 먹으면 간식 제공하기(자극적인 것 자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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