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양 생각
지난주에 나는 이렇게 썼다.
'영원한 동반자인 홍양만 옆에 있으면 된다. 홍양도 나랑 같은 생각이라 믿는다.'
그런데 홍양은 분명 그 글을 읽었을 텐데 반응이 없었다.
긍정도, 부정도 아닌 묘한 침묵. 그래서 오늘은 내가 홍양의 마음을 대신 상상해 보기로 했다. 홍양의 시선에서 나를 바라본다면 어떨까?
===홍양 생각===
Namddang은 ISTJ라 그런가? 내가 보기에는 가족에 최선을 다한다. 그게 자기 마인드 컨트롤인지, 아니면 진심으로 좋아서 그런지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건 그가 번 돈을 가족이 쓰는 걸 좋아한다는 사실이다. 늘 나보고 옷 사라 하고, 맛있는 거 먹자고 한다. 애들이 원하는 걸 거절할 줄 모른다.
나는 룰루레몬 옷만 있으면 된다. namddang이 많이 사줬다. 지금도 충분히 많다. 필요하면 내가 알아서 사 입을 테니 너무 그러지 말라고 얘기해주고 싶다. 나는 내 아들에게도 '너 결혼식에 한복은 죽어도 안 입을 거고, 룰루레몬 레깅스 입고 갈 거다.'라고 선언한 사람이다.
그리고 namddang은 책임감이 강하다. 특히 회사에서 성실한 것 같다. 그래서 아직 회사에서 잘리지 않고 다니는 게 아닐까 싶다.
Namddang에게 좀 아쉬운 점 하나는 나이가 들수록 이마가 넓어지면서 자꾸 북진을 한다는 것이다. 그래도 올해 5월에 부산의 유명한 탈모 병원에서 받은 약을 꾸준히 먹고 있는데, 그 덕에 조금 괜찮아지고 있는 것 같다. 사실 나는 namddang 외모에 그다지 신경을 쓰는 편은 아니지만, 약간이라도 머리숱이 늘면 조금이더라도 더 젊게 보여 좋을 것 같다.
우리는 내년이면 결혼 30주년을 맞는다. 강산이 세 번 변했을 세월인데 겉으로 보기에 namddang은 나를 여전히 사랑하고, 지겨워하지 않는 것 같다. 그건 나도 마찬가지다. 나도 울산에서 25년 넘게 살다 보니 서울 친구들과는 자연스레 연락이 끊겼다. 이제 내 곁에 namddang 밖에 없다.
영원한 동반자이자 친구다.
그런데 말이야..
주말에 집에 오면 그가 귀찮을 때가 있다.
'잘 챙겨 먹어라, 여기 먼지가 많이 쌓였네.'라고 자꾸 잔소리를 할 때는 빨리 서울로 다시 보내버리고 싶어진다.
내가 다이어트해야 한다고 몇 번이나 얘기하는데 안 듣는 것 같다. Namddang은 나 혼자 있을 때 잘 챙겨 먹지 않을까 봐 항상 걱정을 한다.
'굶어 죽지 않을 테니 너무 걱정하지 마셔. 그리고, 먼지는 그냥 눈 감고 안 보면 되잖아.'라고 말해준다.
그래도 나는 안다. 그 잔소리 속에 숨은 마음을.
평소 사소한 것에 나를 세심하게 신경 써 준다고 생각될 때가 많다. 그건 항상 고마워하고 있다.
주말에 오면 알아서 청소도 하고, 화초에 물도 주고, 함께 장도 보자고 한다. 평일에 나 혼자 있을 때 가끔 샌드위치를 주문해 주고 챙겨 먹으라 하고, 내가 입이 심심할까 봐 아이스크림도 주문해 준다.
하지만, 겉으로는 '앞으로 그러지 마. 갱년기라서 자꾸 살이 찌니 다이어트해야 한다고.'라고 투덜댄다.
여름밤에 더울까 봐 'smart things'가 뭔가로 휴대폰을 사용하여 서울에서 울산 집에 에어컨도 틀어 준다. 그럴 때는 나를 생각하는 게 진심인 것 같기도 하다.
지난 일요일에 우리는 11.2km 산악 마라톤을 함께 달렸다. 그런데 namddang이 달리는 걸 보니 영 시원찮다. 운동을 열심히 하는 것 같은데, 체력이 나보다 못한 것 같다. 난 예전부터 아침마다 산을 다녔기 때문에 산길은 좀 강하다.
'Namddang, 운동을 좀 더 열심히 해야겠어. 배도 좀 넣고, 등 근육도 좀 더 키우셔.'
Namddang 말대로 우리는 정말로 영원한 친구이자 동반자다.
아무리 친해도 넘지 말아야 할 선이 있듯, 서로 배려하면서 남은 인생 잘 살아가고 싶다. 운동도 지금처럼 꾸준히 하자. 나중에 힘이 없어 방구석에서 서로 멍하니 TV만 보는 삶은 살지 말자.
오래 사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건강하게 사는 것이 중요하지. 그게 우리가 서로에게 폐를 끼치지 않는 길이니까.
앞으로도 건강하게, 지금처럼 웃으며 함께 달리면 좋겠다.
마지막으로 남들이 namddang보고 '울산의 관식'이라 하지만, 내가 보기엔 좀 더 노력해야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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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양은 이렇게 생각하고 있을 것 같다.
만약 홍양이 이 글을 본다면, 자기 얘기를 허락 없이 썼다고 나는 앞으로 여기에 글을 못 올릴 수도 있다.
선 넘는 내용은 없다고 보는데 제발 여기에 계속 글을 올릴 수 있기를 바란다.