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모
나는 준대머리다.
젊었을 때부터 관리를 시작했더라면 지금 상태까지 가지 않았을 것이다.
탈모는 증조가 보이기 시작한다 할 때 병원에 가서 치료를 시작해야 한다.
하지만, 나는 그냥 내버려 두었다.
“어차피 유전인데 뭘 해도 소용없겠지.”
지금 생각하면 나만의 착각이었다.
이렇게 내버려 둔 내 머리카락의 현재 모습이다.
20대 중반부터 슬슬 빠지기 시작한 머리카락은 이젠 이마를 드넓은 평야로 만들었고, 정수리에는 듬성듬성 있다.
보통 탈모 증세가 오는 사람들은 샤워 후 배수구에 걸려 있는 머리카락을 보거나, 거울에서 하루가 다르게 적어지는 머리숱을 보면 우울해진다.
탈모를 창피하게 생각하기도 한다.
그래서 많은 비용을 들여서 가발을 쓰거나 모발 이식을 하거나 탈모약을 복용한다.
특히 미혼 여성들은 탈모 있는 남성에 대한 거부감이 심한 것 같다.
이로 인해 탈모 증상이 있으면 헤어지는 경우도 있는 것 같다.
사실 나도 상견례 자리에서 탈모가 있다는 말씀을 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홍양은 나를 받아 주었다.
그 점에서 나는 홍양에게 너무 고맙다.
지금 나의 모습은 50대 중년의 준대머리 아저씨이다.
나는 나의 이런 무모(無毛)한 외모에 그다지 신경을 쓰지 않는다.
오히려 모임 등에서 난 머리 없는 사람이라 먼저 우스개 말을 한다.
단톡방에서 처제가 아래 모양의 잔망루피 이모티콘을 보낼 때도 나는 먼저 답한다.
“난 잡힐 머리 없어서 괜찮음.”
홍양도 속으로야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지만, 적어도 내가 머리털이 없다고 속상해하지 않는다.
나는 모자도 잘 쓰지 않는다.
하지만, 같이 걸을 때 홍양은 내 팔짱을 끼거나 손을 잡는다.
그거면 된 거 아닌가?
이러던 내가 지난 연휴에 부산의 유명한 탈모 병원을 가서 1년 치 탈모약을 받았다.
사연인즉슨, 내가 단골로 다니는 이발소 사장님이 탈모약을 2달째 복용하고 있는데 확실히 효과를 보고 있다고 하였다.
나는 딱히 약을 복용할 생각도 없었는데 계속 나에게 추천하셨다.
이렇게 약을 복용하기 시작했고, 홍양은 3개월 후의 내 모습이 너무 궁금하다고 했다.
중요한 건 고혈압 환자가 평생 약을 먹어야 하듯이 탈모약도 평생 복용을 해야 한다.
소프트뱅크 창업자 손정의씨 일화이다.
누군가 손정의 아저씨에게 “머리카락의 후퇴가 심각하다..”라고 말하자,
“머리카락이 후퇴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내가 전진하고 있는 것이다.” 말했다고 한다.
난 내 이마가 넓어지고 있다고 생각할 것이다. 지금도 나는 샤워를 하고 빗으로 머리를 빗는다.
추신)
이미 말씀드린 바와 같이 지난 주말에 보성녹차마라톤 10km를 완주하였다.
비가 살짝 뿌렸지만, 달리기에 딱 좋은 날씨였다.
8km쯤에서 홍양이 먼저 가라고 하였다.
이에 함께 손잡고 만세 하며 결승선을 통과하자는 다짐은 실현을 못하였다.
하지만, 함께 완주하였다.
해남 장모님 댁에 가서 함께 낙지/고기를 먹고, 청소도 해드리고, 카네이션도 드리고 왔다.
이번 연휴는 탈모약 복용 시작, 마라톤 완주, 어버이날 안부까지 완벽하게 보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